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직필] 2024년 최저임금, 유감이다

기자 2023. 7. 2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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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적용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결정됐다. 주 40시간 노동에 주휴수당을 더한 월 환산액은 206만원이다. 한국노총의 ‘2023년 단신 가구 표준생계비’ 260만원이나 최저임금 심의 기초자료에 나온 ‘2022년 비혼 단신 실태생계비’ 평균 241만원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다. 물가도 많이 올랐는데 월 5만원 인상으로 노동자 가구의 생활안정을 기한다는 본래의 제도 목적이 달성될지 의심스럽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경제학

그런데 진짜 걱정은 또 있다. 어쩌면 내년에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실제 급여가 인상은커녕 곳곳에서 삭감될 수도 있어서다. 올해는 최저임금 월 환산액이 201만원인데 정기상여금은 10만원, 복리후생비는 2만원 차감한 만큼이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지만 내년부터는 차감 없이 전액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는 탓이다.

예를 들어 기본급 170만원, 상여금 20만원, 식대 17만원으로 월급이 207만원인 노동자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올해 이 노동자는 월급 207만원에 더해 수당 6만원을 별도로 받는다.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는 금액이 기본급 170만원, 상여금은 10만원 차감한 10만원, 식대는 2만원 차감한 15만원으로 합계가 195만원에 그쳐 월 최저임금 201만원에 6만원 미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월급이 그대로 207만원이어도 상여금 20만원과 식대 17만원 전액이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돼 월 최저임금 206만원을 넘어선다. 그 경우 사용자는 수당을 따로 줄 이유가 없다. 올해 월 213만원 받던 노동자가 내년에는 207만원만 받아도 최저임금법에 안 걸리는 결과다. 최저임금 인상 폭이 작다보니 생기는 일이다. 이와 같은 ‘산입범위’ 변경만 고려해도 이 노동자의 수입이 내년에 안 깎이려면 2024년 최저임금은 1만200원은 되었어야 했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보여준 모습이 그랬다. 그간의 상황 전개와 최종 결과를 복기할 때 공익위원들이 정권의 코드에 맞춰 사용자 편향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는 노동계의 비판은 귀담아들을 만했다. 공익위원들은 교섭에 진정성 있게 임했던 노동자위원 측 제시 금액이 충분히 떨어지기를 기다렸다가 그 금액과 사용자위원 측 금액의 단순 평균이 1만원을 밑돌자 돌연 그 평균값을 중재안으로 제출했다.

그러나 그 단순 평균이 끝까지 1만원을 넘었더라도 공익위원 중재안이 나올 수 있었을까. 중재안이 노동자위원들로서는 도저히 합의할 수 없는 수준임을 그들이 몰랐을까. 그것은 어쩌면 최저임금 1만원을 대중운동으로 조직해온 노동계의 명분을 볼모로 삼아 사용자 측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려고 악용된 수단은 아니었을까.

중재안이 거부된 후 공익위원들은 마지막 표결에서 한 명도 빠짐없이 사용자위원 편에 섰다. 언제 노사 평균값의 중재안을 자신들이 내기라도 했냐는 듯 말이다. 그러니 그들 일부가 이제 와서 2024년의 낮은 최저임금을 노동자위원들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정직하지도 적절하지도 않다. 그렇게 노동자들 걱정하신다면서 왜 사용자 편에 투표하셨는가. 우리 사회에서 최저임금 결정은 500만명이 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을 정하는 사회적 교섭 과정이다. 그것은 일회적인 게임이 아니며 반복 게임에 가깝다. 정권과 공익위원들이 앞으로 어떻게 노동계에 성실 교섭과 협조적 태도를 요구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최저임금법 14조에 따라 공익위원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공익의 대변에 있다. 공익위원들이 2024년 최저임금을 1만원 밑으로 묶어놓은 결정이 진정 공익적인 것이었는지 묻고 싶다. 물가와 산입범위 확대를 고려할 때 최저임금이 사실상 삭감되는 결정을 내린 것이 정녕 공익에 부합한 것이었는지 묻고 싶다. 저임금 노동자 가구의 적정 생계비에 턱없이 모자라는 이번 결정이 제도 목적에 비추어 진실로 타당한지 묻고 싶다. 혹시 보수 정권의 홍위병이 돼 자본의 입맛에 맞게 최저임금 인상 요구를 어떻게든 억누르는 데 앞장선 것은 아닌지 양심에 묻고 싶다.

결국 이번에도 정권과 대자본은 영세사업자들의 어려운 처지 뒤에 숨어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켰다. 그러나 권력과 자원을 다 가진 그들은 유독 최저임금 협상 때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걱정하는 듯하다. 그 과정에서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만 담보로 잡힌다. 하나 영세사업자들과 저임금 노동자들을 울리는 자들은 정작 누구인가. 그들의 희생이 강요되는 현 경제구조에서 누가 가장 큰 이득을 누리는가. 2024년 최저임금, 유감이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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