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학원 강사들 “난 수능출제 평가원과 수험생 잇는 브로커”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조사 중인 정부 합동 조사단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나 수능 출제진과 연관성을 부각하는 대형 입시 업체와 강사의 허위, 불법, 부적절한 광고 행태를 제보받아 집중적으로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이 같은 학원가의 ‘평가원 마케팅’이 수험생을 사교육 시장으로 이끌고, 공정하게 수능 출제 업무를 관리해야 하는 정부 기관의 공신력을 떨어뜨리는 진원지라는 것이다.
정부는 평가원 이름을 교재 등에 사용하는 사례를 여러 건 포착해 조사 중이다. 한 대형 입시 학원 소속 수학 강사 A씨가 교재나 온라인 카페 등에 평가원의 영어 약자(KICE)를 쓰는 게 대표적이다. A씨는 학생들과 소통하는 온라인 카페에 ‘BROKER THAT CONNECTS YOU WITH THE KICE(당신과 평가원을 이어주는 브로커)’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자신이 학생을 평가원과 연결해준다는 의미다. 자체 제작한 교재에는 ‘KICE BROKER(평가원 브로커)’라는 이름을 달아 학생들에게 판매했다. ‘KICE BROKER PRO(평가원 브로커 프로)’ ‘LOBBYIST(로비스트) 모의고사’ 같은 교재도 만들었다. 평가원과 유사한 문제를 내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업체에선 ‘HIDDEN KICE(숨어있는 평가원)’라는 교재도 제작돼 판매되고 있었다.
정부 합동 조사단은 한 대형 입시 업체가 공식 블로그에서 ‘평가원 시험 출제위원들이 강사 교재 자문에 참여했다’고 홍보한다는 제보를 받아 사실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 입시 업체는 공식 블로그에서 한 사회 강사를 소개하며 ‘평가원 교과서 검정위원 출신’ 경력을 적기도 했다. ‘직접 경험한 것과 경험하지 않은 것은 다르다. 평가원 경력의 노하우로 확실하게 꿰뚫어 보겠다’ 는 문구도 내걸었다. 교과서 검정 작업은 수능 입시 강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평가원 경력이면 무엇이든지 홍보가 된다는 것이다.
평가원 경력을 내세워 교재와 강의를 홍보하는 경우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수능 출제 위원에 8회 참여했다”며 국어 모의고사를 만들어 대형 입시 학원에 납품해온 업체 대표 B씨도 조사 대상이다. 그는 “수능 국어 영역 문항을 출제하는 전체 과정과 지문 구성의 적절성, 작품 및 소재 선택, 문제 난이도 등에 대해 누구보다 정확하고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다”며 “모의고사 문제 제작에 수능 출제진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B씨의 수능 출제 참여 경력이 사실이 아니라면 허위·과장 광고에 해당하고, 사실이더라도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는 부적절한 광고에 해당한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입시 업체들이 ‘평가원 마케팅’에 매달리는 것은 수능 고득점을 위해선 실제 수능과 유사한 문제를 많이 풀어봐야 하고, 그러려면 평가원의 수능 출제 메커니즘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한 대형 입시학원 관계자는 “교재 집필진이 평가원 사정을 잘 아는 것처럼 광고하면, 수험생 입장에선 교재의 질과 상관없이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평가원이 주관해 수능 모의고사를 치르는 6월과 9월, 수능이 시행되는 11월을 앞두고 평가원 이름이 붙은 교재 판매가 급증한다. 교재를 구입한 수험생들은 “평가원 문제와 비슷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평가원’이라는 기관명을 부당하게 사용해 수험생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법률 조언을 받아 필요한 조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사교육 카르텔 부조리 신고 센터에 접수된 허위 과장 광고 의심 사례와 부적절한 광고 행태를 조사하고 있다. 일부 사례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 확인과 법률 검토 작업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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