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수신료 분리징수 효력정지해야"···또 사법부 달려간 의원들
방송법·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
여야 모두 타협의 기술 발휘 못하고
사법에 맡겨 '정치 부재' 민낯 노출
더불어민주당 등 야 4당이 25일 KBS 수신료 분리 징수의 효력 정지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최대 쟁점 법안으로 꼽히는 방송법과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여당이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등 정치권이 사법부의 판단에 의존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여야가 협치로 풀어야 할 사안을 계속해서 사법의 영역으로 넘기면서 ‘정치의 부재’라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이 구성한 ‘윤석열 정권 언론 장악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헌재를 찾아 KBS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해 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KBS가 앞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과 개정 절차 진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한 것에 힘을 실은 것이다. 야 4당은 대책위를 중심으로 KBS 수신료 분리 징수를 ‘공영방송 옥죄기’라며 반대 의견을 펼쳐온 바 있다.
야 4당은 의견서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입법예고 기간을 40일에서 10일로 단축하는 등의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최소 40일 이상 입법예고 기간을 두도록 하고 있다”며 “(방통위가) 입법예고 기간 단축 근거로 제시한 시급성 요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등 입법 절차상 명백한 하자가 드러났다”고 했다. 또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이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 과정을 문제 삼았다. 대책위는 “김 직무대행은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을 부당 면직하고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을 의도적으로 임명하지 않았다”며 “재적 위원이 3명인 상황에서 방송법 시행령을 전체회의에서 졸속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수신료 통합 징수의 합법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책위는 수신료 통합 징수가 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에 대해 “헌재는 수신료를 ‘특별부담금’으로 본 판결과 수신료 통합 징수 방식을 수탁자인 한국전력의 재량으로 본 판결 등을 내린 바 있다”며 “수신료 통합 징수는 이미 합법성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이 밖에도 대책위는 수신료 분리 징수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의견서에 담았다. 분리 징수 시행에 따른 수신료 고지와 징수 방안 등의 대안이 없고 체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책위는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을 통한 공영방송 옥죄기는 민주주의의 퇴행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며 “KBS 헌법소원 제기에 대한 헌재의 바른 판단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간 쟁점이 헌재 등 사법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방송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에 대해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과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해당 법안들은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야당이 단독으로 의결해 본회의에 부의한 상태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회부된 법안을 60일 이내에 이유 없이 심사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원회 의결로 본회의에 직회부할 수 있다는 국회법을 활용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직회부가 국회법 위반이며 소속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는 수적 열세 때문에 막을 수 없는 야당의 입법 강행을 헌재 판단을 통해 저지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시행령 개정 권한이 없는 야당이 KBS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야가 정치와 협치로 해결해야 할 쟁점들을 사법부로 넘기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정치가 타협의 기술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편법 등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사법부의 심판을 받는 형국”이라면서 “정치 부재의 시대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당 양극화로 인한 문제가 있다”며 “원론적이지만 대화와 타협을 통해 양보하고 정치력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독선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예나 기자 yena@sedaily.com김예솔 기자 losey27@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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