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다 했더니 리그 4번째로 10승 고지··· ‘8이닝 무실점 대역투’ 벤자민 “더 잘 던질 수 있을 것 같아”[스경xMVP]
개막전보다 더 강력했다. KT 좌완 웨스 벤자민(30)이 KBO리그 입성 이후 최고의 투구를 보여주며 다시 한 번 선두 LG를 잡았다.
벤자민은 2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LG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3안타 1볼넷 9삼진 무실점의 역투를 펼쳤다. KT는 4-1로 승리하면서 후반기 첫 3연전에서 삼성에 2승1패를 거둔 데 이어 선두 LG를 만나서도 승리로 출발했다.
벤자민은 NC 에릭 페디(13승), LG 애덤 플럿코(11승), 두산 라울 알칸타라(10승)에 이어 리그 4번째로 10승 고지를 밟았다. 10승 중 무려 4승이 LG전에서 나왔다.
벤자민은 올시즌 개막전이었던 4월1일 LG전에서 6이닝 2안타 4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해 KT에 시즌 첫승을 안겼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일찍이 시속 150㎞ 빠른 공을 던지며 위력적인 구위를 보인 벤자민을 KT는 미리 개막전 선발로 낙점해놨고 벤자민은 기대에 답했다. 당시 염경엽 LG 감독은 “(타자들이) 손을 댈 수가 없다더라”며 벤자민의 구위에 감탄하기도 했다.
기운차게 출발한 벤자민은 이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조기 강판도 됐고 슬럼프를 겪었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LG에게만은 강했다. 벤자민은 전반기 LG를 상대로 3경기에 나가 17.1이닝을 던지면서 3승을 거뒀다. 시즌 평균자책이 4점대였는데 LG전에서는 1.04로 압도적이었다.
KT가 벤자민을 LG와 개막전에 선발로 앞세웠던 것은 왼손 타자에게 강하고 LG는 왼손타자가 많기 때문이었다. 입증하듯 성적이 좋으니 후반기 출발도 KT는 LG에 맞췄다. 지난 주말 삼성 3연전에 등판하지 않고 이날 LG 3연전의 시작에 맞췄다. 벤자민은 개막전을 훨씬 뛰어넘는 명품 투구를 보여줬다.
최고구속 149㎞의 빠른 직구를 앞세워 슬라이더와 컷패스트볼, 투심패스트볼로 승부했다. 힘이 실린 공으로 예리하게 구석으로 찌르자 LG 타자들은 손을 대지 못했다. 전반기에 잘 되지 않던 코너워크를 절묘하게 구사하면서 빠른 승부를 통해 투구 수를 조절하고 8이닝까지 마운드를 지킬 수 있었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었던 11일 키움전에서 7.2이닝 6안타 11삼진 2실점의 호투로 9승째를 거뒀던 벤자민은 후반기의 시작점에서 8회까지 103개를 던지면서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지난해 KBO리그 입성 이후 최다 이닝 투구다.
2회 2사후 박동원에게 좌전안타, 4회 사후 오스틴에게 좌전안타, 7회 선두타자 김현수에게 중전안타로 7이닝 동안 3안타만 맞고 단 한 번도 득점권에 주자를 보내지 않은 벤자민은 투구 수 100개를 향해가던 8회초 2사후 신민재에게 처음으로 볼넷을 내줬다. 그러나 마운드에 올라온 이강철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재정비 한 뒤 홍창기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 8이닝 무실점 투구를 완성했다.
벤자민의 호투에 KT 타자들은 LG 선발 플럿코를 초반 공략하며 힘을 실었다. 3회말 1사 1·2루에서 알포드의 적시 2루타로 선취점을 뽑은 뒤 계속된 1사 2·3루에서 플럿코의 폭투와 박병호의 내야 땅볼로 3-0을 만들었다. 7회말에는 1사 1루에서 9번 배정대가 적시 2루타로 추가점을 뽑아 KT는 벤자민에게 4득점을 지원해줬다.
KT는 4-0으로 앞선 9회초 세이브 상황이 아니지만 마무리 김재윤을 투입했고 1실점 했지만 승리를 지키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지난 시즌 교체 선수로 시즌 중 입단해 평균자책 2.70으로 잘 던졌지만 5승(4패)에 머물렀던 벤자민은 올해 처음으로 10승을 거뒀다. 경기 뒤 박병호로부터 ‘10승 기념구’를 받은 벤자민은 “10승 하게 돼 기쁘다. 항상 내가 던질 때마다 타자들이 득점 지원을 잘 해준다. 10승은 동료들 덕분에 거뒀다.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며 “LG전에 잘 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LG에 왼손 타자가 많아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감도 중요하지만 최근 포수 (장)성우 형을 잘 믿고 던져서 자신감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기복이 있었던 벤자민은 확실히 시즌 중반 이후 달라지고 있다. 7월 들어 3경기에서 3승을 거둔 벤자민은 10승과 함께 자신감도 더욱 장착하기 시작했다.
벤자민은 “올시즌을 앞두고 팔 각도를 낮췄다. 구속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한 것이었는데 던지다보니 타자들이 공을 많이 골라내서 불리해짐을 느꼈다. 그래서 팔 각도를 다시 높였다. 구속은 조금 줄었지만 커맨드를 안정되게 되찾아 좋아진 것 같다. 남은 시즌은 더 좋은 투구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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