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심장박동기 이식→심양홍 파킨슨병, 원로들의 안타까운 투병 [Oh!쎈 이슈]
[OSEN=하수정 기자] 연기 경력 최소 40년을 거뜬히 넘기고, 대중을 웃기고 울린 원로 배우들이 잇따라 투병 소식을 전했다. '꽃보다 할배'에서 건강했던 신구가 심장박동기를 착용했고, 심양홍은 오랜 시간 파킨슨병을 앓고 있어 네티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구야 형' 신구는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연극 '라스트 세션' 기자간담회에서 "이게 마지막 작품일 수도 있다"는 발언을 내놔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앞서 신구는 지난해 3월 '라스트 세션' 공연 도중 급성 심부전이 발병해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졌다. 급성 심부전은 심장 기능이 갑자기 떨어져 혈액이 신체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증상으로, 심장박동기를 삽입해야 하는 큰 수술이 필요하다. 박동기 덕분에 신구의 심장은 1분에 몇 번씩 일정하게 뛰도록 맥박수가 조절되고 있다.
신구는 프로이트 역을 맡아 2020년 초연과 2022년 재연에 이어 세 번째로 무대에 섰는데, '이번 시즌이 마지막 출연이냐?'는 질문에 "자연인으로서 죽을 때가 가까워졌다. 그래서 이게 마지막 작품일 수도 있다"며 "힘을 남겨놓고 죽을 바에야 여기 다 쏟고 죽자는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급성 심부전 당시를 떠올린 신구는 "그때 차에서 내려 집에 가는데 쉬었다 갈 정도로 갑자기 숨이 찼다. 심장 박동이 제대로 뛰질 않아서 산소가 부족해 숨이 차고 어지러웠다. 공연이 끝난 후 입원해서 박동기를 넣는 시술을 받았다"며 "이게 10년은 간다고 한다. 10년이면 나 죽은 다음이니까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이제는 소리 질러도 지장이 없다"며 예전보단 건강해졌다고 알렸다.
이후 87세 신구는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좀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현재 건강 상태를 공개했다.
화면에 나온 신구는 쇠약해진 모습이었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의 구두쇠 할아버지, "니들이 게맛을 알아?"라는 전설의 유행어, '꽃보다 할배' 속 인자한 미소로 각인된 신구와는 사뭇 다른 얼굴이었다. 60년 연기 인생을 살아온 만큼 그의 나이도 아흔을 바라보고 있다.
MC 유재석은 신구의 건강과 컨디션을 조심스럽게 질문했고, "운동을 즐겼고, 술도 즐겼다. 그런데 작년에.."라며 "심장박동기 수명이 8~9년 간다고 하더라. 나는 그때쯤이면 갈 테니까...다음 작품이 거론이 되는데, 내가 이 나이에 그걸 소화할 수 있을까 싶어서 확답을 못 해준다. 그럴 때마다 하면 된다고 생각하려고 하는데, 넌 너무 늦었다, 하루에도 오락가락한다"고 털어놨다.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 호흡을 맞추는 후배 이상윤은 "꼭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계속 선생님과 작품하고 싶다"며 흐르는 눈물을 닦기도 했다.
주말드라마와 가족극에서 우리네 아버지로 활약한 심양홍은 1981년 MBC '제1공화국'으로 데뷔한 배우다. 한동안 TV에서 보이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심양홍은 24일 방송된 tvN STORY '회장님네 사람들'에서 게스트로 깜짝 등장했는데, 그동안 MBC '전원일기'를 비롯해 '한지붕 세가족', '제2공화국',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그대 그리고 나', '백야 3.98', '로망스', '불새' 등에 출연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 심양홍은 불편한 걸음을 부축 받으며 지팡이를 짚고 걸어 나와 시선을 끌었다. 다양한 드라마에서 큰 풍채를 자랑했지만, 과거와 비교해 살이 확 빠졌고, 건강 상태를 걱정하게 만들었다.
그는 "병원에 갔더니 파킨슨병이라고 했다"며 "(투병한 지) 5~6년 된 것 같고, 난 발에 증세가 왔다"고 고백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돼가는 퇴행성 질환.
'전원일기' 동료들은 몰라보게 수척해진 심양홍을 보면서 안타까워했고, 이때 복길 엄마(김혜정 분)의 친정 어머니를 연기한 이주실은 "나도 오래 전 8개월 시한부를 선고받은 적이 있다.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병마와 싸웠는데, 다행히 유방암 4기를 극복했다. 밝고 명랑한 덕분에 고통스런 역경을 잘 겪어낸 것 같다"며 긍정적인 마인드의 힘을 언급했다.
가장 친숙한 TV 매체를 통해 시청자들과 수십 년간 호흡한 노년 배우들의 갑작스러운 투병기가 큰 슬픔을 안겼지만, 동시에 그들이 더욱 건강해져 계속 작품에서 보길 기원한다는 응원 메시지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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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유 퀴즈 온 더 블럭', '회장님네 사람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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