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 자유형 200m 銅… 한국 수영 역사 새로 썼다
황선우(20·강원도청)는 수영 동호회 출신인 부모를 따라 다섯 살 때 처음 수영을 접했다. 그때 수영에 꽂혔다. 중2 때 마음껏 수영하려고 일반 중학교에서 서울체육중으로 전학했다. 지난해 또래들이 대학 신입생으로 캠퍼스 낭만을 누릴 때 그는 혹독한 세계 전지훈련을 견뎠다. “제가 선택한 길이잖아요. 후회 없이 올인해야죠.”
황선우가 25일 열린 2023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일본 마린 메세 후쿠오카홀)에서 1분44초42로 동메달을 따면서 한국 수영사에 새로운 족적을 남겼다. 2회 연속 세계 대회 메달을 딴 첫 한국 선수다. 작년 부다페스트 세계대회 자유형 200m에선 은메달을 딴 바 있다. 이날 그는 자신이 세운 한국 신기록(1분44초47)을 0.05초 앞당기며 선전했지만 한발 모자랐다. 영국 매슈 리처즈(21)가 1분44초30으로 1위,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영국 톰 딘(23)이 1분44초32로 2위를 했다.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작년 대회 챔피언 다비드 포포비치(19·루마니아)는 초·중반까지 선두를 달렸으나 4위(1분44초90)에 그쳤다. 황선우와 같이 결선에 오른 이호준(22·대구시청)은 6위(1분46초04)를 기록했다.
◇초반부터 역영…치열한 순위 다툼
황선우는 예선을 전체 공동 13위(1분46초69), 준결선을 전체 3위(1분45초07)로 통과했다. 8명이 겨루는 결선에선 3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4번 레인엔 ‘라이벌’ 포포비치가 있었다. 황선우는 힘차게 팔을 휘저으며 초반부터 전력(全力)을 다했다. 타고난 반응 감각을 보유한 황선우는 출발 반응 속도(0.63초) 2위로 물속에 들어갔다. 첫 50m를 2위(24초23)로 통과한 그는 100m 구간에선 3위로 내려갔다. 이후 150m 턴 시점엔 2위로 올라섰지만, 최종 3위로 터치 패드를 찍었다. 선두를 유지했던 포포비치가 처지고 영국 선수들의 압도적인 막판 스퍼트로 순위가 뒤바뀌었다. 황선우는 “제가 150m 시점에서 2위라는 걸 알고 있었고 ‘포포비치만 잡자’라는 목표로 했다”면서 “근데 영국 선수들이 마지막 50m에서 엄청난 스퍼트를 냈더라. 저는 (그들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포포비치는 “마지막 50m는 끔찍(awful)했다”면서도 “오늘 패배에서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황선우는 지난 2월 초부터 한 달 넘게 호주에서 한 ‘지옥’ 전지훈련 효과를 봤다. 현지에서 그는 호주 경영 대표팀 지도자 출신 리처드 스칼스 가르침을 받았다. 스칼스 코치는 캐머런 매커보이(29·2015년 카잔 세계대회 자유형 100m 2위), 일라이자 위닝턴(23·2022 부다페스트 대회 자유형 400m 1위) 등 세계적인 수영 선수들을 길러낸 명장. 황선우는 그와 함께 야외 수영장에서 전보다 2배 가까운 강도의 연습을 소화하며 체력과 지구력을 보완했다. 얼굴이 검게 그을릴 정도로 훈련에 집중했다. 김동현 국민대 체육대 교수(상하이 동아시안게임 자유형 200m 은메달리스트)는 “수영 강국인 호주에서 전지훈련을 하면 선수들 마음가짐부터 달라진다”고 했다.
◇'박태환 키즈’의 새로운 도전
황선우는 이날 한국 수영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2회 연속 메달리스트가 되는 영예를 맛봤다. ‘선배’ 박태환(34)도 해내지 못한 진기록이다. 박태환은 세계선수권에선 2007년 멜버른 대회 자유형 400m 금메달, 자유형 200m 동메달을 딴 뒤 2009년 로마 대회에선 ‘노메달’에 그쳤다. 2011년 상하이 대회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을 탈환하며 명예를 회복했지만, 연속 대회 메달리스트는 아니었다. 물론 황선우에겐 세계선수권대회가 2년 연속 열리는 ‘행운’도 있었다. 롱코스(50m) 세계수영선수권은 원래 2년에 한 번씩 열리지만, 2021년 열릴 예정이었던 후쿠오카 대회가 코로나 문제로 거듭 연기돼 작년 부다페스트 대회에 이어 2년 연속 열리게 됐다. 이처럼 코로나라는 특수한 변수로 치르지 못했던 세계선수권을 몰아서 소화하느라 내년 2월 카타르 도하에서 또 대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이 1973년 시작한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처음 참가한 건 1991년 호주 퍼스에서 열린 6회 대회다. 하지만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하다 1998년 대회에서 한규철(42)이 남자 접영 200m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결선에 올랐다. 최종 성적은 7위. 박태환이 2007년 대회에서 한국 수영 선수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메달을 따면서 숙원을 풀었다. 2019년 광주 대회에서 김수지(25)가 여자 1m 스프링보드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경영 부문에선 ‘박태환 공백’을 절감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황선우가 2개 대회 연속 메달을 걸면서 새 장을 열고 있다. 그는 “이제 200m는 정말 기록을 줄이기 힘든 단계에 왔다고 생각했다”며 “내년 (7월) 파리올림픽까지 방심하지 않고 기록을 줄여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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