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방도 북 전승절 열병식 참석…북·중·러 한자리에서 ‘연대 과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사진)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정부 군사대표단이 27일 북한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일) 70주년을 맞아 북한을 방문한다. 중국 대표단에 이어 러시아도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하며 북·중·러 연대를 한층 강화하는 모습이다. 북한이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내부 행사에 참석하는 외국인 입국을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25일 “국방상 쎄르게이 쇼이구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로씨야 연방 군사대표단이 위대한 조국 해방전쟁 승리 70돐에 즈음하여 우리나라를 축하방문하게 된다”고 밝혔다. 북한 전승절 70주년을 계기로 북·중·러가 한데 모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인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끄는 중국 당·정부 대표단이 전승절 70주년을 맞아 북한을 방문한다고 통신은 전날 밝혔다.
북한이 미국과 한국, 일본에 맞서는 중국·러시아와의 연대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최근 북한은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지지해왔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에 “한 전호(참호)에 있다”며 유대를 강조해왔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를 두둔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의미를 부여한 전승절 70주년 기념식을 국제적 행사로 격상시키며 한반도 주변의 ‘신냉전’ 구도를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정세를 핵 무력 고도화 명분으로 삼고 있다.
러시아·중국 대표단이 전승절 열병식에서 전개될 북한의 각종 핵·미사일 행렬을 바라보며 핵 무력 고도화를 승인하는 듯한 모습을 북한 당국이 연출하려 들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 정권은 열병식에 중·러 대표단을 양옆에 두고 국방 성과를 과시하는 모양새가 절실하다”고 했다.
러시아·중국 대표단의 북한 방문은 외부와의 접촉·교류를 본격 재개하려는 신호로도 읽힌다. 통일부 당국자는 “앞으로 북한이 국경을 여는지까지 확대해석하기엔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방역을 전반적으로 완화하는 조치가 있었고 국제 스포츠 행사에 참여하려는 준비 동향이 있는 것으로 볼 때 (국경 개방은) 어느 정도 시간문제 같다”고 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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