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학원에 문제 장사한 교사들 엄정 처벌
정부가 대형 입시 학원이나 유명 강사에게 ‘수능 모의고사 문제’를 만들어주고 거액을 받은 현직 교사들을 엄정 처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유명 사립대의 현직 입학사정관이라고 거짓 홍보해 학생들을 모은 학원 원장과, 무허가 상담소를 열어 대입 컨설팅을 한 업체 등도 적발했다. 교육부는 25일 ‘제3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현직 교원이 일부 수험생에게만 배타적으로 판매·제공하는 교재에 활용될 문항을 제작해 고액 원고료를 받는 행태는 사실상 학생을 사교육으로 내몰고 공교육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로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현직 교사 130여 명이 지난 10년간 대형 입시 학원들을 위해 수능 모의고사 출제 등을 해주고 1인당 5000만원 이상 수입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1억원 이상 받은 교사가 60여 명이고, 최대 9억3000만원을 받은 교사도 있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교사의 영리 활동에 앞서 필요한 학교장의 ‘겸직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는 수능 출제와 교육과정 연구 등을 하는 교육과정평가원 업무에 참여했다고 한다. 사교육 시장에선 수능에 근접한 문제를 만드는 학원일수록 수험생이 몰려 큰돈을 버는 구조다. 학원과 일부 교사가 결탁하는 ‘사교육 카르텔’이다. 정부는 이들이 국가공무원법상 영리 금지 및 성실 의무와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경찰청·교육청과 협조해 처벌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측은 “교사들이 잘못된 영리 행위를 하지 않도록 올 하반기 중 영리 행위 금지 및 겸직 허가 안내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처럼 교사들이 모든 학생들을 상대로 한 출판사 문제집을 집필하는 것은 허용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또 대입 수시 컨설팅 업체가 프랜차이즈로 운영하며 강사 미등록, 무허가 시설 운영 등 각종 불법을 저지른 혐의를 포착했다.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할 방침이다. 이 업체는 학원과 별개로 ‘상담소’를 차려놓고 학원법상 허용하는 컨설팅비(서울 강남 기준 1분당 5000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원으로 등록하면 컨설팅비를 많이 못 받으니까 무등록 상담소를 운영해 수험생에게 이중으로 돈을 받은 것”이라며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사업법 위반에 대해 조사를 요청하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해서도 관련 기관에 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 학원은 학생 동의도 받지 않은 채 학생 이름과 특정 대학에 합격한 사실을 홍보하기도 했다.
경기 지역의 한 입시 학원 원장은 “서울 유명 사립대의 현직 입학 사정관으로 일하고 있다”고 거짓 홍보했다고 한다. 교육부 확인 결과, 이 원장은 입학 사정관으로 일한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교육부는 이런 행위가 대입 수시의 공정성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로 보고 엄정 대처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이 원장을 사기 혐의로 수사할 계획이다. 해당 대학은 원장을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 훼손’ 혐의로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고등교육법상 대학의 입학사정관은 퇴직 후 3년간 사교육 업체에서 근무할 수 없다. 교육부 측은 “곧 2024학년도 대입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되기 때문에 수시 컨설팅이나 논술 학원, 여름방학 입시 캠프 등에서 편법이 일어나지 않는지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서울 강남 대치동에서 수능 국어 모의고사 문제를 만들어 파는데도 병역특례 업체가 된 A사의 특례 지정을 해제하기로 했다. 앞서 수능 국어 모의고사 업체인 A사는 이공계 출신인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을 고용한 뒤 과학기술 업무가 아닌 시험 문제 출제를 맡겼다가 병무청 등의 조사를 받았다.
정부가 25일까지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 접수를 받은 결과 총 433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대형 입시 학원 관련 신고 건수는 92건이었다. 정부는 이 중 14건은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고 53건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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