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탈취 의혹' 국내 필름 기업, 외국기업이 기술자 포섭 정황

소송제기 기업 내부 갈등 심화
"경영진 포섭해 내부갈등 조장" 주장

[아산]국내 굴지의 ID카드용 잉크필름 기업이 경영권 탈취 시도 의혹을 사는 외국계 과점주주와 국내 경영진 간의 소송전으로 번지며 내홍에 휩싸였다. 준비서면에는 외국계 과점주주가 주요 기술자를 포섭한 정황과 내부 갈등을 조장한 내용 등이 자세히 담겼다.

25일 대전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아산 영인면 소재 ID카드용 잉크필름 제조업체 A사의 대표 B씨는 지난 21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 이탈리아인 S씨 등 A사의 외국인 사내이사 2명과 A사를 상대로 이사직무집행정지가처분신청을 제출했다. S씨는 A사의 과점주주인 스위스기업 M사의 CEO다. M사는 세계 여러 곳에 지점을 가진 ID카드용 프린터 제조유통 기업이다. A사는 일본이 90% 이상 차지하고 있던 잉크필름 기술을 국산화한 기업이다.

S씨는 B씨에게 지난해 5월 쯤 이메일을 보내 "M사는 사모펀드도 아니고 산업파트너로서 A사의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며 A사의 주식 매입을 제안했다. 당시 A사는 10년 째 M사에 필름을 공급하고 있었으며 매출의 절반 이상이 M사에서 발생했다.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인수의향서(LOI)를 보내 'A사의 과반주식을 매수하되 2027년 회계연도결산 후 나머지 주식을 모두 매수하고 양 당사자가 상장을 위해 협조할 것', '(나머지 주식 매수) 거래가 완료되는 시점까지 B씨를 CEO로 남길 것'을 약속했다. 올해 2월 작성한 주주간 계약서에도 B씨가 사임하지 않는 이상 대표이사직을 유지키로 약정했다. 양사는 3월 주식매매를 완료했다. 그러나 주식매입 완료 후 S씨는 이달 11일 이사회를 열어 B씨를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곤 스스로를 A사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B씨는 소송 준비서면에서 '적법한 소집권자에 의한 소집절차를 거치지 않은 이사회'라며 이사회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해임에 앞서 M사가 A사의 경영진을 포섭해 내부 갈등을 일으켰다고도 했다. M사는 올해 6월 이탈리아에서 세일즈미팅을 열고 B씨와 공장장 C씨, 연구소장 D씨, 세일즈팀장 E씨 등을 초청했다. 이 때 M사는 공장장 C씨 만을 따로 불러 회사의 조직도와 내부 문제점 등을 논의했다. 논의 이튿날 열린 전체회의에서 C씨와 E씨는 회사 발전을 저해하는 주범으로 B씨와 연구소장 D씨를 지목했고 S씨는 B씨에게 갑작스레 내부 분란의 책임을 물었다.

S씨는 지난 21일 A사 직원들에게 B씨의 지시를 따르지 말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A사의 직원 20명은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A사의 직원은 약 25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자신의 해임을 결정한 이사회결의 무효확인 소송과 S씨 등을 상대로 이사해임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대전일보는 취재를 위해 M사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에 연락을 취하고 담당변호사에 연락처를 남겼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