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신고 목장갑 낀 李, 침수 비닐하우스에서 “샤인머스캣, 조금이라도 건져야”

2023. 7. 2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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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자원봉사, 반나절 내내 복구 작업
이재명 “수해보험 보상액이 너무 적어”
“추경 편성으로 대대적 피해 지원 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충남 부여군 부여읍 정동리 일대를 찾아 수해복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부여)·이승환 기자] 25일 오전 10시 충남 부여군 부여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수해로 침수된 비닐하우스 앞에서 무릎까지 오는 고무장화를 신었다. 손에는 목장갑을 끼고 쓰레기 더미로 가득 찬 비닐하우스 안으로 향했다.

이날 이 대표가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찾은 부여읍에는 박광온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현역 의원 110여 명, 충남도당 당원 100여 명, 당직자 130여 명 등 총 340명가량이 동참했다. 이 대표와 함께 비닐하우스로 들어간 일부 인원은 작업 중 발생할 먼지를 대비해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 대표는 봉사활동 시작에 앞서 “전국적인 피해가 너무나 대규모이고 인명피해도 10년 만에 최대치라고 할 만큼 이번 수재피해가 크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 부족함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원봉사로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는 것도 중요하고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기를 바라지만, 그것보단 신속한 추경 편성을 통해 정부의 대대적 피해 지원이 있어야 한다”며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자원봉사의 이름으로 현장에 나와있지만 혹여 민폐가 되지 않도록 신경 쓰고, 피해 입으신 분들이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충남 부여군 부여읍 정동리 일대 포도 농가에서 수해복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

이 대표의 발언이 끝난 뒤 봉사자들은 조 별로 흩어져 각 농가의 비닐하우스 상태를 살피고 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줄지어 서 있는 비닐하우스 옆에 고인 흙탕물에는 썩어 문드러진 수박들이 버려져 있었다. 비닐하우스 내부는 물이 다 빠지지 않아 진흙으로 가득했다. 썩은 농작물과 비료가 진흙에 뒤섞여 심한 악취가 진동했다.

봉사자들은 폐비닐과 썩은 수박줄기를 제거해 밖으로 나르는 일을 했다. 의원과 당직자들은 작업 중 진흙에 수차례 다리가 빠져 애를 먹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세찬 비가 쏟아지기도 해 작업에 더욱 어려움이 따랐다.

이재명 대표가 처음 찾은 농가는 샤인머스캣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였다. 이 대표는 가위로 썩은 샤인머스캣 송이를 잘라내는 작업을 했다. 그는 함께 작업을 하던 농가 주인에게 “농민들은 농작물을 보면 자식이 자라는 거 같다고 하더라. 자식 자라는 거 같은데 이렇게 다 썩었으니..”라며 운을 뗐다.

이어 “그래도 위 쪽에는 물이 닿지 않아 괜찮은 것(샤인머스켓 송이)들이 있다”며 “버리기는 아까우니 상품은 안 되더라도, 상품이든 중품이든 조금이라도 건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수박과 메론 등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들을 찾아 봉사자들과 함께 작업을 이어갔다.

작업을 마치고 나온 이 대표는 일대에서 3500평 농사를 짓고 있다는 허익회 씨를 만나 위로의 말을 전했다. 허 씨는 “너무 감사하다. 어떻게 치울 방법이 없었는데 대표까지 오셔서 힘이 된다”며 이 대표의 손을 잡았다.

허 씨는 “농사가 참으로 힘들다. 자재비 비싸지, 인건비 비싸지. (비닐하우스) 한 동에 거의 300만원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한 500만원 이렇게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것도 잘 됐을 때 이야기지 올해 같은 경우 들어가는 건 많이 들어가고, 이렇게 물속에 (농작물이) 들어가서 앞으로 작업을 하기가 힘들다. 들어가 보셔서 알겠지만 (진흙에) 발이 빠져서..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탄했다.

더불어민주당 자원봉사자들이 25일 오전 충남 부여군 부여읍 정동리 수박 농가에서 수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양근혁 기자

오전 작업을 마친 후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한 봉사자들은 오후 1시께 다시 비닐하우스로 향했다. 30도를 웃도는 기온과 가만히 있어도 등 줄기에 땀이 고이는 습도에도 말없이 폐비닐과 썩은 수박줄기를 걷어냈다. 오후 봉사는 2시 40분께 마무리됐다.

봉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이 대표는 “(오늘) 많은 분들의 얼굴을 뵀지만 다시 한번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상황을 보면 나이 드신 어르신 부부이거나 혼자서 농사를 짓고 계신데, 혼자 또는 부부가 현장을 정리하려면 언제 끝날지 모를 만큼 피해 컸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농민들이) 복구하면 뭐하냐, 다시 일어날 여력이 없다 이런 말씀을 하신다”며 “정부나 지방정부의 지원과 수해보험 보상액이 너무 적어 다시 재기하기가 힘들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제도 정비와 법률 개정을 통해 국가공동체가 피해를 입는 구성원들에 대해 최소한의 삶이 유지 가능한 지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일손을 덜어드리는 것도 의미가 있고, 또 고통 받은 국민들과 함께 그 고통을 공감하고 나눈다는 것도 매우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서도 “매일 와서 일손을 덜어드릴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재난 예방책을 굳건히 마련할 것인가에 힘을 모았으면 좋겠고 피해 지원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농민들의 절실한 요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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