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자금조달’ 전환사채로 주가 띄워 840억 챙겼다…33명 고발

이재연 2023. 7. 2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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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회사는 바이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특히 전환사채 발행이 시장에서는 투자 유치라는 호재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 '주가 띄우기'에 이용되기 쉽다.

통상적으로 전환사채 발행은 회사가 그만큼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는 뜻인데, 실질을 놓고 보면 그렇지 않았다는 뜻이다.

특히 회사의 대주주 등이 전환사채를 인수한 뒤,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와 관련된 사업을 추진하는 것처럼 위장해 주가를 띄운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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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소영 기자

ㄱ회사는 바이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시장에서는 회사가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해 사업 진행 동력을 얻었다고 해석했다. 주가가 오른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전환사채를 인수해주기로 한 회사가 그럴 능력이 없는 ‘페이퍼 컴퍼니’라는 사실은 나중에야 밝혀졌다. ㄱ회사가 바이오 사업을 추진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모두 ㄱ사의 대표 등 5명이 주식을 팔아 수백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올린 뒤였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방식으로 사모 전환사채를 이용해 불공정거래를 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3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이는 금감원이 올해 초 기획조사를 위해 선정한 사모 전환사채 발행 40건 중 11건에 대한 조치를 완료한 결과다. 11건에서 확인된 부당이득 규모는 모두 840억원에 이르렀다. 대부분 불공정거래행위에 연루된 뒤 발행회사가 상장폐지되거나 관리종목에 지정되는 등 일반 투자자 피해가 컸던 사례다.

전환사채는 정해진 가격에 따라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발행회사의 주가를 띄운 뒤 이를 주식으로 전환해 매도하면 차익을 볼 수 있어 주가조작 등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전환사채 발행이 시장에서는 투자 유치라는 호재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 ‘주가 띄우기’에 이용되기 쉽다. 사모 전환사채는 공시 의무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특징도 있다. 금감원은 최근 수년간 사모 전환사채 발행이 급증하며 악용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올해 초부터 기획조사를 진행해왔다.

일단 전환사채 발행이 ‘무늬만 자금조달’에 그친 사례가 많았다. 금감원 조사가 완료됐거나 진행 중인 40건 중 23건이 여기에 해당했다. 통상적으로 전환사채 발행은 회사가 그만큼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는 뜻인데, 실질을 놓고 보면 그렇지 않았다는 뜻이다. 가령 발행회사가 전환사채 납입금으로 다른 증권을 사서 이를 전환사채 인수자에게 담보로 제공하는 식이다. 2021년 9월 전환사채 500억원어치를 발행한 코스닥 상장사 휴센텍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휴센텍은 해당 납입금으로 통화안정증권을 사서 인수자 메리츠증권에 담보로 제공했는데, 이런 사실은 이듬해 4월에야 정정 공시를 통해 밝혀졌다.

신규사업에 진출하는 것처럼 꾸며 주가를 올린 뒤 전환사채를 이용해 이득을 챙긴 사례도 25건 확인됐다. 특히 회사의 대주주 등이 전환사채를 인수한 뒤,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와 관련된 사업을 추진하는 것처럼 위장해 주가를 띄운 경우가 많았다. 실제 코스닥 상장사 장원테크는 2020년 9월 사업 목적에 방역과 백신·치료제 사업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공시했으나 실제로는 이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최대주주 등을 상대로 전환사채를 수차례 발행한 바 있다. 이런 사례 중 일부는 전환사채를 대주주가 아닌 여러 투자자가 인수한 것처럼 꾸며 자금 추적이 어렵게 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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