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마실] 스님의 시간 내준 '산사의 밤'…화엄사 '비밀의 산문' 열린다

정치훈 2023. 7. 2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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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산사에서 하룻밤 머무는 템플스테이는 세속에 찌든 마음을 닦아주고 달래주는 마음 정화 프로그램으로 이미 자리잡았습니다.

템플스테이에 참여하면 스님과 함께 엄격한 일과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는데, 다른 건 다 참을만 해도 새벽 3시에 일어나 예불에 참석하는 일은 참 곤욕스럽습니다.

그래서 새벽 3시에 일어났다는 해석입니다.

자현 스님은 농경문화가 발달한 동아시아에서 종교인이 농부보다 늦게 일어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현장 스님 역시 새벽 3시에 하루를 시작했다고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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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화엄사, 8월 1일부터 24시까지 야간 개장
夏夜夢(하야몽)과 華夜夢(화야몽) 야간 프로그램 운영
자정까지 산문을 연 지리산 화엄사의 야간 모습 / 사진=화엄사 제공


고요한 산사에서 하룻밤 머무는 템플스테이는 세속에 찌든 마음을 닦아주고 달래주는 마음 정화 프로그램으로 이미 자리잡았습니다.

템플스테이에 참여하면 스님과 함께 엄격한 일과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는데, 다른 건 다 참을만 해도 새벽 3시에 일어나 예불에 참석하는 일은 참 곤욕스럽습니다.

하지만 새벽 3시에 하루를 시작해보면 또 그 나름대로 산사의 깊은 속내를 엿볼 수 있다는 게 템플스테이의 매력 아닐까요?

그런데 왜 산사의 하루는 밤 9시에 끝나고 새벽 3시에 다시 시작할까요?

자정까지 산문을 연 지리산 화엄사의 야간 모습 / 사진=화엄사 제공


자현 스님이 지은 '스님의 비밀'이라는 서적에서는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경전에 '붓다는 저녁 9시에 잠자리에 들어 3때를 주무셨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과거에는 12지로 시간을 잡았으니, 3때면 6시간이 됩니다. 그래서 새벽 3시에 일어났다는 해석입니다. 그러나 현장 스님은 '대당서역기'에서 인도의 한 시간은 중국과 한국의 12지가 아닌 1때가 3시간이었다고 기록했습니다. 인도에서 태어난 붓다는 그러니까 오전 6시에 기상했다는 해석입니다.

자현 스님은 농경문화가 발달한 동아시아에서 종교인이 농부보다 늦게 일어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현장 스님 역시 새벽 3시에 하루를 시작했다고 기록했습니다.

중국의 역법을 따른 주역에서는 '하늘은 자시에 열리고 땅은 축시에 열리고 사람은 인시에 생긴다(天開於子 地闢於丑 人生於寅)'고 기록했습니다. 인시는 새벽 3시부터 5시입니다. 모든 만물이 깨어나고 우주의 기운이 맑은 시간대가 인시라는 해석입니다. 도교를 품은 불교는 그래서 3시에 하루를 시작했다는 설도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대부분 산사는 밤 9시에 비밀의 문을 닫고 새벽 3시에 다시 엽니다. 그 빗장을 지리산 화엄사가 처음으로 열었습니다.

자정까지 산문을 연 지리산 화엄사의 야간 모습 / 사진=화엄사 제공


지리산 화엄사는 다음달 1일부터 경내를 구례군과 의회, 군민의 요청과 협의를 통해 그동안 밤 9시에 문을 닫던 경내를 자정까지 개방한다고 밝혔습니다.

야간 개방을 위해 조명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각 전각과 담장에 자연과 어우러진 조명도 설치했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그러면서 夏夜夢(하야몽)과 華夜夢(화야몽) 2가지 프로그램도 마련했습니다.

하야몽은 여름 밤 일반 내방객들이 자유롭게 지리산 화엄사 경내를 자유롭게 즐기며 사찰 야경과 밤하늘 그리고 별빛, 은하수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합니다.

자정까지 산문을 연 지리산 화엄사의 야간 모습 / 사진=화엄사 제공


화야몽은 화엄사 홈페이지에 선착순 20명 신청을 받아 6차례에 걸쳐 진행됩니다. 첫 자리는 다음달 11일(금)에 시작합니다. 이후 8월 한 달 간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진행됩니다.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 스님과 차담, 간절한 소원 쓰기, 소원 빌기, 스님 축원, 각황전, 대웅전 해설 등 오롯이 산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주지 덕문 스님은 "夏夜夢(하야몽)과 華夜夢(화야몽)을 시작하면서 코로나로 인하여 관계의 변화에서 비대면 비접촉, 탈종교, 무종교, 디지털경제 시대로 변화한 시기에 사찰이 사회적 실천을 위한 다양한 메시지 전달하고, 자연생태 환경과 문화유산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는데 큰 의의가 있으며, 소박하게는 사찰이 지역민들의 의지 처로서 사회적 실천을 위한 다양한 메시지 전달과 지역경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정까지 산문을 연 지리산 화엄사의 야간 모습 / 사진=화엄사 제공


수행하는 스님이 정적과 고요의 시간을 내준 것은 세대와 문화 환경의 변화이기도 합니다. 엠지세대에 종교가 어떤 의미를 갖게 하는 지도 생각해 볼 계기입니다.

화엄사의 산문은 8월 이후에도 계속 자정까지 열립니다. 다만 화야몽은 8월 한 달 간 진행해보고 추후 일정을 고민하기로 했습니다. 하안거에 들어간 수행 스님도 있는만큼 산문 안에서 종교인의 마음가짐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보다 많은 걸 내줄 수도 있습니다.

화엄사 야간 개장 관련 포스터 / 자료=화엄사 제공


[정치훈 기자 pressjeong@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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