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돌아온 파리올림픽… 모두 하나되는 ‘엔데믹 축제’로 [파리올림픽 1년 앞으로]

남정훈 2023. 7. 2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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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이어 하계올림픽 세 차례 개최
‘엔데믹 이후 첫 올림픽’ 의미 남달라
각국 선수들 배타고 입장 ‘센강 개회식’
베르사유 궁전 등 유적지, 경기장 변신
1만500명 선수 남녀동수 ‘완벽 성균형’
경보·아티스틱 스위밍 첫 ‘혼성’ 도입
‘브레이킹’ 길거리 댄스 첫 종목 채택
3대3농구·BMX 등 젊은층 취향 반영

파리의 상징 에펠탑 앞에서 비치발리볼을, ‘짐은 곧 국가’라던 루이 14세가 지어 프랑스 절대왕정의 상징으로 꼽히는 베르사유 궁전에서 승마를, 민주주의의 태동이 된 프랑스 대혁명의 중심지 콩코르드 광장에서 비보이들의 브레이크 댄스까지. 세계 최고의 낭만과 역사의 도시 파리에서 내년에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1924년 이후 100년 만에 파리에서 다시 열리는 하계올림픽은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대회가 될 전망이다. 2019년 창궐해 전 세계를 뒤덮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첫 올림픽이기 때문이다.
낭만과 역사의 도시인 파리에서 열릴 2024 파리 하계올림픽은 문화유산과 도시의 랜드마크를 경기장으로 바꿔 창의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사진은 비치발리볼 등이 열릴 에펠탑 스타디움 이미지.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 제공
2024 파리 하계올림픽이 딱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7월26일 개막해 다음 달 11일까지 계속될 파리 하계올림픽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첫 대회라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기록을 쓰게 될 전망이다.
먼저, 파리는 런던(1908·1948·2012년)에 이어 1900년과 1924년, 2024년까지 하계올림픽을 세 차례 개최한 두 번째 도시가 된다.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으로서 마지막으로 수행한 올림픽이 1924 파리 올림픽이었다. 정확히 100년 뒤 프랑스인이었던 쿠베르탱의 정신을 다시 한 번 이어받아 하계올림픽을 개최하게 된 셈이다.
2024 파리 올림픽은 쿠베르탱의 정신을 계승함과 동시에 그에 대한 비판점도 넘어서는 대회가 될 전망이다. 쿠베르탱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은 여성의 올림픽 출전을 거부할 만큼 성차별적인 인식이 컸다는 것이다. 내년에 열릴 파리 하계올림픽·패럴림픽의 슬로건은 양성평등과 포용을 강조한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다. IOC는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는 1만500명의 선수가 남녀 5250명씩으로 동수를 이뤄 남녀 성균형을 달성하는 최초의 대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IOC는 완벽한 성평등을 구현하고자 여성 선수 출전 종목과 혼성 종목 수를 지속해 늘려 왔다. 도쿄 대회에서 양궁과 유도에 혼성 단체전을 도입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가운데 이번 대회에는 육상에서 새로운 혼성 종목이 신설됐다.

도쿄 대회까지 정식 종목이었던 경보 남자 50㎞ 경기가 폐지되고, 대신 남녀 1명씩 팀을 이뤄 42.195㎞를 걷는 경보 혼성 계주가 도입된다. 복싱은 남자 금메달은 하나 줄이고, 여자 종목은 하나 늘려 ‘남녀평등’에 한 발 더 다가갔다.
여기에 첫 ‘남자 금메달리스트’가 처음 탄생할 종목도 있다. ‘금남(禁男)의 종목’이던 아티스틱 스위밍에 남자 선수 출전이 허용된다. 올림픽 아티스틱 스위밍에서는 2명이 나서는 듀엣 종목, 8명이 출전하는 팀 종목 등 2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데, 팀 종목이 ‘혼성 종목’으로 탈바꿈한다. 엔트리 8명 중 최대 2명의 남자 선수가 출전할 수 있다.
파리에선 브레이킹, 스포츠클라이밍, 스케이트보드, 서핑 등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사랑받는 4개 종목을 포함해 32개 정식 종목, 329개 세부 종목이 치러질 예정이다. 브레이킹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첫선을 보인다. 스포츠클라이밍, 스케이트보드, 서핑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데뷔한 바 있다. 힙합 문화 태동기인 1970년대 뉴욕 브롱크스에서 발흥한 길거리 댄스 스타일을 총칭하는 말인 브레이킹은 뒷골목 젊은이들만의 하위문화에서 ‘엘리트 스포츠화’에 성공하게 됐다.
서두에서 밝힌 대로 문화 강국을 자처하는 프랑스답게 파리의 문화유산과 랜드마크를 경기장으로 바꿔 창의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여 기대감을 높인다. 먼저 개회식은 파리를 관통하는 센강과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 바로 옆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열린다. 각국 선수들은 주 경기장 입장 대신 센강의 물살을 가르는 배를 타고 웅장한 장면을 연출하며 파리 올림픽의 개막을 전 세계에 알린다.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의 중심지였던 콩코르드 광장에선 브레이킹 외에도 스케이트보드, 3대 3 농구, 바이시클 모토크로스(BMX) 프리스타일 등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종목이 열리게 된다. 나폴레옹 묘역이 있는 앵발리드 북쪽의 잔디 공원에선 태극 궁사들이 금메달을 향해 활시위를 힘껏 당긴다. 42.195㎞를 달리는 마라톤 선수들은 이 명소들을 하루 만에 쭉 훑는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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