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이상민 탄핵' 기각…여야 '정치적 책임' 떠넘기기[종합]
일각 "만장일치 기각 당혹"…유가족 "헌재 상식 외면"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헌법재판소가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을 만장일치로 기각한 가운데 여야는 서로에게 '정치적 책임'을 주장하며 설전을 벌였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이 장관의 탄핵소추를 추진한 야당은 헌재의 전원일치 판단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이태원참사 특별법, 오송 지하차도 참사 진상규명 등으로 공세를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앞서 헌재는 이날 오후 이상민 행안부장관 탄핵심판 선고에서 재판관 9인 전원일치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탄핵사유였던 '헌법상 국민 보호 의무'(34조 6항), '재난안전법상 사전예방·사후대응 조치 의무' 위반과 관련해 "재난대응 방식이 정부의 정책과 행정에 대한 공적 신뢰를 현저히 해할 정도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했다거나 유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국민의 신뢰가 현저히 실추됐다거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재난 및 안전관리 행정의 기능이 훼손됐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탄핵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헌재 결정 직후 이 장관의 탄핵을 추진했던 민주당 등 야권에 책임을 돌렸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행정안전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의 기각결정은 오로지 현 정부에 대한 국정 방해와 국민분열을 목적으로 '탄핵소추권'마저 정치공세 무기로 삼은 무도한 야당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며 "민주당이 공당으로서의 최소한 양심이 있다면 즉각적인 대국민사과와 정치적 탄핵소추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상민장관 탄핵심판대응TF)도 이 장관 탄핵을 함께 추진한 정의당, 기본소득당과 함께 맞불 기자회견을 열고 오히려 정부·여당의 책임을 부각했다. 이들은 "대규모 사회재난 발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장관이 사퇴를 하는 것은 정치와 통치의 영역임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기에 탄핵심판에 이르게 된 것임을 다시 강조한다"며 "유가족과 다수 국민의 분노를 유발한 중대한 공무원법 위반 행위에 대해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응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다시 한 번 이 장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이날 법률가 출신인 김승원·조응천 의원 등은 최근 헌재 재판관 성향이 바뀌었다(진보→중도보수)는 이유로 기각결정을 점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예상 밖의 전원일치 기각결정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일부 반대의견도 없이 만장일치로 기각돼 솔직히 당황했다"며 "하지만 헌재 결정으로 이 장관의 정치적 책임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헌재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별개의견으로 이태원 참사 당시 이 장관의 사후대응이 성실의무에 위반한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의 탄핵 기각결정과 업무복귀로 야당이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나 야당은 이태원참사 진상조사기구를 설치하는 내용 등의 '이태원참사 특별법', 최근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 관련 현안질의 등으로 공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민주당은 최근 정의당 등과 함께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180일 이내에 처리하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바 있다.
민주당 이상민장관 탄핵TF 단장인 진선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장관 탄핵에 대한 원인과 특별법 제정 필요성은 전혀 별개의 논의"라며 "이 판결로 특별법 추진 당위성은 강해졌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행안위 관계자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도 경찰, 소방, 지자체의 무능이 빚은 측면이 있어 이태원 참사와 판박이라 볼 수 있다"며 "행안위 현안질의를 통해 행안부와 관계당국에 책임을 물으려는 계획이나 여당의 반대로 개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이날 기각결정 이후 야당의 공세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민주당이 일정부분 정치적 손해를 봤지만 그 손해를 메우기 위해 이태원참사 특별법 등으로 더 강하게 나올 것"이라며 "추후 여론 호응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정치평론가)도 "이태원 참사 당시 장관 탄핵 여론이 높았던 만큼 민주당도 손해 본 장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며 "다만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서울-양평고속도로 문제 등 다른 현안이 산적해 있어 이태원 참사 관련 이슈가 선순위는 아닐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애초 이 장관의 탄핵을 요구했던 이태원 참사 유가족 단체(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등)는 이날 기각결정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를 규탄했다. 이들은 "이상민의 공직 박탈은 시민의 상식과 헌법에 기반한 요구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상민의 해임 요구를 거부했고, 오늘은 헌재마저 상식에 기반한 요구를 외면했다"며 "우리는 그를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고도 공직에 연연하여 스스로 물러나지 않은 공직자로 기억할 것이다. (이 장관은) 부끄러움이 남아있다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장관은 이날 직무복귀를 알리는 입장문에서 "10.29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이번 폭우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과 이재민 여러분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 무한한 책임감을 갖고 천재지변과 신종재난에 대한 재난관리체계와 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시대를 열어가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지난 2월 탄핵소추 이후 167일만에 장관 업무를 재개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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