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만능주의 윤 대통령, 국민정서 외면…‘책임정치’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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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으로 결론 내면서 재난·안전 관리의 총책임자였던 그에게 요구됐던 '법적 책임론'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29일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사법적 책임을 따져야 한다'는 주장을 앞세워 '정치적 책임'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를 막아섰던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법적 책임도 없다'는 이날 헌재 판단으로 159명의 희생자를 낸 참사의 책임은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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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헌법재판소가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으로 결론 내면서 재난·안전 관리의 총책임자였던 그에게 요구됐던 ‘법적 책임론’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29일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사법적 책임을 따져야 한다’는 주장을 앞세워 ‘정치적 책임’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를 막아섰던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법적 책임도 없다’는 이날 헌재 판단으로 159명의 희생자를 낸 참사의 책임은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게 됐다. 국민 주권의 원리에 따라 국가가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책임정치’가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날 헌재 결정 직후 “거야의 탄핵소추권 남용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히며 이 장관 탄핵심판을 청구한 야당에 화살을 돌렸다. 이번 탄핵소추의 시작점인 이태원 참사와 부실 대응 관련 언급은 전혀 없었다. 그 대신 대통령실은 “탄핵소추제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국회의원 173명의 동의를 얻은 탄핵소추안 가결이 “반헌법적 행태”였다고 비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정부와 이 장관에게 제기된 책임론을 강하게 반박해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엄연히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라며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같은 달 10일, 대통령실 참모들에게는 “막연하게 정부 책임이라고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거듭 사법적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을 최우선시했다. 들끓는 여론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후 이 장관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 2월8일에는 대통령실 명의로 “의회주의 포기”라는 평가를 내놓으며 탄핵소추를 야당의 ‘정치 공세’로 몰아갔다.
이는 과거 행정기관의 부실 대응이나 시민 안전 보호 의무 불이행 등으로 대형 참사가 벌어졌을 때 대국민 사과나 책임자 사퇴 등으로 국민 정서를 다독이고 위기를 돌파하려 했던 과거 정부의 문제 해결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사법적 책임 소재를 따지며 정치적 책임을 피해가는 한편, 정치적 책임 요구를 ‘정쟁’으로 치부한 것이다. 반면, 불리한 상황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올해 수해 상황에서 순방 일정 연장으로 인한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 장모 최아무개씨 구속과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둘러싼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 김 여사의 ‘명품 쇼핑’ 논란 등에 대통령실은 꿋꿋이 침묵을 지켰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이날 <한겨레>에 “기존 정권에서 정치적 결단을 통해 민심을 반영하는 노력을 했다면, 현 정부에서는 법리적 판단에만 의존하는 모양새”라며 “유권자는 정치인에게 윤리적·도의적·정치적 책임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면에서 국정 운영의 모든 책임을 진 정부에서 책임을 느끼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책임정치가 실종된 상황”이라고 짚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탄핵소추안이 정쟁 소재로 전락하고 여야의 대치 전선이 너무나 뚜렷해진 상황에서 ‘책임정치’라는 의미가 불명확해진 상태”라고 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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