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이상민 탄핵 기각에 "책임지지 않는 국가…국민불안 우려"

조현호 기자 2023. 7. 2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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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문 '파면할 정도 아냐' 전원일치, 사후발언 '부적절' vs '품위유지 위반'
국민의힘 "탄핵병 죗값 치러야" 민주당 "국민들 어떻게 받아들일지 두려워"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헌법재판소가 이태원 참사의 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헌법재판관 9인은 모두 이 장관의 헌법 법률 위반 정도를 두고 파면을 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장관의 사후 발언 문제에 대해 재판관 5인은 부적절하자 품위유지 위반은 아니라고 한 반면, 나머지 4인의 재판관은 품위유지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엇갈린 판단을 내놓았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킨 민주당과 야당을 비판한 반면, 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이번 헌재 결정으로 159명의 사망자를 낸 대형 참사 사건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게 해줬다고 비판했다. 유가족들에 또다시 상처를 주고 향후 국가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25일 '행정안전부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2023헌나1 행정안전부장관(이상민)탄핵)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이 사건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고 밝혔다. 유남석,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형두 등 5인의 재판관은 법정의견에서 이상민 장관의 사전 예방조치와 사후 재난대응, 사후발언 모두 탄핵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관 5인은 결정문 요지에서 사전 예방조치와 관련해 '다중밀집사고 예방'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두고 “참사 발생 전 핼러윈 기간 이태원의 인파 밀집을 예상한 언론보도가 있었으나 그 내용이 다중밀집사고 자체를 예상하거나 우려했던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핼러윈데이 전후의 다중밀집사고의 위험성 신고 전화의 내용에 대하여 이태원 지역을 관할하는 용산구청 용산경찰서 등이 이 사건 참사 발생 전에 행정안전부나 피청구인에게 별도로 보고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피청구인(이상민 장관)에게 참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미리 취할 것을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후 재난대응 조치와 관련 재판관 5인은 이상민 장관이 지난해 10월29일 23시20분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비서관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처음 보고를 받았으나 현장 인근에 없는 상황에서 메시지 내용에만 기초해 피해 상황과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고 재난대응 방안을 결정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밖에도 소방청장 직무대리로부터 별도의 지원 요청을 받은 바 없고 소방재난본부장이나 서울경찰청장으로부터도 협력요청을 받지 않은 이상, 적극적 현장지휘 감독에 나아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총괄조정의무(재난안전법 제4조1항, 제6조)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이들은 판단했다.

▲헌법재판소가 25일 오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 결과 기각한다고 선고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성실의무 위반여부를 두고 헌법재판관 5인은 “이 장관이 참사 현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관계기관의 보고를 받고 지시 및 협력요청을 계속하였던 이상 피청구인의 재난대응 방식이 정부의 정책과 행정에 대한 공적 신뢰를 현저히 해할 정도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하였다거나 유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관 5인은 사후 부적절한 발언도 부적절하지만 법률 위반은 아니라고 했다. 이상민 장관은 참사 다음날은 10월30일 브리핑에서 기자 질문에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고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해 파문을 낳았다. 이 발언을 두고 재판관 5인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으며 경찰이나 소방의 인력 배치가 신속한 구조조치 등 효과적인 사고 예방 및 수습조치가 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충분한 주의를 다하여 발언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들은 “다만 발언 시점이 참사 발생 다음 날로 참사 현장의 인구밀집도 등에 관해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었고, 왜곡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곧바로 유감을 표시하고 더 이상 발언하지 않아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에 관한 국민의 신뢰가 현저히 실추되었다거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재난 및 안전관리 행정의 기능이 훼손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장관이 국정조사 때 '골든타임이 지났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참사 현장 이동이 늦어진 점을 질책하는 국정조사 위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참사의 경과를 왜곡할 의도였다고 보기 어렵고 … 발언 후 즉시 사과한 뒤 유사 발언을 다시 한 바 없다”고 밝혔다.

재판관 5인은 결론에서 이 장관에 대해 “이번 참사의 예방 및 대비 사후 대응 과정에서의 미흡함을 반성하여 정부의 재난대응 역량을 보다 강화하고 전반적인 재난대응체제의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할 책무”가 있다면서도 “재난안전법령상 주최자 없는 축제의 안전관리 및 매뉴얼의 명확한 근거규정이 마련되지 않았고 각 정부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 대응역량을 기르지 못해 재난 행동요령 홍보나 교육 안내가 부족한 총체적 결과로 … 그 책임을 피청구인에게 돌리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책임자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탄핵의 책임을 묻지 않은 이유를 두고 이들은 “탄핵심판 절차가 직무수행의 법적 책임을 추궁해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는 데 본래의 목적과 기능이 있으므로 이상민 장관이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해도 미흡함을 이유로 책임을 묻는 것은 탄핵심판절차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이에 반해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별개의견)은 장관의 사후 재난 대응의 경우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고, 일부 사후 발언은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으나 법 위반행위가 중대하여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정정미 재판관도 일부 사후 발언은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나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등 3인의 재판관은 이상민 장관이 참사 발생을 인지한 때로부터 현장 인근 현장지휘소 도착까지 약 85분에서 105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허비해 국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손상시켰다며 공무원의 성실의무(국가공무원법)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이 장관의 참사원인 관련 발언을 두고 “참사 경위나 원인 등이 밝혀지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 기초적 사실관계에 관한 확인이나 객관적 분석에 근거하지 않고 국민들이 참사 발생의 원인을 오인하게 하거나 피해 발생 및 확대에 관한 경찰이나 소방공무원의 의무나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발언을 했다”며 “재난 및 안전관리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품위손상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골든타임 발언에 대해서도 이들은 “객관적 근거가 없는 사실을 정부의 공식적 입장으로 오인될 수 있도록 발언”했다며 “책임 회피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난관리주관기관' 관련 발언 역시 재난 및 안전관리 행정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고 참사 대응과정의 사실관계에 국민의 혼란을 초래해 품위손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5인의 판단과 달리 엄격한 책임을 물은 판단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상민 장관의 이같은 품위손상 발언도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정정미 재판관도 별개의견에서 이상민 장관의 사후 발언을 두고 “책임을 회피하는 데 연연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언행”이자 유족과 국민에 실망감을 안겨주는 발언이라며 품위손상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탄핵 기각 결정이 내려진 이후 직무에 복귀해 충남 청양군 수해피해지역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이 같은 헌재 결정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화살을 돌렸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5일 오후 논평에서 “국민 피해만 가중시킨 민주당의 습관적 '탄핵병'. 이제는 국민심판으로 죗값을 치러야 한다”며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없었고, '성실 의무 위반'에 있어 '고의성'이 없는 것이 명백하였기에 애당초 이번 탄핵심판은 탄핵 사유조차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유 수석대변인은 “헌법재판관 9명 전원이 '기각'결정을 내렸으니, 얼마나 허무맹랑한 탄핵소추였는지도 여실히 드러났다”고 해석했다.

이에 반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참담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상민 장관 탄핵심판대응TF(진선미 단장, 권칠승·박주민 간사, 기동민·김승원·오영환·이수진(동작을)·이해식·최기상 위원)은 이날 오후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159명의 젊은 청춘들이 서울 한복판 골목길에서 영문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한 끔찍한 인재가 발생했음에도 아무도 책임지지지 않고, 또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작금의 현실이 참담하다”며 “다시 한 번 큰 상처를 받았을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파면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헌재 판단에 민주당 TF는 “국민께서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두려움이 앞선다”며 “이 장관의 복귀로 국민은 국가안전행정을 불신하고 불안해할 것이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민심의 우려와 예상되는 국민적 손해 즉, 주권자인 국민의 뜻보다 탄핵으로 인한 국정공백을 우선하여 결정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사회안전을 책임지도록 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우려했다.

4인의 재판관이 이상민 장관의 사후 재난대응 및 발언으로 성실의무 및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을 두고 이들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응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오명을 짊어진 이상민 장관은 양심이 있다면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저녁 “윤석열 정부는 여전히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은 나 몰라라 하며 야당 탓으로 일관하고 있고, 박희영 용산 구청장은 탈당의 방패 뒤에 숨어 용산을 활개 치며 돌아다니고 있다”면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집권세력의 뻔뻔함과 후안무치한 행태는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상민 장관이 사건 발생의 책임자이자 부적절한 발언의 반복으로 희생자와 유가족,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던 가해자라며 “장관 무늬만 달고 국민 세금 축내는 무용한 삶을 살 것인지, 더 이상 장관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는 정치적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일지는 이상민 장관의 몫”이라고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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