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만난 유엔군 참전용사들 “70년 전으로 돌아가도 한국 지킬 것”

김민서 기자 2023. 7. 2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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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정전 70주년 맞아 초청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6·25 정전 7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은 유엔군 참전 용사와 참전국 정상들을 만나 “머나먼 타국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헌신한 용기를 대한민국 국민들이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전 용사들은 “70년 전으로 다시 돌아가도 한국을 지키는 선택을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그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와 신디 키로 뉴질랜드 총독을 잇달아 면담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6·25 전쟁에 파병해 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사의를 표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尹, 룩셈부르크 참전용사에게 '영웅의 제복' 선물 -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기념 및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방한한 룩셈부르크 출신 참전용사 레옹 모아샆(가운데)씨에게 '영웅의 제복'을 선물하고 있다. 맨 왼쪽은 그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 /뉴시스

윤 대통령은 정상 면담에 앞서 룩셈부르크에서 한국으로 파병돼 강원 철원 지역 전투 등에 참가한 레옹 모아옝(92)씨와 그 가족들을 만났다. 6·25에서 당한 총상으로 다리가 불편한 모아옝씨는 보행 보조기를 이용해 대통령실 2층 접견실에 들어왔고, 윤 대통령은 모아옝씨를 부축해 의자에 앉는 것을 도왔다. 윤 대통령은 “총상을 입고 일본으로 후송돼 치료받은 다음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다시 참전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용기 있게 두 번이나 참전을 결심하게 되셨느냐”라고 물었다. 모아옝씨는 “왼쪽 다리에 관통상을 입어서 입원했었다”면서 “완전하지는 않지만 많은 것이 생각난다”며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전했다. 룩셈부르크는 6·25 파병 당시 인구가 20여 만명이었으나 100명이 참전해 유엔 참전 22국 중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병력을 보낸 국가다. 뉴질랜드는 병력 3794명을 한국으로 파병했고, 23명이 전사했다.

22국의 정부 대표단, 참전 용사 64명과 가족 등 200여 명은 국가보훈부 초청으로 방한해 오는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 등에 참석한다.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 파병된 참전 용사 3명은 이날 서울 잠실의 한 호텔에서 합동 인터뷰를 가졌다. 90대가 돼 한국을 다시 찾은 이들은 스무 살 무렵 겪었던 6·25의 참혹한 상황을 회상했다. 참전 용사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의 전쟁에 왜 참전했느냐’는 질문에 한목소리로 “군인은 명령에 따르는 것이고 명령대로 했을 뿐”이라며 한국행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했다.

미군으로 참전한 윌리엄 워드(91)씨는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6·25 참전이)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했다. 워드씨는 19세 때 낯선 땅 한국에 도착했다. 농부였던 그는 기본 군사훈련을 받고 보병 정규병으로 차출된 후 유럽과 아시아 지역 가운데 아시아를 선택해 한국에 파병됐다고 한다. 워드씨는 “전쟁의 폐허에서 지금 이렇게 경제 발전을 이룬 한국인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고 했다.

캐나다 출신 에드워드 버거너(91)씨는 전쟁 당시 기억을 떠올리다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운 듯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옆자리에 있던 영국 출신의 콜린 태커리(93)씨가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한 끝에 버거너씨는 겨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통신병이었던 저는 그래도 다른 병사들보다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며 “어디가 폭격되는지 등의 정보를 미리 알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워드씨와 버거너씨는 모두 전쟁 당시 인연을 맺은 한국 소년을 찾고 있었다. 워드씨는 부산에서 매일 자신의 빨래를 해주겠다며 친절하게 대해준 12세 소년 ‘장(Chang)’을 찾고 싶다면서 “그 친구도 80세가 넘었을 텐데 나를 그리워할지 궁금하다”고 했다. 버거너씨는 초소를 청소하고 잔일을 챙겨주던 ‘조적송’이라는 소년의 흑백 사진 한 장을 취재진에게 보여줬다.

2019년 영국 경연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역대 최고령 우승을 차지한 참전용사 태커리씨는 27일 부산에서 열리는 ‘정전협정 70주년·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 행사에서 아리랑을 열창할 계획이다. 태커리씨는 “한국 사람들이 아리랑을 하도 많이 불러서 처음엔 자장가인 줄 알았다”며 “자장가가 아니면 애국가이겠거니 했는데 아리랑을 부를 때마다 기분이 좋아 계속 불렀다”고 했다. 태커리씨는 1950년 9월 갓 결혼한 아내를 두고 6·25에 참전해 2년간 임진강 전투 등에서 격전을 치렀다. 태커리씨는 “(지난 24일) 공항에 도착해 서울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정말 많은 고층빌딩이 들어선 것을 봤다”며 “폐허에서 이렇게 발전을 이룬 것이 놀랍고 기쁘다”고 했다. 워드씨와 버거너씨도 공감한다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이들은 판문점 견학 버스에 탑승하러 떠나면서 “우리 셋은 오늘 아침에 처음 만나 친구가 됐다”며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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