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에서 11연승 감독으로…이승엽 감독, 사령탑으로 새 역사
코치 경력 없는 이승엽, 초보답지 않은 '차분한 리더십'으로 우뚝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라이언킹' 이승엽(46) 감독이 지난 겨울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았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2017년 은퇴한 이승엽 감독은 오랫동안 프로야구를 떠나있었고, 코치 활동이 전무해 현장 감각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선수 시절 한 시즌 56개 홈런을 치는 등 독보적인 성적을 거뒀지만, 지도자로선 예능 프로그램에서 은퇴 선수들을 이끈 것이 전부라는 지적도 있었다.
팀 전력도 문제였다. 두산은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이적하거나 은퇴하면서 전력이 곤두박질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유계약선수(FA) 양의지를 영입했지만, 가을야구 진출을 노릴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타팀들도 두산을 경쟁 상대로 평가하지 않았다.
두산을 제외한 9개 구단 감독은 프로야구 2023시즌 미디어데이에서 '가을야구에서 만날 것 같은 팀을 두 개씩 골라달라'는 질문에 아무도 두산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승엽 감독의 두산은 출발부터 삐그덕거렸다.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은 호주 스프링캠프 훈련 중 타구에 머리를 맞아 전력에서 이탈했고, 새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는 정교함이 떨어져 타점 기회마다 번번이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나 두산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고꾸라지진 않았다.
초보 사령탑답지 않게 차분하게 시즌을 풀어나가는 이승엽 감독의 리더십 덕분이었다.
이 감독은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들을 중심으로 '이기는 야구'를 펼쳐나갔다.
시즌 초반엔 선수들의 판단력을 믿고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주문했고,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부진한 선수를 대할 때도 그랬다. 이승엽 감독은 선수들을 신뢰하며 뚝심 있게 기회를 줬다.
과감한 용병술도 눈길을 끌었다.
선발 로테이션이 무너지자 은퇴 갈림길에 서 있던 베테랑 왼손 투수 장원준을 중용해 공백을 막았다.
침묵하던 외국인 타자 로하스는 점점 살아나기 시작했고, 베테랑 선수들은 승부처에서 강한 면모를 펼쳤다.
두산은 부상이 재발한 딜런을 대신해 지난해 두산에서 뛰었던 브랜든 와델을 재영입하는 과감한 결정을 하기도 했다.
두산은 끈끈해지기 시작했다. 6월 한 달간 1점 차 경기에서 승률 0.667을 기록할 만큼 강한 야구를 펼쳤다.
이승엽 감독의 차분하고도 과감한 리더십은 두산을 강하게 만들었다.
전력을 완성한 두산은 7월 이후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두산은 7월 1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2-1로 승리한 뒤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라울 알칸타라, 브랜든, 곽빈, 최원준, 김동주 등 5명의 선발 투수들이 경기 초반을 책임졌고, 김명신, 정철원, 홍건희 등 필승조는 뒷문을 완벽하게 잠갔다.
타자들도 힘을 모았다. 양의지, 정수빈, 허경민 등 베테랑 선수들이 공격을 이끌었다.
아쉬운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도 있었다. 중심타자 김재환은 24일까지 7월 월간 타율이 0.162에 그쳤고, 양석환도 0.209로 부진했다.
그러나 이승엽 감독은 두 선수를 믿었다. 11연승이 걸린 25일 롯데전에서 김재환을 3번, 양석환을 5번에 배치했다.
그리고 경기전 "김재환과 양석환이 마지막 열쇠"라며 "반드시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 감독의 뚝심은 경기에서 표출됐다. 김재환은 1-0으로 앞선 3회말 투런 홈런을 터뜨리는 등 3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고, 양석환은 7회 솔로 홈런을 포함해 2타수 2안타 2타점 2볼넷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마지막 열쇠'까지 힘을 합친 두산은 롯데를 8-5로 누르고 구단 역사상 최다인 11연승을 내달렸다.
'국민 감독' 김인식 전 감독도,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태형 전 감독도 이루지 못한 연승 기록이다.
이승엽 감독은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이 2008년 달성한 부임 첫 시즌 역대 최다 연승 타이기록까지 썼다.
믿음과 뚝심에서 나온 의미 있는 기록이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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