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재비만 120만원… 학원비 부풀리기 꼼수
‘사교육 카르텔’을 조사 중인 정부 합동 조사단은 학원들의 ‘교재 끼워 팔기’도 주목하고 있다. 학생들이 다 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문제집을 만들어 판매해 학원비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이는 사교육비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작년 대치동 한 재수종합반에 다닌 A씨는 2월부터 11월까지 교재비로만 한 달 평균 80만원을 지불했다. 200만원에 달하는 학원 수강비까지 더하면 매달 300만원쯤을 학원비로 낸 것이다. A씨는 “학원이 구매를 강제하진 않지만, 주변 학생들이 다 구입해서 푸니까 불안한 마음에 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A씨는 상반기에만 입시 교재 22종을 받았다고 한다. 모의고사 자료까지 합치면 자료 수백 편을 받은 셈이다. 수능이 다가오는 하반기에는 더 많은 교재가 쏟아지는데 한 달 교재비로만 약 120만원을 냈다고 한다. ‘킬러 문항’이 들어간 문제집도 있다. 하루 종일 문제집만 풀어도 소화하기 힘든 분량이다. 작년 같은 학원에 다닌 양모(20)씨도 “학원에서 필수로 구입하라고 하는 모의고사와 교재가 너무 많아 매달 절반 이상은 손도 대지 못했다”고 했다. 정부 합동 조사단은 일부 학원이 학원 교재와 강사별 교재, 모의고사 비용 등을 ‘쪼개기 청구’하는 방식으로 전체 사교육비를 늘렸다는 제보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한다.
교육부의 사교육 카르텔 신고 센터는 25일까지 교재 끼워 팔기와 구매 강요 등 제보 39건을 접수했다. 강남의 한 대형 학원은 2개월 치 학원비를 한꺼번에 받고 특정 교재를 강매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작년 이 학원 재수반에 다닌 서모(20)씨는 “학원비 정책에 불만을 가진 학생도 많았지만, 대입이 다가오는 만큼 학원을 옮길 수는 없었다”고 했다. 대치동에서 5년간 영어 조교로 일했다는 B씨는 “학원뿐 아니라 인터넷 강의 강사들도 끼워 팔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어가 특히 심한데 문학과 비문학 교재에다 문법 교재까지 필수로 구매하도록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특정 교재를 지정해 다른 선택을 막는 학원도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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