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면 어때'…27m서 몸 던진 국내 유일 하이다이버 최병화(종합)

이대호 2023. 7. 25.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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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로는 첫 출전…27일 3·4차 시기로 최종 순위 가려
한국 육상 아시안게임 최초 금메달리스트이자 1950년 보스턴 마라톤 3위 故 최윤칠 고문 손자
최병화 ‘지켜봐’ (후쿠오카=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최병화가 25일 일본 후쿠오카 씨사이드 모모치 해변 공원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하이다이빙에서 연기를 펼치기 앞서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3.7.25 mon@yna.co.kr

(후쿠오카=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아파트 10층 높이인 27m 고공에서 몸을 던지는 하이다이빙은 평범한 다이빙과 다른 점이 두 가지가 있다.

워낙 다치는 선수가 자주 나오기 때문에 입수 풀 근처에는 여러 명의 안전요원이 대기하고 있다가 선수가 입수하면 상태를 살핀다.

그래서 선수들은 물에서 나온 뒤 자기가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또한 상체부터 입수하면 자칫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다리로 수면을 뚫어야 한다.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경기하는 세계선수권대회 하이다이빙에 최초로 한국 선수가 출전해 아름다운 고공비행을 선보였다.

최병화 ‘간다’ (후쿠오카=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최병화가 25일 일본 후쿠오카 씨사이드 모모치 해변 공원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하이다이빙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23.7.25 mon@yna.co.kr

한국의 유일한 '하이다이버' 최병화(31·인천광역시수영연맹)는 25일 일본 후쿠오카 모모치 시사이드 파크에서 열린 2023 국제수영연맹 후쿠오카 세계선수권대회 하이다이빙 남자부 경기에서 1∼2차 시기 합계 74.40점으로 전체 23명 가운데 최하위를 했다.

초등학교 때 잠시 경영 선수로 활동하다가 수영과는 무관한 삶을 살았던 최병화는 다이빙에 매력을 느껴 누구도 걷지 않았던 길을 가기 시작했다.

하이다이빙은 전 세계를 통틀어 상시 경기할 수 있는 곳이 손에 꼽을 정도로 준비 과정이 쉽지 않은 종목이다.

최병화는 자비를 들여 외국을 떠돌며 대회를 준비한 끝에 와일드카드 초청 대상으로 뽑혀 세계선수권대회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최병화, 27m 상공에서 펼치는 아찔한 연기 (후쿠오카=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최병화가 25일 일본 후쿠오카 씨사이드 모모치 해변 공원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하이다이빙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23.7.25 mon@yna.co.kr

생애 첫 세계선수권대회 다이빙대에서도 그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밝은 얼굴로 27m 아래 수면을 바라본 뒤 주저하지 않고 몸을 던졌다.

1차 시기에서 앞을 보고 뛰어 무릎을 펴고 양손으로 하체를 감싸 창 모양을 만드는 파이크(Pike) 자세로 한 바퀴를 돌아 뒤로 회전하는 난도 2.8짜리 '312B' 연기를 시도한 그는 36.40으로 전체 23명 가운데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다이빙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 한 장이 추가된 순간이다.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 때문에 1시간가량 경기가 중단됐고, 최병화는 긴 기다림 끝에 2차 시기를 위한 다이빙대에 섰다.

이번에는 앞으로 뛰어 파이크 자세로 몸을 한 바퀴 반 비틀고 세 바퀴 회전하는 난도 2.8 '5163B'를 택했다.

연기 마친 최병화 (후쿠오카=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최병화가 25일 일본 후쿠오카 씨사이드 모모치 해변 공원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하이다이빙에서 연기를 마친 후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3.7.25 mon@yna.co.kr

하지만 준비한 동작을 완수하지 못했고, 38.00점을 더하는 데 그쳐 합계 74.40으로 순위표 맨 아래까지 내려갔다.

최병화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총 1∼4차 시기까지 연기하는 하이다이빙은 부상 위험 때문에 하루에 모두 일정을 소화하는 대신 이틀에 나눠 경기한다.

27일 열릴 3∼4차 시기에서 최병화는 다시 다이빙대에 선다.

최병화 ‘입수’ (후쿠오카=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최병화가 25일 일본 후쿠오카 씨사이드 모모치 해변 공원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하이다이빙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23.7.25 mon@yna.co.kr

최병화의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최병화는 할아버지는 '불운한 마라토너'로 불렸지만, 한국 스포츠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이룬 고(故) 최윤칠 대한육상연맹 고문이었다.

최윤칠 고문은 1948년 런던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해 38㎞까지 선두로 달렸다. 하지만, 근육 경련 탓에 결승선을 3㎞ 정도 앞두고 기권했다. 최윤칠 고문이 35㎞를 2시간06분02초, 1위로 통과한 것을 증명하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렇게 최윤칠 고문은 한국 선수들이 태극기를 달고 출전한 첫 올림픽에서 메달리스트가 될 기회를 놓쳤다.

최윤칠 고문은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는 완주에 성공했지만, 4위로 레이스를 마쳐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올림픽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최윤칠 고문은 한국전쟁의 상흔을 안고 출전한 1954년 마닐라 아시안게임에서 1,500m에 출전해 3분56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따낸 첫 번째 금메달이었다.

1950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함기용, 송길윤에 이어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병화는 할아버지 최윤칠 고문의 권유로 유아스포츠단 수영부에 들어가 수영을 배웠고, 대학에 입학해서는 조정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해병대를 전역한 뒤에는 트라이애슬론에 도전하기도 했다.

2016년부터 아마추어로 다이빙을 즐기던 최병화에 대한 소문이 '엘리트 업계'에도 퍼졌고, 최병화는 지난해 대한수영연맹 등록선수가 되면서 국제대회에 출전할 자격도 갖췄다.

올해는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하이다이버 타이틀도 얻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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