[CEO 칼럼] 다문화사회의 현실과 과제

김종천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영파의료재단 이사장 2023. 7. 2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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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문제’ 가장 큰 어려움…대학 진학 비율도 낮은 편
정부 교육 정책 지원 노력…모두 수용하는 자세 필요
김종천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영파의료재단 이사장

많은 국민이 생각하는 ‘다문화’라는 개념과 정서는 ‘공존과 통합’이라기보다는 우리 문화와 구분되는 ‘경계 짓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다시 말해 ‘다문화’의 개념이 우리나라에서는 ‘다문화 가족’ 등으로 특정한 집단을 지칭하는 용어로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다문화 가족에 대한 법적 개념은 결혼이민자와 국적법에 따른 출생 인지 귀화를 통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한정 짓고 있다. 그로 인해 이주노동자 유학생 난민 동포 새터민 등이 배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통합적 의미의 다문화 사회를 지향하는 개념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한계가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2007)과 다문화가족지원법(2008)을 이미 제정했다. 올해 제4차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 발표를 통해 다문화 아동청소년의 성장 단계별 지원, 결혼이민자의 정착 주기별 지원, 다문화 상호존중, 다문화가족정책 추진 기반조성 등을 해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 생각은 현실과 거리가 있는 것이다.

다양한 문화가 함께 공존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다양한 문화가 함께 할 경우 문화 간의 차이나 다름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있어야 서로 어우러져 새로운 문화로 발전해 갈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각자의 문화정체성과 생활양식, 그리고 가치관과 태도 등으로 인해 문화적 갈등이나 충돌도 일어나게 된다. 왜냐하면 주류집단과 비주류 집단들의 문화가 각각 존재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편견과 차별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경우 많은 이주민들이 프랑스 내국인들이 꺼려하는 3D 업종에 종사하면서 프랑스 내에 뿌리를 내렸지만, 2005년 11월 프랑스 도시 전역에서 무슬림 출신 이주민들이 일으킨 폭동을 계기로 그동안 성공적이라고 평가되어 온 프랑스식 다문화 통합정책에 위기가 찾아온 적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경제부국 중심으로 이민자의 쏠림 현상은 이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문화 사회의 역사를 보면 우선 이민을 통해 국가를 형성한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호주를 중심으로 1970년대 초부터 다문화정책이 시작되었고, 국가 형성 단계에서는 비교적 동질적 민족국가를 이루고 있던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유럽 국가들조차 이후에 경제적 이유로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 다문화정책을 받아들였다. 이민국가로 출발한 경우 현재 대체적으로 안정적인 다문화 사회를 유지하고 있지만 비이민국가인 유럽 국가들은 다문화 정책에 다소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도 초기에는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 이론에 의한 백인문화로의 동화정책으로 많은 혼란을 겪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는 ‘섞어 놓은 샐러드 볼’(tossed salad, salad bowl)통합 정책으로 다문화 정책의 안정을 찾고 있다.

통상적으로 이주민이 국가 전체 인구의 5%에 달하면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5년간 체류외국인 비율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19년 4.87%에서 2021년 3.79%로 다소 감소했다가 다시 2022년 4.37%로 증가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현재 국내 거주 이주민의 양적 측면에서는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다문화 사회라는 것은 일정 규모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족과 인종이 함께 거주하며 각자의 보편적 권리를 향유하며 특수한 삶의 방식을 존중받고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문화·제도에 걸친 전반적인 기반이 갖추어질 때 비로소 다문화 사회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들은 ‘언어문제’를 가장 심하게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대학진학 비율이 전체 청소년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언어적 문제로 인한 교육의 차이가 희망교육수준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도 4차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에서 언어 교육 등 맞춤형 서비스를 계획하여 학교 내 한국어 집중 교육을 강화하고 학교 밖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전국 가족센터와 연계하여 지원하겠다고 한다. 특히 엄마 아빠의 언어를 직접 배울 수 있는 이중 언어 교실을 운영하고 우수한 이중 언어 능력을 갖춘 다문화 아동·청소년을 국제교류와 장학생 추천 등으로 연계하고자 하니 참으로 다행스럽다. 지금도 많은 다문화 이주민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다문화 사회의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우리 모두의 의식변화가 필요하다. 다문화 사회에서 필요한 지식과 다른 문화들의 차이를 존중하고 인정할 수 있는 의식의 변화와 다문화 수용성 등이 지속적으로 밑받침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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