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정전 70주년과 한반도 평화
안보환경 급변… 평화협정 전환 불필요
27일이면 6·25전쟁의 군사적 행동을 중지한 정전(停戰)협정 체결 70주년이 된다. 1년이 넘게 지속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며 불완전하게나마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정전체제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정전 협상은 1951년 7월부터 시작됐다. 협상이 현실로 다가오자 이승만 대통령은 정전이 한반도 통일을 목표로 하는 1948년 12월12일 유엔 총회 결의안 제195호와 대치되며, 공산권의 계략에 놀아나는 것뿐이라고 강조하며 격렬히 반대했다. 한편 1952년 3월21일 이승만 대통령은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정전협정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최소한 한·미 상호안보조약의 체결과 한국군의 전력 증강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이 계속 정전에만 관심을 보이고 동맹 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이승만 대통령은 유엔이 관리하던 반공 포로들을 1953년 6월18일 일방적으로 석방해 미국을 압박했다. 정전을 위해 이승만 대통령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했던 미국은 결국 그의 요구에 응해 한·미 상호방위조약 협상 개시에 동의했다.
1953년 7월27일 체결된 정전협정과 1953년 8월8일 경무대에서 가조인(假調印)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이란성 쌍둥이였다. 냉전 시기 북한은 정전협정을 끊임없이 위반했고 냉전 종식 이후 한반도의 안보 환경 또한 크게 바뀌면서 정전협정의 의미도 달라졌다.
1991년 북한은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로 한국군 장성이 임명되자 정전위원회 참석을 거부하고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국을 배제한 평화협정이라는 논리적, 현실적 한계로 진척되지 못했다.
2005년 9월19일 새로운 북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열린 6자 회담 제4차 회의에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약속했으나, 2006년 10월9일 북한이 제1차 핵실험을 강행하여 사실상 무산되고 말았다.
또한, 대한민국의 여러 정부도 정전협정의 한시적 성격에 주목하여 협정의 전환을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고자 노력했다. 문재인정부도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와 연계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구상했고 최종적으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듬해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나자 종전 선언의 형식으로라도 그 과정의 매듭을 지으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실패로 끝났다.
오늘날 국제 정세는 정전협정 체결 당시의 상황과 여러 면에서 크게 달라졌다. 중국은 오래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됐으며, 남북한이 유엔에 가입한 이후 전쟁의 집단안보적 성격도 크게 변화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로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다.
이러한 안보 환경 변화 속에서 정전협정이 기존의 정형을 벗어난 이상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6·25전쟁 ‘당사국’들 사이의 평화협정이 필요하다는 형식적 발상은 탈피할 필요가 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발상은 한국이 당사자니 아니니 하는 형식적 논란만 부를 뿐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70년 동안 한반도에서 불완전하게나마 평화가 유지된 것은 정전협정보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따라서 정전협정의 탄생만을 기억하기보다는 반드시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탄생도 함께 기억하며 정전 70주년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최완규 육사 외래교수 경제사회연구원 국방센터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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