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마을금고 부실, 금융감독 강화해야 막는다
새마을금고의 예금 인출이 급작스레 늘어나자 정부가 개입해 일단은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새마을금고 사태는 개별 금고의 건전성, 금고 생태계의 건전성 위기일 뿐 아니라 지배구조의 위기, 내부통제의 위기가 겹쳐서 일어난 것이다. 새마을금고가 ‘토착형 비리 사금고’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진단과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많은 단위 금고들이 부실 대출로 인한 건전성의 위기를 경험 중이다. 2022년 말 현재 1293개 새마을금고의 평균 연체율은 3.59%로 시중은행이나 다른 상호금융보다 훨씬 높다. 그런데도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부실 금고들을 감독하고 기준금리 상승, 부동산 경기 하락 등 외부 요인에 적절히 대응하기는커녕 전문성도 없는 사모펀드, 벤처, 부동산개발금융 투자에 전념하면서 금고 생태계의 건전성 훼손에 앞장서고 있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지배구조도 문제다. 새마을금고 이사회에선 부실 대출 확산과 ‘묻지마 투자’를 막기 위해 제대로 된 경영상 판단이 이루어졌을까. 이사장이나 임원들이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는 의사결정을 유도하는데도 모른 척하지는 않았을까. 감사는 이사장이나 임원들의 부정이나 비리를 지적할 수 있었을까. 이사장은 출자자 전체의 이익이나 지역공동체의 발전을 경제적 보상과 정치적 영향력보다 중요하게 생각했을까. 얼마나 많은 금고들이 이러한 질문들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까.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을 멈춘 가운데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결과가 얼마나 참담한지 잘 알려져 있다.
새마을금고가 당면한 위기는 ‘협동조합’ 정체성의 변질에서 기인한 측면도 있다. 새마을금고는 지역사회의 경제적 발전을 위한 금융 기능을 제공하는 자주적 협동조합 조직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1인 1표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특정 출자자의 지분 비율이 제한되는 등 민주주의 원리가 중시되며,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일어나지 않는다. 즉 출자자가 스스로 경영하고 민주적 정당성과 책임성이 담보되기 때문에 주식회사처럼 경영진의 대리비용 문제를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새마을금고에서는 민주주의의 원리나 자조 조직의 자주성과 같은 명분이 경영진의 비리와 부정에 대한 방패막이로 활용된 측면이 없지 않다. 임원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는 매표의 장(場)이자 준영구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하는 경우가 잦았다. 낮은 참여율을 극복하기 위한 대의원 제도는 출자자의 무관심을 가속화한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최근 법률 개정을 통해 이사장 직선제가 다시 강화되는 추세다.
특히 1990년대 후반 경쟁력 확보를 명목으로 비출자자가 예금 및 대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협동조합 본연의 정체성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출자자와 경영진의 이해관계가 분리되고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유인이 커지는데도 ‘협동조합’ 정체성이란 방패는 금융감독에 저항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사실상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금융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지역 단위의 협동조합이라는 명분으로 느슨한 규제를 받겠다는 주장은 이제 설 곳이 없다. 출자자의 외면을 틈타 제왕같이 군림하며 부실 대출을 남발하던 일부 금고의 임원들은 더 이상 ‘초과이익’을 누려서는 안 된다. 선거로 심판하는 민주주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주식회사와 같은 일종의 대표소송을 활성화해 경제적 대가라도 치르도록 해야 한다. 현재는 회원 3분의 1의 동의를 받은 회원 대표가 임원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그 기준을 낮춰야 한다. 개별 금고의 경영 실태 및 임직원 징계 현황 등에 대한 정보 제공도 지금보다 투명하게 하고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규제 수준이 높아지는 데 따른 사회적 비용과 관련한 합의도 이뤄져야 한다. 비조합원 예금자들도 출자 없이 높은 이율이라는 일종의 무임승차에 대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새마을금고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시중은행이나 정부 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납세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새마을금고를 금융감독 체계로 편입시키면 현재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고 재발을 막는 데 유용할 수는 있다. 금융감독의 전문성 차원에서도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고, 부실 대출의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누가’보다는 ‘어떻게’일 것이다.
김정연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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