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전설만든 외인, 이제는 하늘의 별로
KBL에서는 적지않은 시간동안 수많은 외국인선수가 활약했다. 빅맨, 포워드, 가드 등 전포지션에 걸쳐 이름을 날린 외인이 적지않으며 그 과정 속에서 다양한 스토리가 만들어졌다. 예전 외국인선수를 언급할때 빠지지않고 거론되는 이름들이 있으니 이제는 하늘의 별이 된 마르커스 힉스(196.5cm)도 그중 하나다.
힉스는 지난 5월 30일, 4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최근 농구전문지 <점프볼> 최창환 기자의 기사를 통해 보도가 되었으며 사인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힉스의 죽음이 알려지기 무섭게 농구 팬들은 충격과 함께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비록 단 두시즌 만을 뛰었을 뿐이지만 워낙 임팩트있게 자신만의 캐릭터를 뽐내며 인기몰이를 했던 이유가 크다.
토니 해리스, 카를로스 윌리엄스, 크리스 윌리엄스, 안드레 에밋, 제스퍼 존스, 네이트 밀러, 잭슨 브로만 등 KBL 출신 외인들의 사망 비보는 잊을만하면 들려오고 있다. 총기사고, 교통사고, 건강이상 등 사인도 다양하다. 한동안 더 이상 그런 소식이 들리지 않는 듯 싶었으나 힉스로 인해 예전 선수들까지 다시 회자되는 분위기다.
앞서 언급한데로 힉스는 역대 외국인선수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특히 대구‧경북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전설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수하게 기량만 놓고 따진다면 크리스 윌리엄스, 자레드 설린저, 피트 마이클, 찰스 민랜드, 단테 존스 등에 미치지 못할지 모르겠으나 캐릭터, 스토리, 인기 등에서는 그보다 위에 있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화끈했던 덩크와 블록슛, 잘 달리고 잘 뛰던 런닝 포워드
’리그의 트랜드를 바꿔놓았다!‘ 힉스하면 떠오르는 평가중 하나다. 압도적인 기량으로 동시대 외국인선수들을 제압하며 독보적인 탑 플레이어로 군림한 것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우승이라는 성과물을 낸 것을 비롯 스피드와 높이를 기반으로한 화려한 스타일은 많은 팬들을 불러모았다.
그 전까지는 이른바 조니 맥도웰로 대표되던 힘좋은 덩어리형 언더사이즈 빅맨이 대세였다. 신장 구분이 있던 시절인지라 외국인 센터를 뽑고나면 나머지 포지션은 자연스레 가드 혹은 스윙맨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현대(현 KCC)는 신장은 190cm대 초반에 불과하지만 힘좋고 몸싸움에 강한데다 기동성까지 갖춘 맥도웰을 뽑아 큰 재미를 봤다.
어지간한 센터에게도 힘으로 밀리지 않았을 정도인지라 비슷한 신장대에서는 그야말로 언더처블이었다. 쉽게 골밑으로 비집고 들어가 득점을 올렸으며 특유의 우겨넣는 플레이는 상대팀 입장에서 알고도 막기 힘들었다. 때문에 각팀에서는 '제2의 맥도웰' 혹은 맥도웰과 대적할 수 있는 파워포워드를 데려오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워렌 로즈그린, 존 와센버그, 아티머스 맥클래리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게 맥도웰류 외국인선수가 인기를 끌던 시절, 힉스는 2001~02시즌 혜성같이 나타나 그전까지의 트랜드와는 다른 색깔의 플레이를 뽐내며 반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맥도웰이 ‘탱크’였다면 힉스는 ‘폭격기’였다. 다소 마른 체형이었지만 잘 뛰고 잘 달리는지라 첫해 신인이었던 김승현(44‧175cm)과 환상의 호흡을 선보였다.
이상민과 맥도웰이 그랬던 것처럼 시야넓고 패싱센스 좋은 김승현이 패스를 주면 척척 잘 받아먹었다. 맥도웰같은 경우 힘이 워낙 좋아서 다소 늦었다싶은 타이밍에서도 힘으로 상대를 밀고들어가 꾸역꾸역 득점을 성공시켰다. 힉스는 몸싸움 능력은 평범했으나 워낙 빠르게 코트를 내달렸고 다른 외국인선수들보다도 한수위의 체공력을 바탕으로 높이에서 강점을 가져갔다.
상대가 대응할 틈도 없이 빠르게 날아들어 레이업을 올려놓거나 덩크슛을 꽂아넣었으며 수비가 앞에 있으면 더블클러치 등 다양한 공중 테크닉으로 득점을 만들어냈다. 상대가 돌파에 신경을 쓰고있으면 3점슛이나 미드레인지를 통해 허를 찌르기도 했다. 스윙맨 스타일답게 다양한 공격옵션이 돋보였다.
수비같은 경우 아주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른바 임팩트가 강했다. 특히 높은 타점에서 배구의 스파이크같이 날아드는 블록슛이 일품이었는데 그로인해 상대 팀에서는 힉스가 있는 골밑으로 들어가기가 매우 부담스러웠다. 같은 덩크슛을 해도 파워 덩커로 불리는 선수가 있듯이 힉스는 파워 블로커로 인정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하이라이트 블록슛을 매경기 보여줬다.
당시 신세기에서 뛰면서 힉스의 동양과 경기를 가진바있는 조성훈은 “워낙 유명했던 선수라 플레이 스타일이 어쩌고 저쩌고는 구태여 얘기하지 않아도 다들 잘 알고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느꼈던 힉스의 또 다른 장점은 영리함이다. 언뜻보면 야생마처럼 날뛰는 모습만 연상할 수 있겠지만 누구보다도 경기 흐름을 잘읽고 플레이하는 선수가 아니었나싶다. 돌파 후 외곽으로 빼주는 킥아웃 패스가 좋았는데 패스를 받은 동료 입장에서 슛을 던지기 편하게 제 타이밍에서 척척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조성훈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힉스는 본인도 잘했지만 동료들과 함께하는 팀 플레이에도 능했다. 반면 이후 득점머신으로 리그를 호령했던 피트 마이클은 힉스를 능가하는 개인기량을 가졌음에도 혼자 많은 공격 기회를 독식하고 개인플레이 위주로 공격을 펼쳐나갔던지라 기록은 좋았지만 팀성적은 힉스때만 못했다. 특히 김승현같은 특급 퓨어포인트가드와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너지가 잘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동양 팬들을 답답하게 했다는 후문이다.
◆ 마르커스 힉스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107경기 출전, 평균 25.1득점, 8.4리바운드, 4.3어시스트, 1.1스틸, 3.1 블록슛
◆ 마르커스 힉스 챔피언결정전 통산기록 ☞ 통산 13경기 출전, 평균 27.9득점, 10.6리바운드, 3.6어시스트, 1.4스틸, 3.6 블록슛
⁕ 정규리그 한경기 최다기록: 득점 ☞ 2001년 12월 22일 창원 LG전 = 47득점 / 3점슛 성공 ☞ 2003년 1월 12일 원주 TG = 8개 / 어시스트 ☞ 2003년 3월 5일 전주 KCC = 11개 / 리바운드 ☞ 2002년 11월 30일 창원 LG전 = 17개 / 스틸 ☞ 2002년 2월 21일 인천 SK전 = 5개 / 블록슛 ☞ 2002년 11월 03일 원주 TG전 = 10개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농구카툰 크블매니아(최감자 그림/케이비리포트 제작),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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