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히 소외된 교권침해” 교원노조 피해사례 공유 나서

교육활동 불만 학생신고 빈번
“무죄 밝혀져도 이득 없이 상처만”
웹사이트 ‘패들릿’ 개설 추진도

▲ 24일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서이초등학교 교사 A씨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1 강원도내 한 고등학교에 근무 중인 A교사는 올해 1학기 학생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 그러나 학생이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리기 전 자퇴해 학교 차원에서의 어떠한 제재도 진행되지 못했다. 해당 사건은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피해 교사는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으나 학생의 보호자가 ‘합의해달라’며 교사에게 계속 연락, 해당 교사는 또 다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2 도내 한 초등학교에 근무 중인 B교사는 지난 봄 학생과의 상담시간을 체육시간으로 잡았으나 해당 학생은 ‘체육수업을 듣지 못하게 됐다’며 반발, 교실 안에 있던 도구를 이용해 교사를 폭행했다. 이후 학교에서는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하고 ‘교권침해’가 인정됐으나 학부모 측에서 변호사를 통해 행정절차상 문제를 제기, 교권침해가 취소됐다.

#3 도내 고교 교사는 학생들의 욕설에 시달렸다. 청소당번을 매번 힘없는 학생에게 떠넘겨 주의를 주자 “재수없다”는 말과 함께 욕설이 날아왔다. 이런 공격이 1년간 지속됐다. 해당 학생의 담임 교사는 “일대일로 말한 게 아니면 증거가 없는거고 그 아이가 내 말은 잘 듣는다”고 했다.



도내 한 고등학교 교사는 교권침해를 ‘철저한 소외’라 말했다. 그 역시도 교권침해 피해자다. 그는 본지 기자에게 “교권침해 사례는 많지만 중요한건 철저히 소외된다는 것”이라며 “이슈를 발생시킨 교사가 무능한 것이고 그냥 재수가 없던 게 된다. 아무도 교사 편이 돼 주지 않는다.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을 유난스럽게 보는 시선도 있다”고 밝혔다.

수업 중 학생 지도 과정에서 발생한 가벼운 신체접촉이나,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해 불만을 품은 학생이 교사를 학교폭력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해당 사안은 모두 본지가 전교조 강원지부를 통해 확인한 교권침해 사례다. 이에 대해 조영국 전교조 강원지부 정책실장은 “교사 개인이 쟁송에 휘말리면 몇 년 뒤에 무죄가 밝혀져도 어떤 이득도 없이 상처만 남는다”며 “그렇다 보니 노조에서도 가급적이면 쟁송을 피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교사가 안타까운 선택을 하며 교권 침해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진 가운데 이처럼 교육현장에서의 교권침해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교원노조들이 추가적인 단체행동에 나선다. 전교조 강원지부는 26일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활동 보호 대책을 위한 정책을 제안할 예정이며, 강원교사노조는 현장의 교사들이 익명으로 자신의 교권침해 사례를 남길 수 있는 ‘패들릿(여러 사람이 콘텐츠를 공유하는 웹사이트)’을 개설할 예정이다. 교육당국도 해결마련에 나섰다. 교육부는 오는 26일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교권 회복 관련 현장의견 수렴을 위한 초등교사와의 간담회’를 개최하고 일선 교사들과 만난다.

정민엽 jmy4096@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