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죽어야 비로소 바뀌는 ‘법’
수원 냉동고에서 발견된 두 영아의 주검이 준 후폭풍은 아프지만 묵직했다.
당장 정부에서는 2015년부터 8년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유령아동 2123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249명 사망에 814명이 소재불명으로 현재 생존 여부를 확인 중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왔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아이들의 처참한 현실에 국민은 분노했다. 그러자 국회가 부랴부랴 ‘일’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 이번 참극의 원인으로 지목된 출산신고제를 전면 개편했다.
그동안 출생신고 의무는 오직 부모에게만 있을 뿐으로,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고작 5만원의 과태료만 부과할 뿐, 형사처벌 대상도 아니었다.
이에 국회는 지난 6월30일 의료기관이 아이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토록 하는 ‘출산통보제’ 법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최소한 병원에서 태어났음에도 출생신고가 안 되는 아이들은 없게 만든 것이다.
또 국회는 지난 7월18일 영아 살해죄·유기죄를 전격 폐지하는 형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형법에 따르면 영아 살해는 10년 이하의 징역, 영아 유기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적용했다.
하지만 이번 형법 개정으로 영아 살해에 대해 일반 살인죄의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영아 유기도 일반 유기죄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의 이하 벌금’이 각 적용되는 등 처벌 수위가 높아질 예정이다.
6〈2219〉25전쟁 직후인 1953년, 경제적 궁핍으로 양육이 어려운 시대적 특수성을 감안해 처음 영아살해죄·유기죄가 마련된 이후, 70년 만에 역사 속으로 퇴장하게 된 것이다.
출산통보제 도입과 영아살해죄·유기죄 폐지는 각 2008년과 2010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수차례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음에도, 그간 국회의 무관심 속에 자동폐기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 수원 냉동고 사건을 계기로 여아 정치권이 일사천리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기적(?)을 발휘했다.
‘누군가가 죽어야 법이 바뀐다’는 비정한 상식이 확인된 순간이다. 다만 하나 아쉬운 건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면 임신·출산 사실을 알리기 꺼리는 산모의 ‘병원 밖 출산’이 늘수 있는 만큼, 익명 출산을 가능케 하는 보호출산제 도입이 필수적임에도, 관련 법인이 국회 소관 상임위 법안소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얼마나 더 죽어야 바꾼다는 것인지 걱정이 앞서는 건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보호출산제 도입이 시급하다. 응답하라 국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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