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제대군인에게 장학금-대중교통 바우처 지원 검토”

신진우 기자 2023. 7. 25.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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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24일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 장관은 “엄숙주의, 폐쇄주의를 벗어나 국립서울현충원을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국립서울현충원 재창조 작업을 위한 종합 용역에 이미 착수했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린 것처럼 서울현충원도 국민들에게 완전 개방하겠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24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서울 동작구 서울현충원 개방과 관련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난달 보훈부가 ‘부(部)’로 승격될 당시 박 장관은 새로 출범한 부처의 우선 과제로 “서울현충원 재창조”를 꼽은 바 있다. 이날 인터뷰에선 “시민들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한강시민공원에서 서울현충원까지 이어지는 지하도로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등 보다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한 것.》




정전협전 70주년(27일)을 사흘 앞두고 진행된 이날 인터뷰에서 박 장관은 “대한민국은 피 묻은 군복 위에서 출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땐 6·25전쟁 발발과 관련해 북한 책임을 외면하고 전쟁이 그냥 나쁘다는 식으로만 인식한 경향이 있었다”며 “윤석열 정부의 호국·보훈은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총 들고 나선 분들을 최대한 예우하고 존경한다는 데서 전 정부와 가장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전 70주년을 맞아 오늘(24일)부터 22개 유엔참전국 대표단이 방한한다.

“최근 한국을 다시 찾은 참전용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어메이징(amazing)’이다. 윤석열 정부의 보훈부는 단순히 70년 전 그분들의 헌신에 대한 감사를 넘어 적극적으로 그분들에게 70년 동안 놀랍게 발전한 한국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자랑하려고 한다. 이는 우리의 소중한 외교 자산이 될 수도 있다.”

―정전 70주년과 한미 동맹은 따로 떼서 보긴 힘들 것 같다. 장관이 생각하는 한미 동맹의 의미는….

“한미 동맹은 70년 한반도 평화 구축의 기반이 됐고, 대한민국의 놀라운 발전에 토대가 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당시 분들은 한미 동맹 가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의 보훈 기조·정책을 평가한다면….

“문 전 대통령은 6·25전쟁을 ‘국제전’으로 바라본 책을 추천했다. 문재인 정부는 전쟁 발발과 관련해 북한 책임을 외면하고 전쟁은 그냥 나쁜 거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남북한 모두 책임이 있다는 양비론적 시각이다. 그렇게 보면 22개 참전국의 헌신, 희생에 대해 고맙다고 생각하기 힘들다. 대한민국은 피 묻은 군복 위에서 출발했다.”

―지난달 보훈부로 승격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국가보훈처로 있을 땐 존재감이 좀 없었다. 옛날 일 챙기고, 때가 되면 제사 같은 걸 지내는 부처라는 인식이 있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보훈처의 역할이 확대되고 보훈부로 승격까지 되면서 상당히 중요한 일을 하는 부처란 인식이 많이 생겼다. 한국인인데 한국을 태어나지 말아야 할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 보훈부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한국이란 나라, 공동체에 대해 국민들로 하여금 자연스러운 애정이 샘솟게 하는 데 있다. 소속감이 애국심이자 정체성이라 생각한다.”

서울현충원은 지난달 70년 만에 국방부로부터 보훈부로 이관이 결정됐다. 보훈부가 관련 운영권 등을 이어받는다는 것. 박 장관은 지난달 보훈부 출범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서울현충원을 호국의 성지이자 젊은이,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현충원 운영과 관련해 진전된 구상이 있는가.

“얼마 전 신임 검사들에게 강연하러 갔는데 아무도 현충원을 안 가봤다고 하더라. 현충원이 아무도 가지 않는 공동묘지라는 의미다. 이젠 이런 엄숙주의, 폐쇄주의를 벗어나 현충원을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만들겠다. 서울현충원 재창조를 위한 종합 용역에 이미 착수했다. 서울현충원에서 용산 가족공원까진 도보 이동, 한강시민공원까진 지하차도 신설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과도 만나 협업 방향을 논의했다. 서울현충원 내부에는 공연장·갤러리·수목원 등을, 입구에는 카페 등 쉼터를 만들겠다. 서울현충원 뒤 철조망을 제거해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린 것처럼 서울현충원도 국민들에게 완전 개방하겠다.”

―6·25 당시 국군 전사자 16만2394명 가운데 유해를 찾지 못한 이가 아직 12만 명이 넘는다.

“전사자 신원 확인은 국방부가 주로 하고 우린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독립지사 유해 봉환의 경우 보훈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사자든 독립지사든 그분들이 흩어져 있지 않도록 마지막 한 분까지 찾아 나서겠다.”

―참전용사 등 제복 입은 사람들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인지 군인·경찰·소방관 등 제복 입은 사람들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분위기가 생긴 게 사실이다. ‘군바리’(군인), ‘짭새’(경찰)라는 표현까지 쓰지 않나. 사실 지난 정부도 제복을 너무 좀 쉽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불법 시위대를 경찰들이 정당하게 진압해도 시위대는 오히려 보호해 주고, 경찰관은 과잉 진압이란 이유로 뭐라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보훈부 장관으로서 이러한 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제복은 단순한 근무복이 아니다. 우리 공동체가 가장 존중해야 할, 영웅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박 장관은 지난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청년 제대군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병역의무 이행에 따른 불이익 처우 개선 방안’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 바 있다. 이 자리는 박 장관이 “예비군 훈련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20대 초반을 나라에 바친 영웅”이라며 “저라도 장학금을 주고 싶다. 종합적인 대책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하겠다”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지 얼마 안 돼 마련됐다.

―보훈부 장관으로서 꼭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역할이 있나.

“먼저 (이번에 수해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에 대해선 안타깝고 송구스럽다. 채 상병 같은 이들에 대한 예우는 꼭 해주고 싶다. 또 중요한 부분이 제대군인들에 대한 지원이다. 정부는 지금 의무복무를 마친 군인들을 지원할 법률을 만들고 있지만 우선 제도적으로 이들을 뒷받침할 방안부터 검토 중이다. 군대에 갈 때는 ‘조국의 아들’인데 나올 때는 ‘남의 아들’이란 말이 있다. 이런 말이 나올 정도면 2년 동안의 군 생활을 약간은 소모품처럼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헌법재판소가 이미 위헌 결정을 내린 군가산점 등을 줄 순 없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인센티브는 줘야 한다. 제대군인에게 장학금을 주거나 대중교통 등 이용에 있어 바우처 등을 지급하는 방안, 인턴 활동 등에 있어 기회를 더 주는 방안 등을 놓고 이미 들여다보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지급하는 참전수당(39만 원)이 여전히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참전수당을 두 배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원래 35만 원이던 수당을 70만 원 수준이 되도록 하겠다. 참전수당이 지역별로 차별화돼서도 안 된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을 겨냥해 “부하를 다 죽이고 무슨 낯짝”이라고 주장했다.

“괴담 중 괴담이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정치인이 된 게 황당한 거다. 천안함 장병 등을 조롱하는 그런 행위들에 대해 보훈부가 민간과 함께 나서서 법률적으로 대응해 주는 팀을 곧 발족할 거다.”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이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를 돕기로 한 건 도덕적 차원에서 내린 결정만은 아니라고 본다. 신냉전 구도 속에서 대한민국의 생존이나 안보를 위해 간 거다. 군사적 지원에 대해 제가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 다만 (군사적으로도) 간적접인 기준을 갖고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본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 약력
△1965년생
△1988년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1988년 외무고시 합격(22회)
△1993년 사법시험 합격(35회)
△2004∼2006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수석검사
△2008∼2016년 18, 19대 국회의원(부산 북-강서갑)
△2022∼2023년 국가보훈처 처장
△2023년 6월∼ 국가보훈부 장관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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