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연패 끊었다' 장시환, 1038일 만에 감격의 승리... 한화 '8회 13득점 대역전극' 공동 8위 등극 [고척 현장리뷰]
한화는 25일 서울특별시 구로구에 위치한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원정 경기에서 키움에 16-6 대승을 거뒀다. 연패를 2에서 끝낸 한화는 35승 4무 42패로 키움(40승 2무 48패)에 승차는 0.5경기 앞섰지만, 승률에선 0.4545로 동률이 돼 공동 8위로 올라섰다.
이날의 주인공은 7회말 한화의 다섯 번째 투수로 등판한 장시환이었다. 팀이 3-6으로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장시환은 김혜성, 로니 도슨, 이원석으로 이어지는 키움의 상위 타선을 공 7개로 깔끔하게 삼자범퇴 처리했다. 기적은 그다음부터 일어났다. 한화 타선은 8회 등판한 김재웅-이명종-김선기-윤석원을 상대로 무려 13점을 뽑아내면서 장시환에게 단숨의 승리 투수 요건을 만들어줬다.
주현상과 한승주가 8, 9회를 말끔히 막으면서 장시환은 2020년 9월 22일 대전 두산 베어스전 이후 1038일 만에 첫 승을 거뒀다. 2020년 9월 27일 대전 NC 다이노스전부터 시작된 연패의 역사는 지난 4월 1일 고척 키움전에서 절정을 맞았다. 이 경기에서 19연패를 기록한 장시환은 심수창(은퇴·18연패)을 제치고 KBO 역대 최다 연패 신기록이란 불명예를 떠안았으나, 그로부터 3개월 뒤 같은 장소에서 연패가 시작된 지 1033일 만에 19연패를 탈출했다.
한화는 선발 한승혁이 2⅔이닝 4피안타 3사사구(2볼넷, 1몸에 맞는 볼) 2탈삼진 3실점으로 제 몫을 하지 못했다. 타선도 7회까지는 20홈런에 선착한 노시환을 제외하면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으나, 8회에만 무려 10안타(1홈런) 5볼넷을 얻어내며 대역전극을 일궈냈다. 최종적으로 문현빈이 3안타 1타점, 이진영이 2안타(1홈런) 4타점, 노시환이 2안타(1홈런) 등 장·단 16안타를 몰아쳤다.
키움은 이용규(좌익수)-김혜성(2루수)-로니 도슨(중견수)-이원석(1루수)-송성문(3루수)-이형종(지명타자)-주성원(우익수)-이승원(유격수)-이지영(포수)으로 타순을 짰다. 선발은 장재영.
한화는 이진영(우익수)-정은원(2루수)-노시환(3루수)-채은성(1루수)-문현빈(중견수)-김태연(지명타자)-최재훈(포수)-닉 윌리엄스(좌익수)-이도윤(유격수)으로 타선을 구성했다. 선발은 한승혁.
양 팀 라인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키움의 핵심 이정후의 공백이다. 이정후는 지난 22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수비 도중 왼쪽 발목 신전지대(발목 힘줄을 감싸는 막) 부상을 당해 27일 수술에 들어간다. 재활까지는 약 3개월이 걸릴 예정. 홍원기 키움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격려밖에 할 말이 없었다"면서 "도슨이 앞선 두 경기에서 잘해줘서 기대가 크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에너지가 좋은 선수라는 것이다.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고 있다"고 기대를 걸었다.
한화에서는 새 외국인 타자 윌리엄스의 타순이 어느덧 8번까지 내려가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윌리엄스는 지난달 18일 브라이언 오그레디의 대체 선수로서 한화에 입단해 첫 3경기에서 타율 0.273(11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으로 기분 좋게 스타트 했다. 그러나 갈수록 스트라이크존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고 7월 한 달간 타율 0.150(40타수 6안타), 0볼넷 12삼진으로 부진했다. 자연스레 타순도 4번에서 전반기 막판 7번으로 강등당했고 이제는 8번까지 내려오게 된 것.
믿지 못할 대역전극은 한화가 3-6으로 뒤진 8회부터 시작됐다. 장시환이 7회를 공 7개로 삼자범퇴로 막은 가운데 8회초 선두타자 문현빈이 바뀐 투수 김재웅을 상대로 중전 안타를 기록했다. 김태연과 최재훈이 연속해 볼넷을 얻어냈고 키움은 마운드를 이명종으로 교체해 윌리엄스를 일단 유격수 뜬 공으로 잡아냈다.
하지만 대타 하주석의 좌익수 방면 1타점 적시타로 한화 타선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진영이 중견수 희생플라이 1타점으로 5-6, 1점 차를 만들었고 정은원은 볼넷을 얻어내 기세를 이어갔다. 노시환의 타석에서 홍원기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당한 것을 기점으로 무게의 추가 한화로 쏠리기 시작했다. 2사 만루에서 노시환이 건드린 6구째 공이 파울이 됐다. 키움 포수 김동헌은 타구가 페어지역에서 발에 맞았다고 어필했고 홍원기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민호 주심은 타구는 페어지역에 떨어졌으나, 공 자체는 배터 박스 안쪽에서 노시환의 발을 맞았다는 판단에 따라 원심 유지를 선언했다. 앞선 6회말에도 송성문의 2루타 후 3루 진루 시도 당시 정은원의 주루 방해를 어필한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키움으로서는 판정에 아쉬움이 남은 상황. 홍원기 감독은 이번에는 참지 않고 재차 항의하면서 퇴장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악재로 작용했다. 노시환이 볼넷을 얻어내며 밀어내기로 6-6 동점이 만들어졌다. 김선기로 마운드를 교체했으나, 채은성이 우전 2타점 적시타를 뽑아내면서 한화가 8-6으로 역전했다. 문현빈과 김태연이 쉴 틈을 주지 않고 연속 적시타를 때려냈고 권광민은 우중간을 가르는 쐐기 2타점 3루타로 12-6을 만들었다.
한화의 폭발력을 계속 유지됐다. 윌리엄스가 좌중간 1타점 적시 2루타를 기록하자, 키움은 이원석을 김건희, 김혜성을 김병휘로 교체돼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아꼈다. 김선기는 아웃 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하주석에게 볼넷을 주고 윤석원과 교체됐고, 윤석원은 이진영에게 좌월 스리런을 맞으면서 8회에만 13점째를 내줬다. 이후 정은원, 노시환이 연속 안타를 기록했고 대타 장지승이 초구를 건드려 유격수 뜬 공 처리되고 나서야 길었던 8회가 마무리됐다.
1회 첫 타자 이진영을 우익수 뜬 공으로 돌려세우더니 정은원과 노시환을 연속 루킹 삼진으로 잡아냈다. 시속 150km의 빠른 공으로 유리한 볼 카운트를 만들고 커브와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사용해 삼진을 솎아냈다. 2회에는 이지영과 직구 위주의 볼 배합을 가져가면서 두 개의 삼진과 함께 2연속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3회에는 최재훈을 맞히고 이진영을 송성문의 포구 실책으로 내보냈지만, 윌리엄스를 직구 5개로 헛스윙 삼진, 이도윤을 직구 2개로 2루수 직선타, 정은원을 직구 3개로 1루수 땅볼 처리하면서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직구 위주의 볼 배합은 결국 대량 실점을 불러왔다. 장재영이 4회 선두 타자 노시환에게 던진 4구째 시속 150km 빠른 공은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비거리 120m의 시즌 20호포. 노시환은 이 홈런으로 KBO리그 해당 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뒤이어 문현빈과 김태연에게 좌익수 방면 연속 안타를 허용한 장재영은 최재훈을 8구 승부 끝에 2루수 뜬 공 처리했다. 하지만 윌리엄스에게 직구만 3연속으로 던지다 우전 1타점 적시타를 허용했고 폭투까지 내주면서 3-3 동점을 허용했다.
5회에는 직구, 슬라이더, 커브를 골고루 섞어가며 이진영, 정은원을 연속 삼진 처리했다. 노시환에게 볼넷, 채은성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으나, 문현빈을 3구 만에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으로 처리하면서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날 장재영은 총 투구 수 99구(직구 57구, 슬라이더 30구, 커브 12구)로 개인 한 경기 최다인 9탈삼진을 기록했다. 지난 5일 고척 NC 다이노스전 7탈삼진을 넘어선 성과. 최고 시속 154km의 빠른 공으로 구위만 보면 안우진인지 장재영인지 헷갈릴 정도의 위력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한화 선발 한승혁은 55구 만에 3회 2사에서 이태양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났지만, 그를 대신한 이태양이 2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후반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고척=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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