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치닫는 이스라엘… 네타냐후 손절 못하는 바이든은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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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노골적 우경화 행보가 이스라엘의 전략적 가치를 무시할 수 없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진퇴양난에 빠뜨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데이비드 프리드먼은 "(이스라엘의 중동 내 위태로운 위치를 고려한다면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질책은) 애초부터 실수였다"고 WP에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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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민주 역행에도 전략 감안 포용 불가피
시위대 “독재자 안 섬겨”… 대혼돈 속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노골적 우경화 행보가 이스라엘의 전략적 가치를 무시할 수 없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진퇴양난에 빠뜨리고 있다. 반독재 시민 세력과 정부의 충돌이 격화하면 이스라엘이 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 의회가 대법원을 약화시키는 입법을 강행함으로써 바이든 대통령이 바라는 길과 다른 길을 택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밀어붙이지 말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요구를 이스라엘 의회가 거부하는 바람에 미국과 이스라엘 간 긴장이 형성됐다고 WP는 부연했다.
사법부 무력화 방침을 굽히지 않은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미국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카린 장-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에서 주요한 변화가 계속되려면 가급적 광범위한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혀 왔다”며 여권 의원 64명만의 찬성으로 입법을 관철시킨 이스라엘 연립정부를 비판했다.
최근 몇 주간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 설득에 공을 들였다. 오랜 동맹인 양국 관계를 감안해 수위도 조절했다. 전날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이스라엘이 직면한 다양한 위협과 도전을 고려하면 이 사안을 서둘러 처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내용의 성명을 보내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로부터 돌아온 반응은 “사실상 묵살”(미 뉴욕타임스)이었다.
그럼에도 양국 갈등이 위기로까지는 확대되지 않으리라는 게 중론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소극적 지원,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책 등 이스라엘이 미국 뜻을 어긴 사례가 누적됐지만,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때부터 이어진 결속은 단단하다. 핵 협정을 통해 이란과의 관계 복원을 시도한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과 당시에도 총리였던 네타냐후의 불화는 더 심했지만 미국은 군사 원조를 끊지 않았다.
민주주의 증진을 가치 외교의 핵심 의제로 삼은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네타냐후 총리의 역행이 탐탁할 리 없다. 그래도 결별을 결심하지 못하는 건 ‘중동 유일 민주주의 국가’라는 이스라엘의 지정학상 전략적 위상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데이비드 프리드먼은 “(이스라엘의 중동 내 위태로운 위치를 고려한다면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질책은) 애초부터 실수였다”고 WP에 지적했다. 밀착 말고는 대안이 없을 정도로 미국의 중동 정책에서 이스라엘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뜻이다.
수만 명 항의 집회… 경찰, 물대포·기마대 동원 진압
네타냐후 연정의 이번 입법은 대법원으로부터 정책 결정 심사권을 박탈해 정부 견제 장치를 제거하려는 의도로, 배타적 극우 정책이 전방위에 걸쳐 현실화할 것으로 시민사회는 걱정한다.
표결 후폭풍이 거센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25일 AP통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위대 수만 명이 의회와 대법원, 수도 텔아비브를 지나는 아얄론 고속도로에서 국기를 흔들며 항의 집회를 열었다. 울타리 등에는 “우리는 독재자를 섬기지 않는다”, “네타냐후로부터 이스라엘을 구하라” 같은 문구가 붙었다. 경찰은 물대포와 기마대를 동원해 6시간 만에 시위대를 해산시켰고, 경찰 공격이나 공공질서 문란 등 혐의로 30여 명을 체포했다.
반정부 세력은 갈수록 커질 조짐이다. 회원 수가 80만 명인 히스타드루트(이스라엘 노동자총연맹)가 총파업을 예고했고, 예비군 수천 명이 복무 거부를 선언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정적인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영국 채널4에 “시민 불복종, 즉 내전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야권과의 대화를 포기하지 말라고 이스라엘 연정에 주문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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