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청년이 죽어간다
그 청년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신림동 참사로 희생된 청년은 실제 가장이었으며 동생을 돌보는 성실한 사회인이었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좀 더 싼 월셋집을 찾아 신림동에 온 그였지만 그를 맞은 건 참담한 비극이었다. 해병대 채 상병, 그리고 서이초등학교 교사에 이은 청년 죽음의 비보는 이태원 참사를 시작으로 우리 사회에 엄중하게 던져진 슬픈 경고장이다.
청년의 삶을 지나온 어른들에게 청년의 삶이 가진 특성은 불안과 취약함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사람에게 상처받기 쉬우며, 사회적 불평등이 빚은 우화가 쉽게 드리워지는 시간이다. 튼튼한 사회적 지지가 필요한 이유다.
청년의 경험은 곧 사회 성장과도 맞닿아 있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과 경험에 나서지 않는다면 사회는 안일한 경험이 전부인 청년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신호는 청년의 도전을 가능하게 한다. 제도화된 확실한 사회적 지지는 청년의 도전, 행복과 이어진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그 청년’은 2019년 어머니를 잃고 중학생 동생을 돌보는 어른이 돼야 했다. 아버지는 일 때문에 먼 이국에 있으며 한국에서 그는 아버지이자 형이자 어머니가 돼야 했다. 스스로도 부모가 절실하게 필요했지만 그 청년은 어른이 돼야 생존할 수 있었다.
채 상병 역시 해병대를 자원한 청년임에도 불구하고 수해 복구 현장에서 어떤 이유로 불어난 물에 들어가야만 했다. 구명조끼 하나 없이 어른들에 의해 던져진 셈이다. 분명 어른 교사와 교육시스템이 존재하는 학교는 2000년대생 젊은 교사의 고통을 외면한 채 빈 창고에서 죽음을 선택하도록 했다. 학부모의 ‘갑질’만이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마저 시스템 안에서 해결하지 못한 취약한 대한민국 교육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 교사와 아이, 학부모 모두의 갈증과 고통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청년은 살해되거나, 한 청년은 죽음을 선택하거나, 또 한 청년은 죽음이 드리워진 상황으로 내몰리거나. 서로 다른 일을 하고, 다른 사회적 지위를 지닌 청년들의 주변에는 우울한 죽음이 서성대고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이다.
거리에서, 수해복구 현장에서, 일터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청년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태원 참사 역시 사소한 안전대응조차 하지 못해 159명의 청년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이질적인 청년들이 이렇게 죽어가고 있는 이유는 오직 2023년 대한민국에서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궁극은 대한민국이 청년을 살게 하는 국가가 아니라 청년을 배제하고 청년에게 미래를 주지 못하는 ‘청년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청년을 잃은 대한민국은 아직도 정쟁 중이다. 누군가의 글 제목대로 ‘끝내주는 인생’을 살아야 할 청년들에게서 그 인생을 빼앗은 죄로도 모자라 여전히 한 줌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싸움에 나서고 있다. 죽어간 청년들의 무덤 위에 풀도 나지 않았는데. 형을 잃은 동생의 눈물은 아직 마르지도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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