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퇴직연금, 분산투자로 수익률 제고… 공모펀드 활성화도 모색” [세계초대석]

우상규 2023. 7. 25.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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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2023년 자산운용사 출신으론 첫 선출
취임 7개월 노하우 살린 정책들 추진
퇴직연금도 국민연금처럼 운용 투자
채권·주식 등에 분산 ‘디딤펀드’ 구상
월 85만원씩 복리로 30년 뒤 5억 가능
침체된 공모펀드, ETF로 전환 추진
거래소 상장땐 중소운용사도 길 열려
부동산 PF 모니터링… 위급 상황은 없어
금투세 문제도 2024년 말까지 준비 최선
벤처 등 지원 사모펀드 인식개선도 시급

증권사 대표 출신 일색이었던 금융투자협회장 자리에 올해 첫 자산운용사 대표 출신 회장이 선출됐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취임 7개월을 넘긴 그는 자산운용사 대표가 가진 노하우를 살린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퇴직연금을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으로 분산해 투자하는 ‘디딤펀드’다. 현재 고금리 기조가 장기적으로는 저금리 기조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서 회장의 확신에서 출발한 정책이다.

서 회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사옥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국민연금처럼 주식, 채권, 대체투자가 잘 분산돼 있는 디딤펀드 유형을 자산운용사와 협의해 만들어 가려 한다”며 “30세부터 월 85만원씩을 내면 연 복리 3%만 돼도 60세 때 5억원을 만들 수 있는 펀드를 구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사옥에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퇴직연금을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으로 분산해 투자하는 ‘디딤펀드’ 조성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이재문 기자
그는 침체된 공모펀드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상장지수펀드(ETF)로 전환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기존 공모펀드를 여러 개 묶어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ETF 형태로 전환하면 새로운 자금을 유입할 수 있고, 중소형 운용사에도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비상장기업과 벤처기업에 자금을 수혈하기 위해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얼룩진 사모펀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다음은 서 회장과 일문일답.

―취임 7개월이 지났다. 어떤 부분에 가장 관심을 쏟았나.

“취임하고 두 가지 가장 시급한 부분이 있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유동성 문제와 사모운용사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문제다. 부동산PF는 지난해 말부터 금융 당국과 협회가 협조해 문제없이 넘어 왔다. 올해도 연초 이후 모니터링하면서 대응하고 있는데 아직 위급한 상황은 없었다. 최근 새마을금고 문제가 불거졌지만 당국에서 선제적으로 문제가 될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곧 수그러들 것이다. 지방 건설사업장 같은 경우 일부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규모가 작아 파급 효과가 크지 않다. 사모운용사 금투세 문제는 정부와 협회, 국회의원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내년 세법 개정할 때 적극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기대한다. (금투세 유예로) 2025년 1월1일부터 다시 시행하는 것이니 내년 말까지 정리할 수 있는 기간이 있고 준비를 잘할 생각이다.”

―부동산PF는 정말 안심해도 되는 상황인가.

“지금은 단순하게 어디가 자금이 부족할 것 같다고 보충해 주는 게 아니고 사업장별로 관리하고 있다. 사업장에 관계된 대주단도 있고 투자해 주는 기관도 있고 여러 곳이 같이 뭉쳐 있기 때문에 올해 대주단 협약식을 맺었다. 대주단 협약에 참여했던 기관들이 모여 사업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협의를 하고 사업을 끌고 갈 수 있도록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본PF로 전환하기도 하고 사업장별로 관리한다. 사업장별로 사업이 진전되는 것이다. 증권사 부동산PF 연체율도 자기자본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이다. 대출로 전환하거나 충당금으로 쌓이는 것을 상각(회계장부에서 뺌) 처리를 하는 등 연체율 감소 노력을 계속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연체율은 떨어질 것이다. 총량이 크면 굉장히 위험하게 받아들이겠지만 아직 그런 건 아니다.”

―퇴직연금은 금융투자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여겨진다.

“퇴직연금 전체 자산 330조원 중 원리금 보장 말고 수익을 내기 위해 운영하는 것은 13∼14%밖에 안 된다. 문제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금리가 올라 확정금리형 상품을 선택해도 괜찮았는데 앞으로는 이게 안 될 것이라는 거다. 금리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1∼2%대로 운용하는 건데 30년 해도 남는 게 없다. 이 자금 중에 상당 규모가 투자 영역으로 넘어와서 연 수익률 5∼6% 복리를 챙긴다면 꽤 의미 있는 돈이 된다. 수익률을 3%로만 가정하고 60세 때 5억원을 만들려고 하면 30세부터 월 85만원씩 내면 된다. 여기서 수익률을 6%로 올리면 훨씬 더 많은 돈이 될 거다.”
―그렇게 높은 수익률이 가능한가.

“국민연금 설립 이후 지금까지 수익률이 5%가 넘는다. 주식, 채권, 대체투자 크게 세 분야를 적절히 분산해서 운용한 거다. 마이너스도 있겠지만 길게 보면 5% 넘는 수익률로 30년 넘게 운용해 온 것이다. 퇴직연금도 6∼7%로 운용하면 10억원 자산이 생길 수도 있는 것 아닐까. 국민연금처럼 주식, 채권, 대체투자 카테고리가 잘 분리된 상품을 운용해 주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 ‘디딤펀드’를 운용사와 협의해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리금 보장에 자금을 묻어 뒀던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실적 배당을 받을 수 있는 펀드, 한옥의 문지방을 넘었을 때 디딜 수 있는 돌 같은 펀드를 만들려 하고 있다. 5년간 성장주 ETF 등에 투자한 10명 중 9명은 디딤펀드 5년치 실적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축적 단계부터 과감하게 인센티브를 줬으면 좋겠다. 지금은 1200만원까지 저율로 과세가 되는데 2400만원 정도로 2배로 올렸으면 한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사모펀드의 인식이 좋지 않다.

“우리나라 사모펀드 운용사가 380개사 정도 된다. 이들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를 봐야 한다. 사모펀드가 비상장기업, 벤처기업에 지원한 자금이 꽤 많다. 메자닌증권에 약 9조1000억원, 비상장기업 지분증권에 22조8000억원가량 투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정도 돈이 모험기업에 지원되는 거다. 일부 라임·옵티머스 사건 때문에 건전하게 자기 역할을 묵묵히 하는 곳까지 판매가 안 되면 기업에 자금 공급이 어려워진다. 이 부분을 정상화하기 위해 당국과 얘기하고 있고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공모펀드 ETF 전환은 어떤 취지인가.

“통계를 보면 10년 전부터 미국, 유럽 시장의 공모펀드가 줄고 있다. 그 자리를 ETF가 차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ETF는 투명하고 비용이 싸고 언제든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펀드는 일단 어디에 투자하는지 모르고 거래를 위해 매도를 청구하면 해외는 7∼8일이 걸린다. 매도 청구할 때 얼마에 팔렸는지도 잘 모른다. 가령 1000만원을 생각하고 환매청구를 했는데 실제로는 1000만원이 안 될 수도 있다. 한계가 명확하다. ETF가 성공하려면 유동성이 원활하게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삼성, 미래에셋, KB자산운용이 ETF 시장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공모운용사가 갖는 대형펀드들, 수천억원 규모로 투자자가 몰려 있는 것을 ETF로 바꿔 거래소에 상장하면 유동성공급자(LP) 도움 없이 스스로 사고파는 게 가능해 중소운용사에도 길이 열린다. 기존 공모펀드를 거래소에 전환 상장하는 ‘X클래스’를 협의하고 있는데, 올해 안에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시아 톱3 증권사 탄생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대형 증권사들 만나 보면 해외 진출에 관심이 많다. 한화증권 같은 경우 인도네시아 자산운용사를 인수한다고 들었고 자산운용사, 증권사 할 것 없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홍콩 등 15개국 내외 60∼70곳씩 해외법인으로 나가 있다. 주로 동남아시아 쪽이 많은데 좀 더 시야를 넓게 보고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는 시장을 찾아봤으면 한다. 특히 인도는 인구가 가장 많고 평균연령이 28세로 적고, 연평균 성장률이 6%로 잠재력이 풍부한 나라로 보고 있다. 영국의영향으로 규정도 잘 정립돼 있다. 회원사 대표들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시장 인도에 대해 관심을 가져 달라고 얘기한다. 운용사가 진출하기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운용사는 소수 전문 인력이 들어가 펀드를 론칭한다. 최소 3년 이상 성과를 쌓아 두면 인도에서는 로컬운용사라는 편견이 없어서 수익률만 좋으면 한국 기업에도 얼마든지 기회가 있을 것이다.”

―대체거래소가 예비인가를 받았는데 한국거래소와 차별점은.

“협회와 증권사, IT(정보기술) 기업들이 1500억원을 출자해 만든 넥스트레이드가 예비인가를 받았는데 내년 말 본인가를 받을 거 같다. 2025년쯤 영업이 시작될 것이다.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 예탁증권 정도부터 시작할 건데 문제가 없으면 거래소와 경쟁하는 ETF, 토큰증권, 수익증권을 대체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미국은 파생상품도 거래한다.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이 많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1962년 충남 논산 출생 ●서울 배재고 ●고려대 경제학 학사·재무관리 석사 ●대한투자신탁 입사 ●미래에셋증권 마케팅본부장(상무) ●리테일사업부 대표(사장) ●퇴직연금추진부문 대표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사장 ●미래에셋자산운용 마케팅, ETF 총괄 사장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대담=우상규 경제부장, 정리=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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