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강 중국 외교부장 7개월만에 낙마, 왕이가 다시 겸직…각종 추측 속 사유 공개 안해
중국 외교를 책임져 온 친강(秦剛)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전격 면직됐다. 친 부장은 지난달 25일 이후 외교 활동을 중단하고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신병 이상설 등 각종 추측과 소문에 휩싸여 왔다. 중국 측은 친 부장의 구체적인 면직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지난해 말 외교부장에서 물러난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을 외교부장에 재임명했다.
중국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4차 회의에서 친 부장을 면직하고 왕 위원을 외교부장에 임명했다고 신화통신 등이 보도했다.
외교가에서 중국의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상징하는 인물로 인식돼 온 친 부장은 주미 대사를 거쳐 지난해 말 외교부장에 임명됐고, 지난 3월부터는 국무위원까지 겸직하며 탄탄한 승진 가도를 달려왔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신뢰를 받아 온 것으로 알려진 최고위급 외교관이 외교부장 임명 7개월만에 돌연 낙마한 것이다.
전인대는 이날 친 부장 면직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친 부장은 지난달 25일 베트남·스리랑카 외교장관 등과의 회담을 끝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감추면서 건강 이상설 등에 휩싸여왔다. 중국 외교부는 친 부장의 부재 상황에 대해 2주 넘게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다 지난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왕 위원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 참석 소식을 전하며 친 부장이 ‘신체(건강) 원인’으로 회의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친 부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중국 안팎에서는 그에 대한 갖가지 추측과 의혹이 불거졌다. 친 부장이 중화권 매체의 한 아나운서와의 불륜으로 혼외자를 낳은 것이 문제가 됐고, 해당 여성 아나운서가 간첩 사건에 연루됐다는 소문도 퍼졌다. 또 친 부장이 직접적으로 간첩 사건에 연루됐다는 추측성 소문과 중국 외교부 내 권력 암투설, 후임자 내정설 등이 난무했다.
중국 측이 친 부장 면직 사유를 공개하지 않음에 따라 그 배경을 둘러싼 추측과 소문은 당분간 계속 확산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향후에도 정확한 이유가 확인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친 부장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최단명 외교부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전임 외교부장인 왕 부장이 9년 동안 외교부장을 지낸 뒤 실질적으로 중국 외교를 총괄하는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사판공실 주임으로 승진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전전임 외교부장인 양제츠(杨洁篪)도 6년간의 외교부장직을 거쳐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사판공실 주임을 지내고 물러난 바 있다.
외교적으로 중국의 얼굴 역할을 하는 외교부장이 7개월만에 면직된 것은 중국의 국가 이미지에도 타격이다. 앞서 외신들은 친 부장의 갑작스러운 부재 상황과 고위 관료에 대한 중국의 비밀주의가 중국 정치 체재와 불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친 부장의 면직 소식을 전하면서 “그의 부재와 관련한 정치적 논의는 시 주석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위기 상황 중 하나가 됐다”고 전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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