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 결승 물금, 30년만의 우승 도전 경북과 맞붙는다
청룡기대회 7차례 우승한 경북고… 장충고에 10회 연장 승부치기 승
양산 물금고 야구부가 기적을 계속 써내려가고 있다. 창단 첫 전국대회 4강은 이제 창단 첫 전국대회 결승으로 이어졌다. 이제 창단 첫 우승을 노린다. 물금고는 25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8회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준결승에서 경기상고에 13대5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상대는 야구 명문 경북고. 청룡기 고교선수권을 7차례 품에 안은 학교다. 경남고(9회)에 이어 둘째로 많다. 경북고는 서울 장충고를 10회 연장 승부치기 끝에 8대7로 눌렀다. 결승전은 하루 쉬고 27일 오후 1시 열린다.
◇물금고 13-5 경기상고
양산에는 원래 야구부가 있는 고교가 없었다. 그런데 2013년 양산 원동중이 전국대회를 제패하면서 지역에 야구 열풍이 불었다. 그런데 당시 우승 주역이던 원동중 3학년 선수들이 학기 중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갔다. 부산이나 경남 다른 지역 야구부 학교에 진학하려면 일정 기간(6개월 이상) 그 곳에 체류해야 한다는 고등학교 입학 체육특기자 전형 요강을 따라야 했기 때문. 창단 2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이란 신화를 일궜던 원동중 선수들은 정든 코치·후배들과 작별해야 했다.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지역 사회에서 뜻과 힘을 모아 2년 뒤 만든 게 물금고 야구부였다. 그러나 애초 바람과 달리 좋은 선수들이 모이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지역 선수 학부모들은 부산고나 경남고 같은 전통 야구 명문고 진학을 선호했기 때문. 강승영 물금고 감독은 “중학 야구에서 두세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들이 물금고를 오지 않는 건 사실”이라며 “대신 마산이나 부산 지역 고교에서 주전으로 뛰기 힘든 선수들이 기회를 얻기 위해 물금고 문을 두드린다”고 말했다. 그런 핸디캡은 물금고 선수들 결속력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선수 층이 두꺼워 기회조차 잡기 어려운 야구 명문고 대신 자기 능력을 마음껏 써볼 수 있는 물금고에서 재도전하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물금고를 이끄는 3학년 주장 공민서 역시 경남 다른 고교 클럽 팀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전학 온 선수다. 그는 “엄청 뛰어난 선수가 중심이 되는 수도권이나 다른 명문 팀과는 달리 우리는 한 명 한 명이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며 “우리는 진짜 뭉치는 힘이 좋다. 이번 청룡기에서 분위기가 많이 올라오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고 했다.
물금고는 이날 경기상고의 탄탄한 내야 수비에 막혀 1, 4, 5회 세 차례나 병살타로 찬스를 날려보냈다. 6회까지 2-3으로 끌려가면서 좀처럼 분위기를 주도하지 못했다. 그러나 16강에서 1-11로 뒤지다 14대12 역전승을 거뒀던 저력이 살아났다. 7회 1사 1·2루에서 4번 타자 김기환이 2루 쪽으로 땅볼 타구를 날렸는데 경기상고 유격수가 병살 플레이를 만들려고 서두르다 볼을 흘려 보냈고, 이때 2루 주자가 홈까지 파고들어 3-3 동점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물금고 기세가 폭발했다. 경기상고 투수들이 흔들리는 틈을 타 3안타와 사사구 4개를 엮어 6점을 더 보태 9-3까지 달아났다. 8회에도 3안타를 집중시켜 3점을 추가해 사실상 승부를 끝냈다. 물금고 투수 조동휘는 1-1로 맞선 1회 2사 후 등판, 7이닝 동안 고교야구 한 경기 최대 투구 수 105개를 꽉 채워 던지며 5피안타 4실점(2자책)으로 역투해 승리의 발판을 놨다.
◇경북고 8-7 장충고 <연장 10회>
연장 10회말 7-8로 뒤진 장충의 마지막 공격. 2사 1·2루,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경북고 세 번째 투수 김병준이 던진 변화구가 장충고 타자 김민찬 몸쪽으로 낮게 떨어졌다. 포수가 거의 땅바닥에 미트를 대고 공을 잡아 볼이라고 다들 생각했으나 판정은 스트라이크. 이번 대회에 도입된 ‘로봇 심판’이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숨죽이던 경북고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환호성을 내질렀다.
경북고는 1회 선취점을 뽑았으나 1회말 장충고 4번 류현준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고 끌려갔다. 5회 임종성·전미르·이승현 등 중심 타선이 4안타를 집중시키며 5득점 하면서 경기를 뒤집고 9회초까지 7-5로 앞섰으나 9회말 장충고 대타 조창연에게 동점 2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엎치락뒤치락하던 경기는 경북고가 무사 1·2루에서 시작하는 연장 승부치기에서 10회초 1사 만루 기회를 잡았고, 대타 김민균이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려 1점을 얻었다. 이어진 10회말 장충고 반격을 잘 막아내며 1993년 우승 이후 30년 만에 결승 무대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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