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용두레 우물가
‘용정지명기원지정천 龍井地名起源之井泉’이라는 비가 있듯이 용두레는 조선족이 개척한 용정시의 기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용정은 만주족이나 한족의 역사가 아닌 순수 조선족의 개척사일 듯하다.
용정시에 들어서면 용문교 아래로 해란강이 보인다. 가곡 선구자에 일송정 해란강이 등장하듯 이곳은 지난날 말달리던 선구자의 본거지다. 윤동주 시인의 생가와 무덤과 소·중학교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20여 년 전 백두산 여행을 위해 연길을 찾았을 땐 대부분 한글이 먼저 들어간 간판들이어서 들떴는데 지금은 한문 뒤에 한글이 간신히 기대어 있는 형국이었다. 외곽엔 아예 한문으로 된 간판도 눈에 띄어 편치 않았다.
연길시를 비롯한 조선족 자치구의 인구는 점점 줄어들어 약 170만 중에 70만 정도는 한국에서 살고 있다고 하니 자치구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조선족은 관심을 둬 줄 여력이 없는 북한과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한국인과 한족으로 편입을 노리고 있는 중국인의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신세가 됐다. 어쨌든 연길시나 용정시 곳곳에 조선족 자치구 창립 70년 기념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어 그나마 위태한 마음을 달래줬다.
일찍 잠이 깼다. 러시아의 백야처럼 아침이 일찍 밝아 놀라웠다. 호텔 창가 멀리 넓은 광야가 아련히 다가왔다. 문득 선구자의 노랫소리가 억센 말발굽에 휘몰아치는 환영에 사로잡혔다.
용두레 우물가에 밤새 소리 들릴 때 뜻깊은 용문교에 달빛 고이 비친다.
조국을 찾겠노라 맹세하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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