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대학무대 이 선수 주목하라, 고려대 문유현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7월호에 게재된 내용을 보완했으며 인터뷰는 6월 중순 진행됐습니다.
대학 1학년 중 인터뷰 대상 선정 위해 대학 감독과 코치들의 의견을 들었는데 그 때 나온 문유현 평가
고등학교 때부터 봤는데 가드 중 1위로 생각했다. 수비 센스가 좋고, 슛도 좋다. 투맨 게임으로 경기를 푸는 능력도 돋보였다. 농구의 길을 아는 선수다. U18 대표팀 이후 이채형이 (문유현보다) 조금 더 앞섰다. 슛이 장점이고, 리딩보다 수비가 좋다. 문유현은 함께 뛰는 나머지 4명이 좋은 화려한 팀(고려대)에 있어서 작은 실수가 안 보인다. 그 실수를 형들이 메워주기 때문이다. 1번(포인트가드)을 보면서 리딩을 한다는 느낌은 없다. 요즘 공격형 가드로 전환되고 있는데 문유현도 공을 치고 나오는 역할을 하는 공격형 가드에 가깝다.
농구와 인연
초등학교 4학년 때 송정초로 전학했다. 그 전에는 형(문정현)이 경기하는 걸 따라가서 보다가 초등학교 선생님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그 때부터 농구와 인연이 시작되었다. 코치님(하성기)께서 연습경기를 한 번 뛰어보라고 하셨다. 5쿼터였는데 연속 2~3골을 넣었더니 재능이 있어서 잘 할 거 같다고 하셔서 시작했다. 축구 선수를 하려고 했는데 농구는 흥미가 덜했다. 농구 생각을 안 했는데 농구를 잘 할 거 같다는 말씀에 귀가 얕아서 선택했다.
초등학교 코치님께서 양손을 잘 쓰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 잘 하는 선수들의 영상을 보며 연구를 하라고 시키셨다. 그걸 따라 했다. 어느 순간 양손이 편해졌다. 그 때부터 양손을 편하게 쓴다. 울산에서는 양동근 선수가 승부욕이 강하고, 볼을 안 뺏기려고 하고, 집중력 있게 플레이를 하면서 몸도 안 사렸다. 양동근 선수처럼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한 손 레이업 영상을 많이 봤던) 이현석(KT) 선수는 초등학교 코치님 제자라서 전화번호를 받아 연락을 드렸는데 친절하게 답해줬다. 그 모습에 반해서 좋아했었다.
포워드에서 가드로 전향
정확하게는 고1 때였다. 중학교 3학년까지 같은 팀에 가드가 있어서 주로 득점을 많이 했다. 동료를 살려주는 건 못 했다. 키가 작아서 이대로 스타일 변화를 안 가져가면 프로 지명도 어렵고 대학 가서도 어렵겠다 싶었다. 독학을 했는데 감독님(배경한 무룡고 코치)도 가드를 안 시키려고 하셨다.
내가 살려면 내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잘 하는 가드 형들 영상을 보고, 우리 형(문정현)이 가드 출신이 아니지만, 농구를 알기에 농구의 길이나 시야, 흐름 그런 걸 귀찮게 하면서 물어봐서 스타일에 변화를 가지려고 애를 썼다. 이 때 양동근 선수, 김시래 선수, 학교 선배님들 영상도 보고, NBA 선수들 영상도 많이 봤다. 옛날 KBL 경기도 보면서 메모하고, 이럴 때 이렇게 하고, 언제 슛을 쏘고, 언제 패스를 돌리는지 꼼꼼하게 봤다.
처음에는 계속 (가드를) 안 시킨다고 하셔서 감독님 집을 2~3번 찾아가서 감독님께 나의 진지한 이야기, 프로나 대학을 가서 스타일 변화를 안 가지면 안 되는데 어떻게 생각을 하시는지 물어보니까 생각을 해보겠다고 하시더라. 처음에는 가드로 역할을 잘 하지 못했다. 하다 보니까 동료들의 움직임이 보였다. 그 때부터 감독님께서 인정을 해주시고, 야간에 개인운동을 할 때 잘 한다고 칭찬도 해주셨다. 안 보이는 곳에서 노력도 많이 했고, 그 과정을 감독님께서 보셔서 그 때부터 나를 인정을 해주셨던 거 같다.
고 2때까지 김휴범(중앙대) 형이 있었다. 휴범이 형에게도 많이 배우고, 정식으로 가드로 뛴 건 거의 고3 때다. 연습경기에서는 휴범이 형이 없을 때 가드로 뛰고, 정식으로 포지션이 바뀐 건 고3때다.
(중학교 때) 176cm였다. 부모님께서 두 분 모두 키가 작지 않다. 엄마는 170cm, 아빠는 176cm인데 성장이 느릴 때마다 형도 늦게 컸다고 위로를 해주셨다. 나중에 크겠지 했는데 계속 안 컸다. 부모님도 조급하셔서 키 성장 제품 등을 사주시는 등 이거 먹어보고 안 크면 포기하자고 했는데 안 컸다. 그 때부터 부모님께서 키는 안 되겠다며 가드로 뛰어라고 하셔서 몸을 키우고 가드로 성장했다.
조언 많이 하는 어머니
엄마가 경기를 잘 할 때는 기분도 좋으시고, 좋은 소리를 해주시는데 못 할 때는 정말 기분도 안 좋아지시고 우울해지시고 많이 혼낸다. 우리를 강하게 키우셨다. 처음에는 엄마의 잔소리와 질책을 들을 때 어린 마음에 그보다는 위로를 해주셨으면 했다. 그 때는 이해를 못 했는데 지금 보니까 엄마가 강하게 키우려고 하셨구나라며 이해가 되고 지금은 엄마에게 감사를 드린다.
U18과 U19 대표팀
(무룡고 시절) 팀 사정상 내 위주로 하는 농구가 많았다. 북치고 장구치는 농구였다. 대표팀에서는 각자 포지션에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팀 농구를 안 해봐서 익숙하지 않고, 기본기가 부족하고, 멋만 부리려는 농구를 했다. 대표팀에서 많이 혼났다. 반대로 다른 친구들은 팀에서 각자 포지션도 있고, 수도권 팀 선수들은 키가 커서 그런 농구에 익숙하고 자신감도 올라가 있다. 스킬도 수도권에서 많이 배워서 그런 부분은 나보다 좋았다. 그 때 많이 힘들기도 했고, 많이 혼났다. 대표팀을 다녀온 뒤 기본기 훈련을 2~3시간씩 했다. 기본기의 중요성을 그 때 깨달았다. 기본기, 스텝, 슈팅 폼도 고쳤다. 도와주시는 분이 계신데 그 분과 훈련을 많이 했다.
(U19 대표팀에서는 U18 대표팀에 뽑혔던) 작년보다 성장했고, 연습경기 때도 나쁘지 않다. 정식 대회(농구월드컵)에서 잘 해야 한다. 정식 대회에서 못 하면 끝이다. 지난 대회에서는 피지컬이 월등했다. 우리처럼 피지컬이 안 좋은 선수가 피지컬이 앞서는 선수를 상대하려면 수싸움을 더 하고, 스킬이 좋아야 한다고 느꼈다. 슛이 가장 중요하고, 멘탈도 빼놓을 수 없다. 잘 하는 선수들을 대표팀에서 봤는데 한 경기 부진하다고 신경을 안 쓰고 다음 경기서 원래 하던 대로 하더라. 주변의 말을 많이 신경 썼는데 이제는 그런 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고 스스로 증명하면 된다고 여긴다. 멘탈이 중요하다.
(지난해 U18 대표팀이 울산 현대모비스와 연습경기를 했을 당시 현대모비스 관계자가 했던 말이며, 이외에도 다수 관계자가 문유현의 플레이를 보면 양동근이 떠오른다고 함)
미드레인지나 돌파할 때 레이업을 하는 플레이, 다른 곳을 보다가 갑자기 수비가 반응을 못 하게 하면서 올라가는 걸 많이 봤다. 양동근 선수의 리더십과 수비, 사람 대하는 것까지 따라 하려고 했던 기억이 있다.
김현준 장학금
장학금을 받는다고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코로나19로 쉬고 있을 때라서 실감이 안 났다. 아무나 주는 게 아니다. 나를 뽑아주셨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고 좋았다. 김현준 선수 영상도 찾아보고 밤새 설렜다. 삼성(STC)에 가서 선수들이 운동을 하는 것과 트레이닝을 받는 걸 봤다. 체계적이라서 빨리 프로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한편으론 꼭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선정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말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용산고에게 전패
용산고를 만나면 계속 지니까 마음만 급해져서 동료를 살리면서 내 득점을 해야 하는데 내가 넣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동료를 잘 모으지 못했고, 나로 인해서 팀이 망가진 건 사실이다. 어시스트나 리바운드 기록이 떨어졌다. (춘계연맹전 용산고와 결승에서 조금 뛰었던 건) 그 전날 (준결승이었던) 삼일상고 경기 후 몸살과 장염이 같이 왔다. 경기를 못 뛰는 거였는데 조금이라도 뛰겠다며 뛰다가 몸이 안 좋아서 경기 중간에 나왔다.
슛 감과 슛 폼을 못 찾았다. 던질 때마다 들어간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슛폼 연구를 많이 하는데 정체성을 못 찾았다. 고3 때는 유튜브로 본 걸 메모지에 적고, 학교 가서 혼자서 계속 해봤다. 그게 며칠은 되다가 또 그 슛 폼 유지가 안 되었다. 많이 애를 먹었다. 오프 시즌 동안 나를 도와주시는 분이 계셔서 피드백을 받아서 한 달, 두 달 동안 그 슛 폼으로 던지니까 뇌에서 인지하고 기억을 했다. 그 이후 슛 폼을 찾았다. 조력자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고려대 진학
고등학교 2학년 때 주희정 감독님을 평소 좋아해서 고려대를 무조건 가겠다고 부모님께 말씀 드렸다. (고려대 입학한 게) 후회 1도 없다.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너무 잘 가르쳐주시고, 시간을 내시면서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려고 하신다. 농구를 많이 알려주시니까 고려대가 너무 좋다.
형이 있어서 더 편한 것도 있고, 든든하고, 그리고 여기 고려대는 가족 같은 분위기가 있다. 그런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든다. (문정현과는 더 이상 같이 못 뛸 수도 있는데) 국가대표 12명에 뽑혀야 하지 않나? 아직 모른다. 형이 잘 해야 뽑힌다. 형과 뛸 때마다 귀찮은 정도로 말을 많이 해준다.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라서 많이 고맙다. 형과 뛸 때 재미있다. 둘 만의 잘 맞는 호흡이 있고, 둘이서 주고 받는 게 있다. 그런 부분을 팬들께서 좋아해주신다. 형과 같이 못 뛴다면 많이 아쉽다.
인정 받는 수비
중학교 때 가깝게 지냈던 코치님(김현수)과 같은 아파트에서 살았다. 학교까지 8km를 같이 러닝을 했고, (슈팅 훈련을 할 때) 공도 주워주시고, 수비도 알려주셨다. 그 때 기량이 많이 늘었다. 코치님께서 항상 말씀하신 건데 수비는 부저가 끝나기 전까지 한 번이라도 쉬면 안 된다는 거였다. 공격은 재능이지만 수비는 재능이 아니라 의지만 있으면 된다는 그 말을 듣고 감명을 받았다. 코치님께 많이 여쭤봤다. 공격의 길을 예측하는 방법도 알려주시고, 손질하는 법도 알려주셔서 그 때 수비가 늘었다. (주희정 감독에게 수비를 인정 받아서) 기분 좋았다. 주희정 감독님도 2대2 수비를 많이 알려주셔서 운동할 때 듣고 나중에 써 먹으니까 내 것이 되었다. 감독님께 항상 감사 드린다.
강성욱(성균관대)과 이해솔(연세대)이다. 강성욱은 클러치 능력과 담대함, 수비를 찢고 들어가는 움직임이 진짜 탑이다. 대표팀에서 강성욱은 속공 전개도 잘 하고, 슛도 잘 넣고, 같이 뛰면 편하다. 이해솔은 이전까지는 장점이 뭔지 몰랐는데 대표팀에서 같이 뛰어보니까 어디로 움직여야 하는지 알고 속공 처리와 캐치앤슛도 좋고, 3점 풀업까지 자유자재로 던진다. 여기에 한재혁(동국대)이다. 나와 친하기도 한데 고3 때 경기를 다 봤다. 요즘 없는 정통 포인트가드다. 그 친구가 과소평가 되었다. 패스와 슛, 수비까지 다 좋다.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되게 잘 하는 친구다.
화려한 고려대 동료들
프로도 좋은 선수만 간다. 고려대도 마찬가지다. 경쟁 시스템에 적응을 해보고 좋은 선수와 많이 뛰어보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동계훈련도 안 빠지고 했기에 감독님께서 인정을 해주신다고 생각한다. 되게 재미있다. 가진 능력도 다르고, 장점도 다르다. 신나게 농구하고, 뛰면서도 배운다. 조율을 할 때는 선배 형들이 편하게 해줘서 자연스럽게 지시하고 말을 크게 할 수 있다. 선배들의 배려가 있기에 가능하다.
연세대와 맞대결
경기 한 시간 전에 고려대 응원가를 틀었는데 가슴이 웅장해지더라. 설레고 소름 돋았다. 그 경기 이후 긴장이 안 된다. 관중이 많았다. 그런 경기에서 또 뛰고 싶었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슛을 넣을 때 팬들의 호응 소리가 커서 놀랍고, 그리고 상대팀이 야유를 한다. 벤치에서 했기에 (관중석에서는) 못 들었겠지만, 이주영이 뭐라고 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요소가 많아서 고연전은 특별하다.
고려대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다 배우고 코치님들을 귀찮게 해서 다 빼먹을 거다. 고려대 하면 떠오르는 선수들이 많은데 한 획을 그으신 분들의 뒤를 잇고 싶다. 감독님의 속공 전개 능력이나 패스, 그리고 다재다능한 능력을 닮고 싶다.
#사진_ 점프볼 DB(문복주, 문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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