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희의동행] 무인 점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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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풍경이 바뀌었다.
어쨌거나 치솟는 인건비 때문에 마지못해 선택한 무인 점포이겠지만 무인 점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 잡화점의 정감이 새롭게 다가온다.
앞으로 또 어떤 무인 점포가 들어설지 모르겠다.
이러다 동네 상가가 온통 무인 점포로 채워질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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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반찬 가게가 생길 때, 세상에, 이젠 반찬 가게도 무인 영업을 하는구나 싶어 어딘지 아쉬웠다. 그때, 그때, 주방에서 조리돼 나오는 반찬은 다른 공산품과는 달리 주인의 손맛과 신선함이 중요한데, 그 반찬을 만든 주인과 조리 과정을 볼 수 없어 선뜻 들어서기가 마땅치 않았다. 다 내 마음 같았던가 보다. 그 가게는 서너 달 영업하는가 싶더니 이내 문을 닫았다. 폐업을 알리는 종이 안내문이 붙은 가게 앞을 지나칠 때마다 마음이 시렸다. 그 반찬 가게 주인은 그간의 손해와 삶의 에너지를 만회하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날들을 전전긍긍해야 할까. 그리고 들어선 것이 무인 커피숍이었다. 커피숍 내부 공사를 할 때 어수선한 건축자재 사이로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 눈에 밟혔다. 금속 재질로 이루어진 흰색의 긴 팔은 관절처럼 꺾이는 부분이 상하좌우로 움직였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로봇 팔이었다. 동네 커피숍까지 진출한 그 로봇 팔이 어딘지 생경하고 이물스러워 보였다. 그렇게 가게는 문을 열었고, 그 무인 카페는 제법 손님이 많았다. 자동문을 통과해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로봇 팔이 내려 준 커피를 들고 탁자에 앉아 말 없이 커피를 마시고, 그리고 다시 자동문을 통과해 나오는 그 모든 일련의 과정이 어딘지 기계적이거나 살풍경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느낌이었을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입력된 값에 따라 커피를 내리다 보니 맛이 일정해 손님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는 모양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 상가에 채소나 과일을 비롯해 여러 가지 생활용품들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그 잡화점 주인은 오가며 지나는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인사했다. 인사뿐 아니었다. 뭐라도 살라치면 시간을 넘겨 상품 가치가 떨어진 물건들을 덤이나 우수리로 아낌없이 챙겨주곤 했다. 그러니 당연히 단골이 많을 수 밖에 없었고, 정이 갔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그 가게 또한 버틸 수 없었던 모양이다. 어느 날 그 가게가 사라지고 대형 편의점이 들어선 것이. 어쨌거나 치솟는 인건비 때문에 마지못해 선택한 무인 점포이겠지만 무인 점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 잡화점의 정감이 새롭게 다가온다. 앞으로 또 어떤 무인 점포가 들어설지 모르겠다. 이러다 동네 상가가 온통 무인 점포로 채워질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사람과의 대면 기회가 줄어들수록 그만큼 사회적 유대감도 줄어들기 마련인데 생각만으로도 삭막하고 아찔하다.
은미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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