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확산 獨서 극우주의 맞선 교사 2명, 압력 속 퇴출돼
퇴출 교사들 "獨에 필요한 국가적 토론 촉발…패배 아니다"
[부르크(독일)=AP/뉴시스]유세진 기자 = 극우주의가 크게 확산되고 있는 독일 동부 브란덴부르크주 부르크의 '미나 비트코이츠' 고교에서 극우 학생들에 맞서 극우주의의 폐해를 알려주려던 교사 2명이 이들을 해임시킬 것을 요구하는 익명의 학부모 단체 압력으로 학교에서 퇴출되는 사건이 빚어졌다.
영어와 역사 교사인 라우라 니켈과 막스 테스케는 이민자 자녀인 급우들을 때리겠다고 위협하는 학생들을 상담하고, 과거 독일의 나치 활동이 가져온 결과에 대해 교훈을 주었으며, 흑인 래퍼를 초청해 상호존중에 대해 이야기하게 했다. 이 모든 노력들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니켈과 테스케는 '학생들이 서로 나치 경례로 인사하고, 책상 위에 스와스티카를 새기고, 인종차별적 노래를 부른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지역 신문사에 보내기까지 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극우 학생과 교사에 맞서 싸우는 교사와 학생들은 자신의 안전을 두려워 한다. 문제를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싸워야 한다. 학교에 두려움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학교는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고 안전한 곳이어야지 민주주의의 적을 위한 곳이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들의 해고를 요구하는 학부모 단체의 편지가 날아들었고, 이들의 얼굴 사진과 모욕적 글귀를 적은 스티커들AP이 학교 인근 전봇대와 벽들을 도배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교사들을 사냥하고 싶다"는 글까지 게시됐다.
니켈과 테스케는 결국 2주 전 학기가 끝나자 '미나 비트코이츠' 고교에서 사임했고 부르크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이 학교에서 각각 4년과 3년 간 니켈(34)과 테스케(31)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학교를 사로잡고 있는 질서는 극우 극단주의 발언, 행동, 구호, 동성애 혐오, 성차별 등"이라고 말했다.
학교도 지방 학교 당국도 이들의 사임에 대한 AP통신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니켈과 테스케의 사례는 독일 특히 옛 동독 지역에서 극우주의가 생각보다 훨씬 더 큰 발판을 얻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부르크의 경우 FC '에네르기 코트부스' 클럽이 독일의 극우정상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메시지를 널리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한다.
브란덴부르크주 정보 당국은 이달 초 14살 이상 지지자들로 구성된 AfD의 산하기관 '독일을 위한 젊은 대안'을 우익 극단주의 단체로 규정하고 감시에 들어갔다.
극우주의와 인종주의, 반유대주의에 반대하며 인권 증진 운동을 펴는 '아마데우 안토니오'재단의 티모 라인프랑크 사무총장은 브란덴부르크주 남부 지역에 대해 "나치주의자들이 본거지로 선포한 공포의 지대"라고 말했다.
2013년 처음 결성된 AfD는 2017년 이민 반대 캠페인으로 처음 독일 의회에 입성한 뒤 지금은 전국적으로 20%의 지지를 기록하는 정당으로 급성장했다. 독일 통일 후 서독인들에 비해 차별 대우를 받는 2등 시민처럼 느껴진다는 열등감이 옛 동독 지역에서 극우주의가 급성장하는 배경이 됐다. AfD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독일에 유입된 120만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두고 '우리 대 그들'이라는 분열적 구도로 몰아가면서 세 확장에 나서고 있다.
내년 선거에서 AfD가 브란덴부르크 및 작센주, 튀링겐주 등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반면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사민당과 녹색당, 자민당 연정은 내분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니켈과 테스케의 사임에 대해 브란덴부르크주 제2의 도시 코트부스의 AfD 지구당은 "좌파의 급진 정보원들이 사라졌다"고 환영했다.
테스케는 그러나 "니켈과 내가 사임했다고 해서 그것이 패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극우주의의 부상과 관련해 독일이 현재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국가적 토론을 촉발시켰다. 우리는 극우주의가 승리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니켈도 "2차대전 및 홀로코스트를 일으켰던 독일은 극우주의에 맞서 싸울 특별한 책임을 갖고 있다. 독일은 반민주주의 정당을 멈추게 하기 위해 확실히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btpwl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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