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둘린 네타냐후” “무너진 이스라엘”…‘사법 개악’ 이후 쏟아진 국내외 비판
총리 정치력·미국 신뢰 상실
중동 내 민주국가 위상 흔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와 극우 내각이 시민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사법부 무력화 법안 처리를 강행하자 이스라엘 사회는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사태를 거치며 정치적 위상과 미국 등 우방국의 신뢰, 중동 유일 민주주의 국가라는 지위를 모두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개편 첫 단계를 추진하며 많은 대가를 치렀다”고 진단했다. 외신들은 우선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극우 내각 인사들에게 지나치게 휘둘리며 정치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의회(크네세트)에서 장관 임명을 포함한 행정부 주요 결정을 사법부가 제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사법부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 표결이 이뤄지는 동안 침묵을 지키며 논쟁을 지켜만 봤다. 사법개편 강행에 우려를 표한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과 법안 밑그림을 그린 야리브 레빈 법무장관이 네타냐후 총리를 가운데 놓고 고성을 주고받는 모습도 연출됐다.
표결 진행 중에 연정 내부에서 법안 처리를 6개월 연기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레빈 장관과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연정에서 탈퇴하겠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과의 관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카린 장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오늘 표결이 가장 적은 수의 찬성으로 진행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 초청을 받은 네타냐후 총리의 미국 방문이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절대왕정이 대다수인 중동에서 유일하게 민주주의 제도를 지켜왔던 이스라엘의 유산을 네타냐후 총리가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거세다. 세계적인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조만간 이스라엘에서 유대인 우월주의 독재가 부상하는 모습을 목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성소수자와 여성, 비유대인 등에 대한 극우 내각 탄압이 심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생중계된 TV 연설에서 “이번 입법은 3부(입법·사법·행정) 간의 균형을 복원하는 데 필요한 민주적 조처”라며 “우리는 타협의 길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NYT는 “의회 단순 다수결로 대법원 결정을 무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내각이 강행 처리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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