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만 쳤다는 국민타자의 반문 “11연승 기쁨? 지금은 중간평가 아닌가요. 더 달려야죠.” [MK인터뷰]

국민 감독도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명장도 못한 대업을 국민타자가 이뤘다.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이 사령탑 데뷔 시즌 11연승 달성에 성공했다. 구단 창단 최다 연승 신기록에다 KBO리그 사령탑 데뷔 시즌 최다 연승 타이기록이다.

두산은 7월 25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8대 5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11연승을 달린 두산은 시즌 44승 1무 36패로 리그 3위를 유지했다. 리그 선두 LG 트윈스와는 4.5경기 차로 좁혔다.

두산은 3회 말 1사 뒤 정수빈의 볼넷과 허경민의 1타점 적시 좌중간 2루타로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 이어 김재환이 상대 선발 투수 나균안의 초구 128km/h 포크볼을 통타해 비거리 110m짜리 우월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두산 이승엽 감독이 창단 첫 11연승을 이끌었다. 사진(잠실)=김근한 기자

두산 방망이의 기세는 식지 않았다 두산은 2사 뒤 양석환의 볼넷에 이어 로하스가 풀카운트 승부 끝에 1타점 우익선상 적시 2루타를 날려 추가 득점까지 달성했다.

두산은 5회 말 허경민과 김재환의 연속 안타로 만든 1사 1, 2루 기회에서 양석환의 좌전 적시타로 달아났다. 상대 좌익수 포구 실책을 틈 타 1루 주자 김재환까지 홈을 파고 들어 점수 차는 6대 0까지 벌어졌다.

두산은 6회 말 1사 뒤 이유찬의 안타와 상대 견제 실책, 그리고 정수의 볼넷과 도루로 만든 1사 2, 3루에서 허경민의 희생 뜬공으로 한 점을 더 추가했다.

두산은 7회 초 바뀐 투수 이영하가 무사 2, 3루 위기에서 니코 구드럼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고 이날 첫 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두산은 7회 말 양석환이 바뀐 투수 김진욱을 상대로 5구째 143km/h 속구를 통타해 비거리 120m짜리 좌월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두산은 9회 초 3실점을 기록했지만, 필승조 정철원을 마운드에 올려 결국 경기를 마무리했다.

두산은 이날 승리로 7월 전승과 함께 11연승을 달성해 기존 구단 창단 최다 연승 기록인 10연승(2000년 6월 16일 수원 현대~6월 27일 잠실 현대 김인식 감독, 2018년 6월 6일 고척 넥센~6월 16일 대전 한화 김태형 감독)을 넘어서는 새 역사를 썼다. 팀 통산 5284경기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이승엽 감독도 KBO리그 사령탑 데뷔 시즌 최다 연승 타이기록인 2008년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롯데)의 11연승에 도달했다.

이승엽 감독이 11연승 달성으로 축하 꽃다발을 받았다. 사진(잠실)=김근한 기자

다음은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이승엽 감독의 11연승 달성 소감 일문일답이다.

-구단 창단 첫 11연승 달성 소감은 어떤가. 김인식 감독과 김태형 감독의 기록을 넘어섰다.

경기 전이나 중간에는 실감이 안 났다. 그런데 경기가 끝나고 선수단과 하이파이브를 하러갔는데 그때 기분이 좋더라. 아직 감독을 맡은 지 1년도 안 됐기에 나는 앞선 감독님들과 감히 비교할 수 없다. 개막전부터 시작해 힘든 시기가 길었는데 조금씩 팀이 안정되면서 흐름이 좋아진 게 여기까지 온 듯싶다. 선수들이 잘해준 덕분이다.

-현역 시절 홈런 기록 달성도 그렇고 유독 롯데와 인연이 깊은데.

선수 때는 롯데를 상대로 조금 강했던 건 맞다(웃음). 그런데 감독 자리에서 그런 건 크게 상관없는 듯싶다. 플레이는 선수가 하는 거라 선수들의 컨디션이 더 중요하다.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을 판단하는 것 밖에 없기에 상대 팀은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9회 초 수비 상황이 쉽지 않았다.

오늘 점수 차이가 있어서 최대한 필승조 투수들을 아끼려고 했다. 그런데 조금씩 문제가 생기면서 박치국 선수와 정철원 선수가 나가게 됐다. 깔끔하게 이겼으면 좋았겠지만, 앞서 던진 투수들이 오랜만에 던졌기에 흔들린 부분이 있었다고 본다. 다음 경기에선 어떻게 투수들을 쓰는 게 좋은 건지 다시 고민해보겠다.

-후반기 키플레이로 꼽은 김재환 선수가 활약했다.

원래 좋은 능력이 있는 선수기에 그런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김재환 선수는 아직 보여줄 게 더 많이 남았다. 향후 팀 전력상 더 강해질 수 있는 부분이 바로 김재환이다. 김재환 선수가 오늘 같이 좋은 타구를 날려준다면 폭발력 있는 중심 타선이 만들어진다. 좋은 흐름을 유지해서 상대가 김재환 선수를 거르고 양의지 선수와 승부하는 그림이 나왔으면 한다. 계속 믿고 있겠다.

이승엽 감독이 후반기 키플레이어로 꼽은 김재환이 맹활약을 펼쳤다. 사진(잠실)=두산 베어스

-이제는 초보 사령탑 꼬리표를 뗐다고 볼 수 있을까.

사실 지금은 중간 평가지 않나. 모든 평가는 시즌을 마무리하고 받아야 한다. 아직 60경기 넘게 남았다. 내일부터 어떤 일이 벌어지지 모른다. 선수단과 스태프 모두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도록 잘 준비하겠다.

-내일 경기를 이긴다면 12연승으로 로이스터 전 감독을 넘어선 또 다른 연승 신기록이 나온다.

내일 곽빈 선수가 나가기에 또 승리를 기대한다. 이제 팀 타선 사이클이 올라왔기에 투수들이 조금 부담을 덜었으면 좋겠다. 곽빈 선수가 내일 1, 2점 정도는 줘도 된다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던졌으면 한다. 내일까지는 이겼으면 좋겠다(웃음).

-주장 허경민 선수가 후반기 때는 잘해서 이승엽 감독과 아이콘택트를 자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장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

주장이 너무나도 훌륭하게 팀을 잘 이끌어주고 있다. 전반기 안 좋았을 대 연패가 길어지고 원하는 방향으로 안 가면 팀 내부적으로 불신이 생기고 문제가 생기는데 그런 게 단 한 번도 없었다.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고 조금씩 좋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주장 허경민이 그 중심을 잘 잡아줬다. 향후 연승이 끊길 수 있지만, 분위기만큼은 뒤처지지 않았으면 한다. 직업이니까 항사 즐겁게 할 수 없고, 죽기 살기로 야구해야 하지만, 최대한 마음 편하게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선수단은 연승 비결로 감독의 신뢰를 많이 꼽던데.

당연히 성적이 안 좋으면 주전 자리와 1군 엔트리 자리가 바뀐다. 이건 감독으로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다. 그런 부분이 나도 힘들 때가 있지만, 선수들이 항상 준비를 잘해준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 사실 내가 하는 역할은 없다. 박수만 쳐주고 있다(웃음).

-남은 시즌에도 두산의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남은 경기에서 더 많은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 두산 팬들이 원하는 그림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 시즌을 마쳤을 때는 ‘정말 잘했고 고생했다’라는 얘길 듣고 싶다. 그런데 아직 그런 소리를 듣기는 이른 시점이다. 조금 더 달리겠다.

[잠실(서울)=김근한 MK스포츠 기자]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