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 백혈병 산재’ 인정에 근로복지공단 또 불복

장현은 2023. 7. 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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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노동자에 대해 법원이 산재 인정 판결을 내렸지만, 근로복지공단이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구체적인 작업 환경 조사도 하지 않는 등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성 질병을 산재로 인정하는 데 인색한 근로복지공단의 태도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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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동자가 서울 근로복지공단 표지판 위에 쪼개진 삼성전자 로고를 투명 테이프로 붙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노동자에 대해 법원이 산재 인정 판결을 내렸지만, 근로복지공단이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구체적인 작업 환경 조사도 하지 않는 등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성 질병을 산재로 인정하는 데 인색한 근로복지공단의 태도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11월 숨진 신정범(33)씨 유족이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자 24일 항소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신씨의 백혈병을 산재로 인정하지 않은 공단의 판단에 제동을 걸었지만, 공단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신씨는 2014년 7월 삼성전자에 입사해 경기 화성 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반도체 생산라인에 각종 화학물질 등을 공급하는 설비가 밀집된 공장 하부 공간을 자주 출입했고, 1주에 평균 60시간 일했다. 2016년 3월 퇴사한 신씨는 5년 뒤인 2021년 3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각종 질병을 얻고 산재를 인정받은 앞선 80여명의 노동자와 비슷한 상황이다.

백혈병을 진단받고 3개월 뒤 신씨는 산재 보상 신청을 했는데, 공단은 같은 해 10월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신씨의 근무 기간이 1년 8개월로 짧고, 특히 반도체 공장의 작업 환경이 개선된 2011년 이후 입사자라는 이유에서다. 공단 쪽은 실제 신씨가 일한 작업 환경이 어땠는지 조사는 하지 않았다.

신씨 유족이 제기한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장우석 판사는 지난 7일 공단이 구체적 규명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데 문제가 있다고 보고 산재 인정 판결을 내렸다. 판결을 기다리던 신씨는 지난해 11월 투병 끝에 숨졌다. 장 판사는 판결문에서 “(근로복지공단이) 근무 기간 작업 환경에서 발생되는 유해물질, 노출 정도 등을 구체적으로 규명하려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막연히 작업 환경이 2011년 이전의 작업 환경보다 나아졌다는 것을 전제로 (산재를 불승인)했다”며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사 없이 불승인을 남발하는 공단에 제동을 건 셈이다.

하지만 판결 2주가량 뒤 이뤄진 공단의 항소로 신씨 유족은 다시 법정에서 산재 인정을 다투게 됐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이종란 노무사는 “직업병 피해 가족들의 오랜 노력으로, 공단은 반도체 직업병 소송에서 패소한 경우 그에 불복하는 데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며 “하지만 최근 반도체 노동자의 파킨슨병에 대한 산재 인정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 제기를 하는 등 공단이 다시 항소를 남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공단은 “이번 판결에는 근거가 부족했다는 내용만 있지 실질적으로 왜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다. 유사 노동자 산재 신청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항소로 다퉈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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