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조류독감과 후쿠시마 오염수
日 오염수發 벌써 수산업 매출 ‘뚝’
국민 합리적 소비 선택할 수 있게
정부, 책임 갖고 가짜뉴스 막아야
2003년 12월 충북 음성군의 한 양계 농장에서 수많은 닭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떼죽음을 당했다. 정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조사 결과 닭들이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집단 폐사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확인된 첫 사례였다. 당시 기자가 취재했던 양계 농가와 치킨업계, 닭 가공 식품 업계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닭고기를 먹으면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조류독감이 사람들끼리도 감염된다” 등 근거 없는 괴담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진 탓이다.
윤 회장은 “닭고기를 75도 이상에서 5분 이상 가열하면 조류 인플루엔자는 모두 죽기 때문에 치킨은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며 “정부도 힘을 실어 줘 (조류독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온 나라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로 시끄럽다.
제주에서 광어 양식업을 하는 A대표는 “일본 오염수 방출 전이라 광어 출하는 느는데 소비가 안 돼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며 “인건비와 사료값 상승 등을 따지면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일본 오염수가 방출되기 시작하면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어 직격탄을 맞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15년째 수산물을 판매하는 B대표 역시 “일본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지도 않았는데 매출이 50 이하로 뚝 떨어졌다”고 울상이다. 지난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는 어민단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우리수산물지키기운동본부’가 발족됐고 대국민 호소문도 발표됐다. B대표는 “어민은 물론 수산업자들 가운데 원전 오염수 방류를 찬성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면서도 “지진으로 원전 사고가 났을 때 더 많은 오염수가 바다에 흘러들었는데도 우리 수산물은 안전했다. 국민들이 그런 사실을 좀 아시고 안심했으면 한다”고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최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된다고 평가한 최종 보고서를 공개했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민노총을 비롯한 시민단체들과 야당 인사들은 IAEA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독극물’ ‘방사성 테러’와 같은 자극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방류되는 방사성 물질이 적은 데다 해수 흐름상 우리 해역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강조하지만, 이들은 생선뿐 아니라 소금, 미역도 오염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여파가 수산업계와 관련 요식업계, 가공산업 등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조류독감 사태가 발생했을 때나 이명박정부 시절 광우병 파동 때 가장 피해를 입은 이들은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었다. 광우병 파동 당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입은 피해액이 무려 6000억원에 달했다는데 책임진 정치인, 시민단체를 본 적이 없다. 이번에는 수산업에 종사하는 어민, 자영업자들 차례인가. 정부는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대국민 설명, 소비 촉진 활동을 벌인다고 하나 업계 종사자들은 괴담, 가짜 뉴스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닭고기 먹고 문제 생기면 20억원을 배상하겠다’는 정도의 필사적 책임감을 보여야 하는 건 업자들이 아니라 정부다. 그래야 조류독감과 광우병 파동을 겪은 국민들이 이번에는 합리적인 소비를 선택할 수 있다.
김기환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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