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권 남용, 국민의 심판을” 야당 비판 목소리 높인 대통령실
헌재의 지적은 언급 안 해
야 “기각 결정 매우 유감”
대통령실은 25일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하자 야당이 주도한 탄핵소추를 “반헌법적 행태”로 규정하고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 결정의 핵심 의미를 ‘부당한 탄핵소추 확인’으로 해석하면서 야당을 강경한 어조로 비판했다. 주무장관의 책임을 둘러싼 법률적 판단은 일단락됐지만 사회적 재난에 대한 국가의 대처 방식을 두고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헌재의 결정이 나온 뒤 기자와 통화하며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는 거야의 탄핵소추권 남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탄핵소추 제도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는 그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헌재 결정에서 정부의 이태원 핼러윈 참사 대응이 미흡했다고 인정된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야당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대통령실이 공식 입장에서 ‘심판’이라는 강한 표현을 들어 야당을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통상 선거 국면에서는 ‘정권 심판’ 등의 구호를 활용하지만 집권세력이 되면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행정부에서 내는 경우가 드물다. 이 장관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 2월 “의회주의 포기”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한 데에서도 표현 수위를 더 높였다.
이 같은 강경 비판에는 탄핵소추를 야당의 ‘정치 공세’ ‘정치적 탄핵’으로 판단한 시각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헌법재판관 9명 전원이 법적 잘못이 없다고 하면 사과는 민주당이 해야 한다”며 “국무위원 탄핵이라는 초강수를 오로지 정략과 정쟁용으로 둔 뒤에 헌재 결정으로 백일하에 드러났는데도 반성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 일부에서는 행안부가 167일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 ‘행정 공백’에 대한 야당 사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법률적 판단은 일단락됐지만 국가의 책임 범위, 책임의 방식을 두고는 논쟁이 계속될 수 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충남 부여 수해복구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행안부 장관이 탄핵되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헌재 결정문에도 나와 있고 국민의 일반적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각 결정에 매우 유감”이라며 “장관 무늬만 달고 국민 세금 축내는 무용한 삶을 살 것인지, 더 이상 장관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는 정치적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일지는 이 장관의 몫”이라고 밝혔다.
유정인·유설희·신주영 기자 jeong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민 목숨 못 지킨 국가’에 세월호 때 이어 또 면죄부
- 이태원 참사 유족들 “159명 죽음에 아무도 책임 안 져…각자도생의 사회 살아야”
- 이상민, 복귀 첫 일정은 ‘수해 현장’
- 이상민 탄핵 기각…“참사 전후 미흡한 조처와 발언, 부적절하지만 법 위반은 아냐”
- “이태원 참사 인지하고도 100분가량 원론적 지휘에 허비” 재판관 3명 ‘성실·품위유지 의무 위
- 이상민 탄핵안 기각…참사책임 못 물었다
- 윤 대통령 골프 라운딩 논란…“트럼프 외교 준비” 대 “그 시간에 공부를”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