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오랜 도전 끝에 성취한 심장 개심술
1896년 9월 8일 새벽 독일 프랑크포르트 주립병원 응급실에 22세 된 청년이 실려 왔다. 그는 왼쪽 4번째와 5번째 갈비뼈 사이를 칼로 찔린 상태로 매우 창백했고 맥박은 약했으며 호흡도 힘들었다. 다음 날 여행에서 돌아온 외과의사 루드비히 렌이 환자를 진찰했을 때는 상태가 더 나빠져 사망 직전이었다.
렌은 즉시 환자를 수술실로 옮기고 5번째 갈비뼈를 제거한 후 가슴을 열자 심장을 싸고 있는 막인 심낭 안에 혈액이 가득 차 있음을 봤다. 심낭을 열고 혈액을 제거하니까 우심실에 1.5cm 크기의 상처가 있었다. 그는 신중하게 심장이 이완될 때를 이용해 3바늘을 꿰매 상처를 봉합했다. 이는 사람에게 시행한 첫 심장 수술이었다. 그러나 당시 의료계 분위기는 심장 수술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나라에서 심장 자상(刺傷) 환자에 대한 수술은 지속적으로 시도됐다.
그렇지만 심장 내부의 문제는 간단하지 않았다.
1923년 보스톤에서 카틀러가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있는 승모판막이 심하게 좁아진 11세 환자의 좌심실로 기구를 삽입하여 판막을 넓혀주는데 성공했다. 이 소년은 4년을 더 생존했다. 그리고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거나 손가락을 이용해 감촉을 느끼면서 좁아진 판막을 넓히는 시도들이 계속됐다.
그러나 심장 내부를 수술한다는 것은 큰 모험이었다. 우선 심장이 계속 움직이고 있는 상태에서 수술을 해야 하고, 심장 내부의 혈액 때문에 수술 부위를 볼 수도 없었다. 게다가 만일 심장으로 공기가 들어가게 되면 뇌혈관 등을 막을 위험이 컸으며, 수술 도중 과도한 출혈로 인해 사망할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대안으로 시도된 것은 사람의 체온을 떨구어 세포들의 활동을 저하시켜 산소를 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저체온법이었다. 1952년 미네소타 대학병원에서 냉각 담요를 이용하여 직장 온도를 28도까지 낮춘 후 심장으로 가는 정맥을 차단한 상태에서 5분 30초 동안 우심방을 열어서 큰 심방중격결손을 막을 수 있었다.
이 수술은 심장 내에 혈액을 제거한 상태에서 수술 부위를 보면서 시행했던 첫번째 수술이었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짧은 시간내에 수술을 끝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심장 박동을 멈춘 다음 혈액을 제거하고 내부를 관찰하면서도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 것이 심장을 수술하는 의사들의 꿈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심장으로 가는 대정맥에서 받은 혈액이 산소와 결합한 다음에 대동맥으로 심장만큼 강력하게 공급할 수 있는 기계가 필요했다. 즉 수술하는 동안 폐와 심장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다. 그러면서도 공기 중의 먼지로 인한 균으로 오염되지 않아야 했다.
대서양을 처음 횡단한 것으로 유명한 비행사 린드버그는 그의 형수가 심장질환으로 죽은 것을 계기로 심장 수술에 관심을 갖던 중 노벨의학상을 받은 프랑스의 카렐과 만나게 됐다. 그는 필터 역할을 하는 느슨한 솜 뭉치를 통과한 깨끗한 공기가 혈액과 반응한 다음에 심장 대신 동맥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기구를 1934년 발명했다. 수술에 직접 사용하기에는 조악했지만 오늘날 사용되는 심폐기의 기본 개념은 모두 담고 있었다.
그 후에도 수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시인이 되기를 꿈꾸던 의사 존 기본에 의해 드디어 성공됐다. 동물실험을 반복하면서 개량한 심폐기를 이용해 1953년 5월 필라델피아의 제퍼슨 대학에서 그는 26분간 환자의 심장을 멈추게 한 상태에서 18세 여성의 심방중격결손의 수술을 성공했다. 이 때 심폐기를 돌린 기사는 그의 아내 메리였다.
이제 더 이상 시간에 쫓기지 않고 심장을 열어서 수술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심폐기도 꾸준히 발전해 왔다. 예를 들어 초기에는 심폐기를 사용했을 때 고열과 함께 백혈구가 증가하는 관류 후 증후군이 발생했으나, 후에 혈액과 직접 접촉하는 부품인 나일론이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해결됐다.
오랜 세월을 거쳐 발전한 결과 심장을 열고 수술 부위를 보면서 하는 수술이 보편화되어 개심술(開心術:open heart surgery)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됐다. 그리고 이제 개심술은 비교적 안전한 수술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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