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나를 싫어하겠지만···” 구속 대신 커맨드 선택한 벤자민, 가을야구 자신감도 전했다[SS인터뷰]
[스포츠서울 | 수원=윤세호기자] 구속에 현혹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부터 시속 150㎞ 이상을 구사하며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지만 정말 중요한 게 따로 있음을 인지했다. 가장 익숙한 투구 메커닉으로 돌아와 커맨드가 안정됐고 그러면서 팀과 함께 상승곡선을 그린다. 사령탑도 ‘킵 고잉!’이라고 미소 지으며 그를 격려했다. KT 웨스 벤자민이 커리어 최고 투구를 펼친 소감을 전했다.
벤자민은 25일 수원 LG전에서 103개의 공을 던지며 8이닝 3안타 1볼넷 9탈심진 무실점으로 괴력을 발휘했다. 후반기 첫 등판에서 시즌 10승째를 거뒀고 평균자책점은 3.83으로 낮췄다. 지난 4월 1일 개막전부터 LG와 상대한 4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벤자민의 호투로 KT는 2연승. 그리고 LG와 상대 전적을 4승 4패로 맞췄다.
경기 후 벤자민은 호투의 비결로 되돌린 메커닉을 꼽았다. 시즌 준비 과정에서 팔을 내리고 구속이 향상됐지만 제구에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다시 팔을 올리면서 커맨드를 잡았고 이날 자신의 한 경기 최다 이닝도 달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LG 상대 호투 원인에 대해서는 동료들의 도움을 꼽으면서 포스트시즌 LG전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다음은 취재진과 벤자민의 일문일답.
-승리구를 챙겼다. 10승과 8이닝 무실점 중 어디에 의미를 두고 싶나?
나도 확실히는 모르겠다. (박)병호 형이 줬는데 아마 10승 기념구가 아닐까 싶다.
-개막전에서도 뛰어난 피칭을 했는데 오늘은 개막전보다 더 내용이 좋았다. 비결은?
일단 메커닉 변화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이번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을 활용해 메커닉을 가다듬었다. 불펜 포수들의 도움을 받아 꾸준히 공을 던졌다. 도와준 불펜 포수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앞으로는 지금 투구 메커닉으로 꾸준히 가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메커닉 변화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수 있나?
팔 높이에 변화를 줬다. 지난 오프 시즌에 팔각도를 낮췄다. 그러면서 구속이 많이 올랐다. 하지만 커맨드는 안 됐다. 그래서 다시 내게 가장 익숙한 팔각도로 돌아왔다. 더 높은 각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구속은 좀 줄었지만 커맨드는 훨씬 낫다.
-오늘 초구 스트라이크가 많았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메커닉이 잡히면서 커맨드에 자신이 있다. 그리고 예전부터 타자들과 승부할 때 초구 스트라이크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오늘은 중요한 부분들이 다 잘 이뤄졌다.
-이강철 감독은 전반기 막바지에 이미 벤자민 선수 등판 날짜를 후반기 LG전에 맞췄다. LG 표적 등판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계속 성공하고있다. 이에 대한 소감은?
당연히 LG는 나를 싫어할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어느 팀을 상대하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 LG와 다시 만나도 계속 열심히 잘 던지겠다.
-LG전 결과가 계속 잘 나오니까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길 것 같은데.
자신감도 중요하다. 그런데 LG와 많이 하다 보니 타자들에 대한 정보가 많아졌고 포수에게 도움도 계속 잘 받는다. (장)성우 형을 믿고 던지는 것도 자신감이 계속 높아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어쩌면 LG는 포스트시즌에서 맞붙을 수도 있는 상대다. 포스트시즌에서 만나게 되면 어떨 것 같나?
좌타자 상대로 장점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LG에 좌타자가 많으니까 결과도 잘 나온다고 본다. 지금 메커닉을 잘 유지하고 포스트시즌까지 가면 좋은 투구를 계속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애리조나 투산 스프링캠프에서 라이브 피칭하는 것을 봤다. 당시 2월인데 150㎞가 넘는 공을 던졌다. 정말 대단했다. 하지만 다시 팔을 높이면서 구속이 아닌 커맨드를 선택했다. 투수로서 구속을 포기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런 결정을 한 이유가 있나?
구속은 좋았지만 커맨드가 너무 힘들었다. 구속도 유지하고 원하는 곳에 던지면 정말 좋겠지만 그게 안 되더라. 다시 팔을 높였을 때는 커맨드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구속보다 커맨드가 투구 자신감에 있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0승을 이룬 소감은?
동료들에게 항상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등판할 때마다 득점을 정말 잘 뽑아 준다. 내가 못 했을 때도 동료들이 득점해줘서 이긴 경기도 있다. 10승은 우리 동료들이 만들어줬다.
-한국어를 굉장히 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기분, 혹은 앞으로 각오를 한국어로 한다면?
우승 차지하자!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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