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실망에도 주가 '흔들'…5대 빅테크, 실적 관문 잘 통과할까[오미주]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올 상반기에 큰 폭의 랠리를 누려왔던 빅테크주가 최근 상대적으로 저조한 주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주와 다음주 매그니피센트 7 가운데 5개 빅테크 기업이 올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이번주에는 25일 장 마감 후에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실적을 공개하고 26일 장 마감 후에는 메타 플랫폼이 실적을 발표한다. 애플과 아마존은 오는 8월3일 장 마감 후에 실적을 밝힌다.
매그니피센트 7 가운데 테슬라는 이미 지난 19일 장 마감 후 실적을 공개했고 엔비디아는 2월부터 회계연도가 시작돼 실적 발표일이 오는 8월23일로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 차이가 난다.
문제는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올들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에 실적이나 향후 가이던스가 조금이라도 실망스러우면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가 촉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지난 19일 발표한 올 2분기 순이익과 매출액이 모두 시장 컨센서스를 웃돌았으나 3분기 생산량이 2분기에 못 미칠 것이란 발언에 실망 매물이 쏟아지며 다음날 주가가 10% 가까이 급락했다.
넷플릭스도 지난 19일 장 마감 후에 올 2분기 가입자수가 예상보다 많이 늘었음에도 매출액 성장률과 가이던스가 실망스럽다는 이유로 다음날 주가가 8% 이상 추락했다.
지난주 독일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SAP는 4~6월 실적이 예상치에 미달해 6% 떨어졌고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회사인 ASML은 연간 매출액 가이던스를 올리고도 반도체산업의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발언으로 주가가 2일간 10% 이상 빠졌다.
대만의 파운드리회사인 TSMC 역시 지난주 휴대폰과 PC 등의 수요 부진과 높은 재고 수준으로 인해 실적이 당분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혀 주가가 하락했다.
그렇다면 이번주와 다음주 실적을 공개할 빅테크 기업들은 어떨까.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가 빅테크 기업별로 꼽은 주목해야 할 이슈들을 소개한다.
MS는 25일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다. MS는 올들어 43% 급등했는데 주로 AI(인공지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MS는 생성형 AI 챗봇의 선두주자인 챗GPT의 개발사 오픈AI에 투자해 오픈AI의 AI 기술을 검색 서비스인 빙 등에 적용해 왔다.
최근엔 오피스 소프트웨어에 생성형 AI 기능을 접목한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의 월 이용액을 예상보다 높은 30달러로 책정해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MS는 아직 AI에서 이렇다 할 매출액을 올리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AI 기술이 향후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어떤 신호나 암시라도 주가를 상승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S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의 성장률이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인지도 투자자들의 관심 사항이다. 애저는 최근 몇 분기 동안 기업들이 IT(정보기술) 지출을 억제하면서 성장률이 둔화돼 왔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최근 AI 기술이 접목되며 고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데 애저에 AI 기술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고 수요는 어떤지에 대해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PC 수요 부진은 MS의 윈도 및 디바이스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윈도 및 디바이스 사업에서 한 가지 변수는 AI 기반의 검색 서비스인 빙이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을 실제로 잠식하고 있는지 여부다.
아울러 미국 법원이 MS의 블라자드 액티비전 인수를 허락함에 따라 영국에서도 블리자드 액티비전 인수가 최종적으로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MS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 관심을 끈다.
알파벳도 MS와 같은 날인 25일 장 마감 후에 실적을 발표한다. 알파벳의 주 수입원은 구글과 유튜브를 통한 광고이다. 최근 몇 달간 기업들의 온라인 광고 지출이 개선되고 있어 알파벳이 시장 컨센서스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알파벳은 올들어 주가가 36% 올랐는데 MS와 마찬가지로 AI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따라서 알파벳이 AI에 대해 어떤 비전과 계획을 밝히느냐가 향후 주가의 향방에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챗GPT나 MS의 빙 같은 경쟁 AI 챗봇이 검색 분야에서 구글의 우위를 잠식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구글이 AI 역량을 키우기 위해 자본 지출을 늘리면서 순이익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알파벳의 실적에서 중요한 또 다른 요인은 클라우드 사업의 성장 전망이다. 알파벳은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과 MS에 이은 후발업체로 매출액이 빠르게 늘고 있고 적자를 지속하다 올 1분기에는 흑자로 돌아섰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 스레드 등의 SNS를 거느린 메타 플랫폼은 오는 26일 장 마감 후에 실적을 공개한다.
메타는 올들어 주가가 150% 가까이 치솟았다. 이는 메타가 지난해 실적 위축과 주가 폭락 속에 약 2만명의 직원을 감원하는 등 비용 절감책을 추진하면서 효율성을 높여온 결과이다.
메타는 지난해 아이폰에서 개인정보 보안이 강화되면서 타겟 광고가 어려워져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개인정보 이슈를 피해가면서 광고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 광고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실적에서 중요한 것은 신규 서비스의 수익 창출 역량이다. 인스타그램이 경쟁 SNS인 틱톡을 본떠 만든 릴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릴스가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될 것인지 주목된다.
메타는 최근 트위터에 대항해 내놓은 텍스트 기반의 SNS인 스레드의 성공적인 출범으로도 주가가 상승했는데 스레드의 향후 광고 판매 계획도 투자자들의 주된 관심거리이다.
메타가 올들어 메타버스보다 더 강조해온 AI 분야에서의 행보도 중요하다. 거대 언어 모델(LLM)에서 어떤 진전이 있었고 이를 수익으로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에 대해 투자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메타는 그간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고도 성과가 미미한 메타버스 사업에 대해서는 최근 관심이 크게 식은 것으로 보인다. 메타의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수개월간 가상현실과 메타버스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
메타가 기록적인 적자를 내온 메타버스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난 4~6월 분기 매출액은 휴대폰과 PC시장이 모두 약세를 보이며 1년 전에 비해 소폭 줄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부품 공급망 제약이 완화돼 이익률은 다소 개선됐을 수 있다.
투자자들은 하드웨어 사업이 호의적이지 않은 가운데 아이폰을 통한 각종 서비스 실적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최근 강화해온 금융 서비스 부문의 실적도 관심을 끈다.
아울러 올 가을 아이폰15 출시, 내년 초 혼합현실 헤드셋인 비전 프로 판매 개시, 생성형 AI 시장 진출 등 신제품 개발과 신사업 개척을 통한 성장 전망도 애플의 향후 주가 움직임에 중요하다.
최근 중국 경제가 약화하고 있는 가운데 애플은 매출액의 거의 2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 변수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급성장이 기대되는 인도 시장에서 어떤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지도 애플의 성장 스토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도 애플과 같은 날인 오는 8월3일 장 마감 후에 실적을 공개한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 웹 서비스(AWS)와 전자상거래를 양대 사업으로 거느리고 있다.
아마존의 AWS 역시 최근 몇 분기 동안 MS의 애저와 마찬가지로 성장률이 둔화됐다. 기업 고객들이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클라우드 서비스 지출을 최적화하는데 주력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지출 억제가 마무리 단계이며 생성형 AI가 접목되면서 향후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AWS 역시 성장률 반등이 기대되고 있다.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사업은 최근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하락하고 소비자 지출 데이터는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상당히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최근 온라인 광고 사업도 커지고 있는데 올들어 기업들의 광고 지출이 회복되면서 수혜가 예상된다.
아마존이 투자한 전기차회사인 리비안 오토모티브의 주가 급등세도 긍정적이다. 주가 상승에 따른 지분법 평가이익이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아마존 역시 향후 AI 사업에 대해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지가 투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현재 자체적으로 거대 언어 모델(LLM)을 개발하고 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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