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에서 아이에게 버럭 소리치지 마세요[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2023. 7. 2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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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존중이 있는 아이 교육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말을 듣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이 민망해지도록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혼내는 부모들이 있다. 아이에게 옳고 그른 것은 반드시 가르쳐줘야 한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 남들이 다 쳐다보도록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는 방법은 올바른 훈육이 아니다. 이런 상황은 아무리 어린아이여도 자존심이 상하고 수치심을 느낀다. 부모는 아이를 사랑해주고 보호해줘야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자신을 수치스럽게 만드는 것이 부모라니, 아이는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슬픔도 느낀다. 이런 일이 많아질수록 아이는 부모가 옳은 말을 하고 있고 혼내는 것이 아니어도, 부모가 사람이 많은 곳에서 무슨 말만 하면 큰 수치감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내 아이가 뛴다면 뛰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 말을 꼭 소리를 크게 질러 아이에게 창피를 주면서 할 필요는 없다. 이런 부모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첫째, 혼내고 화내고 성질내는 것을 교육이라고 착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화내고 성질을 내고 있으면, 아무리 옳은 말도 교육적인 의미를 잃는다. 그 순간 아이에게는 교육이 아니다. 둘째, 나는 내 단점을 딱 세 번 만에 교정할 수 있는 사람인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많은 부모들이 “딱 세 번까지 참을 거야. 그다음에는 혼날 줄 알아”라고 말을 한다. 나는 이 말처럼 말도 안 되는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여러 번 가르쳐줘야 한다. 뭔가를 가르치려면 오래 기다려줘야 하는 존재다. 어른들도 세 번 만에 문제를 고치기는 어렵다. 그런데 세 번 만에 고치지 않으면 혼을 내겠다고 엄포를 놓다니…. 딱 세 번만 참으면 아이를 함부로 해도 된다는 면죄부라도 생기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리고 아이도 자신이 떠드는 것보다 부모가 소리 지르는 것이 훨씬 더 시끄럽다는 것을 안다. 사람들이 자기보다 부모를 더 혐오하는 눈으로 보는 것을 안다. 초등학생만 돼도 “우리 엄마는요, ‘너 나가면 말 잘 듣고, 소리 지르지 말고, 얌전해야 돼’라고 말하면서 엄마가 더 크게 소리 지르고 떠들고 그래요. 창피해요”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공공장소에서 소리 지르는 부모를 보며 ‘아, 내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했구나. 고쳐야겠다’가 아니라 ‘엄마나 잘하시지’라고 생각한다. 부모의 권위가 떨어지는 것이다.

머리가 좋고 똑똑한 아이라고 해서, 정서까지 잘 발달되는 것은 아니다.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어린 시절 겪었던 두렵고 무서운 경험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기억하는 수준이 아니라 각인하고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그렇다. 무서웠던 경험을 잘 기억해야 다음에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빠가 마트에서 아이를 크게 혼냈다. 아빠는 며칠 지나면 이 일을 잊어버린다. 하지만 아이는 다음 번 마트에 왔을 때, 엄마에게서 더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고 아빠와 같이 있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아이를 아주 심하게 혼내거나 때리면, 아이는 그다음부터 그 행동을 안 하기는 한다. 그러면 부모는 문제 행동이 확 줄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큰 착각이다. 아이를 가르칠 때는 아이에 대한 존중을 밑바닥에 깔고 있어야 한다. 존중이 없으면 진실한 교육이 안 된다.

공공장소에서의 중요한 육아 포인트는 첫 번째, 무엇이 되고 안 되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두 번째,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공공장소에서의 지침은 단지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꼭 지켜야 하지만,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꼭 지켜야 한다. 아이가 다칠 수도 있다. 특히 대형마트는 시식코너도 있고, 쇼핑카트도 수시로 다닌다. 뛰다가 진열된 물건이 떨어질 수도 있다. 아이가 과하게 뛰어다니면 그런 장소를 피하든, 아이를 딱 잡고 다니든, 안든, 행동으로 아이에게 지침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소리를 지르면서 아이와 싸우고 있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거나 매를 들 때, 아이의 머릿속은 하얗게 된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아무 정보도 입력되지 않는다. 그 순간 아이는 엄청난 공포에 질려 버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매번 이렇게 교육받고 자란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을 때, 아니 청소년 시기만 되어도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는 머릿속이 하얗게 되고 만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당황스러운 상황은 너무나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내 아이의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면? 당연히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많이 떨어질 것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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