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 터지면 학생인권조례 탓…‘교권 보호’ 본질 흐리는 정쟁화

김송이 기자 2023. 7. 2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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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교권 침해 조항 삭제”…조례 개정 추진에 우려
갈수록 늘어나는 추모 지난 18일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 25일 교사에 대한 추모 메시지를 적은 어린이들이 교문 밖으로 나서고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2011년 대구 학폭 사건 당시, 보수진영서 조례 시행 무산 시도
전문가들 “문제 중첩, 교권·학생 인권 대립 가치 아냐” 지적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 이후 정부·여당이 학생인권조례를 교권 추락의 원흉으로 지목하는 것을 두고 실질적인 교권 확보 방안을 마련하기보다 사안을 정쟁화하며 진영 대결로 몰아가는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권과 학생 인권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며, 두 가치를 충족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의 인권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각 교육청 별로 제정하고 있다. 2010년 10월 경기도 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한 것이 최초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공격은 새롭지 않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론자들은 학교폭력이나 교사 인권 침해 등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2010년 제정되기 시작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해법으로 제시하곤 했다.

2011년 12월 대구의 한 학교폭력 피해 중학생이 자살한 이후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대두되자 보수 진영은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돼 교사들이 학생 지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학생인권조례 시행을 무산시키려고 했다. 2012년 1월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된 서울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다.

지난해 충남의 한 중학생이 수업 중 교단에 누워 교사를 촬영하는 영상이 퍼져 논란이 됐을 때도 동일한 양태가 반복됐다. 학생인권조례 반대론자들은 조례 때문에 교권이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4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학생 인권만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학교폭력을 막고 제어해야 하는 교원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며 “지난 수년간 정부의 무책임과 무관심으로 무너져버린 학교와 교실을 이제부터라도 바로 세우고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여러 구조적 문제가 중첩돼 발생하는 학내 문제를 학생인권조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제대로 된 진단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는 실질적인 해법도 도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영일 한국청소년정책연대 대표는 25일 “10여년 전 학생인권조례가 시민 발의됐던 배경은 무조건 잘못한 학생을 봐주자는 것이 아니었다”면서 “단순히 학교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학생들이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인격권을 보장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보수 단체들은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저하됐다고 주장하면서도 근거를 밝힌 바가 없다”면서 “교권과 학생 인권을 ‘시소’와 같이 단순한 논리로 보고 있는 것인데, 교육현장을 다각도로 보지 않고서는 대안을 낼 수 없다”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교권이라는 개념을 추상적인 의미로 사용하면서 논점이 흐려지고 있다”면서 “지금 논란이 되는 것은 교원보호법에 따른 교육활동 방해 행위이기 때문에 학생인권조례와는 전혀 무관하다. 헌법이 아무리 기본권을 보장한다고 지나가는 사람을 때릴 순 없는 것처럼 학생도 아무리 권리가 주어져도 교육활동을 방해할 순 없다”고 했다.

한 교수는 “학교 내 싸움을 말리는 것은 교사의 생활지도권이 아니라 교장이 학내 경찰권을 행사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오히려 사태의 원인은 이를 직무유기하는 교장에게 있다”고 했다.

김옥성 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대표는 “학교 현장의 어려움은 인권조례 때문이 아니라 공동체 관계성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학교폭력을 생기부에 기록할 때 학부모 입장에선 학폭으로 절대 기록되면 안 되기 때문에 더욱 예민하고 자기방어적으로 굴게 된다”고 했다. 그는 “문제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민주적으로 소통하며 토론하면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교육의 본질”이라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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