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남긴 한 장의 음반[김학선의 음악이 있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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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찬은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유재하가 당시 잘 쓰지 않았던 코드를 사용해 곡을 만들었다며 그의 음악이 왜 지금까지 추앙받는지를 이야기했다.
그가 대학가요제나 강변가요제가 아니라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참가한 이유이기도 하다.
유재하의 이름을 달고 나온 딱 한 장의 음반.
그렇게 유재하의 음악은 발매된 지 36년이 지나서도 또다시 회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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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찬뿐일까. 유재하의 음악에 매료된 수많은 젊은이가 대회에 참가했다. 2회 대회 대상 수상자 고찬용(낯선 사람들), 4회 대상 수상자 유희열 등 재능 넘치는 청년들이 음악을 통해 유재하를 기렸다. 강현민(일기예보), 김연우, 나원주와 정지찬(자화상), 노리플라이, 루시드폴, 말로, 스윗소로우, 임헌일, 정준일 등 셀 수 없이 많은 음악인이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참가했다. 방탄소년단을 만든 방시혁도 이 대회 출신이란 건 사족 같지만 그만큼 유재하의 유산이 크고 넓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고작 한 장의 음반이었다. 유재하의 이름을 달고 나온 딱 한 장의 음반. 그마저도 안타까운 교통사고 사망으로 홍보조차 할 수 없었다. ‘가요톱텐’에 출연해 노래하는 영상이 유일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노래는 스스로 섰다. 발매 초기에 크지 않았던 반응은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이 이야기됐다. 그가 남기고 간 한 장의 음반 안에 얼마나 많은 ‘훌륭함’이 담겨 있는지에 대한 감탄이 태산처럼 쌓여 갔다. 2018년 평론가와 음악 관계자들이 모여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목록에선 불멸의 들국화 1집을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많이 이야기된 만큼 많이 팔렸다. 유재하 1집 바이닐(LP)은 흔하게 보였다. 하지만 젊은 세대에게 바이닐이 다시 인기를 얻으면서 유재하 음반도 쉽게 볼 수 없게 됐다. 중고 음반도 고가에 거래됐다. 유재하 음반을 소유하길 원하는 이들의 바람에 맞춰 얼마 전 유재하의 바이닐이 재발매됐다. 그렇게 유재하의 음악은 발매된 지 36년이 지나서도 또다시 회자됐다.
바이닐의 인기와 함께 무성의한 제작이 입길에 오를 때가 많다. 특히 가장 중요한 ‘소리’의 질은 기술의 발전을 역행해 형편없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 바이닐을 만들던 기술자들이 다 사라진 탓이다. 이번에 나온 유재하의 바이닐은 그런 점에서 모범적이다. 유재하 음악의 가치를 알고 귀히 여기는 이들이 마지막 재발매란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다.
지금껏 흔하게 봐온 익숙한 커버와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담배 연기가 그려져 있는 초판 커버를 함께 담았다. 인쇄 오류는 아쉬운 점이지만, 아날로그 마스터 테이프를 이용해 담은 사운드는 다시금 조규찬의 마음을 뛰게 할 만하다. 앨범의 첫 곡 ‘우리들의 사랑’부터 마음은 쿵쿵댄다. 이 멜로디, 이 서정. 서툰 듯한 유재하의 목소리는 오히려 노래를 더 빛나게 한다. 유재하의 인생은 너무나 짧았지만, 그의 예술은 그 누구보다 길 것이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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