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동의안 기명 투표’에 비명계 “수박 찍어내기 될 것”
“오히려 방탄 강화” 목소리 속 친명 일부도 “소신에 맡겨야”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방식을 기명으로 바꾸자는 김은경 혁신위원회의 제안을 두고 25일 더불어민주당 내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필요하다”며 혁신안에 힘을 실었다. 반면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은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 성향 정치인을 뜻하는 은어) 찍어내기’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친이재명(친명)계 의원들 의견도 찬반으로 나뉘었다.
이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의 체포동의안 기명 표결 전환 제안에 대해 “입법 사안인데 조기에 기명 투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책임 정치라는 측면에서 투표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데 이어 혁신안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앞서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지난 21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방식을 기명으로 바꾸는 국회법 개정안을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표결 정보 공개는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한 국회의원 책임을 무겁게 할 수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공개해야 하는 정보”라며 “미국·영국·일본·독일 등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기명 표결로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혁신위 제안은 ‘방탄 국회’를 만든 의원들의 책임 정치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이 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 4명의 체포동의안을 줄줄이 부결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기명 투표로 전환하면 국민 여론을 의식한 의원들이 섣불리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찍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도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이 진짜 의미를 가지려면 국회법을 개정해서 체포동의안을 기명 투표로 바꾸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비명계 의원들은 오히려 ‘방탄 국회’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반대했다. 체포동의안 찬성 의원 명단이 당 강성 지지자들의 ‘수박 찍어내기’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대표 불체포특권(체포동의안)이 들어올 때 누가 찬성했고 반대했는지 알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응천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에서 “체포동의안에 동의한 사람들에 대해 ‘수박’이라고 하면서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낙선운동이 벌어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비명계 의원들의 반대에는 내년 총선 공천에 대한 우려도 깔려 있다. 강성 당원들은 비명계 의원 낙선운동을 벼르고 있다. 실제 일부 이 대표 지지자들은 지난 2월 국회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까스로 부결됐을 당시 “배신자를 색출하겠다”며 찬성 의원 명단을 추측해 전파한 바 있다. 일부 친명계 원외 정치인들도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 출사표를 내면서 ‘현역 의원 물갈이’를 주장하고 있다.
일부 친명계 의원들도 체포동의안 기명 투표 전환에 부정적이다. 한 친명계 의원은 “혁신위가 비정상적인 검찰권이 행사되는 상황에서 의원이 가진 최소한의 방어수단을 무장해제하려는 것”이라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판단은 의원 개개인 소신과 양심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비명계 의원들이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찍었을 때 총선 경선에 미칠 영향을 걱정한다면, 친명계 의원들은 반대표를 찍었을 때 본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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