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유엔군 참전용사 “韓 발전 놀라워… 다시 선택해도 참전” [정전 70주년]
“참전 당시 도와줘… 잊지 못해”
19살 때 낯선 이국 온 美 워드
“군복 빨아주던 소년 만나고파”
보훈부, 26일 부산서 초청 만찬
평화의 사도메달 등 기념품 증정
英 새커리 등 영웅들 아리랑 열창
캐나다에서 온 6·25전쟁 참전용사 에드워드 버커너(91)가 소중히 간직해 온 사진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전쟁 중 인연을 맺은 한국인 소년과 만나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한국어로 발음조차 불분명한 ‘Cho Chock Song’이 그 이름이었다. 버커너는 “내가 부산에 막 도착했을 때 이 소년이 많이 도와줬다”며 “(당시) 막사 안의 바닥이 매우 더러웠는데 아주 깨끗하게 청소해줬던 소년”이라고 회상했다. “70년도 더 지났는데 이 친구가 도무지 기억에서 잊히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당시 버커너의 나이도 고작 열아홉 살에 불과했다.
미 아칸소주 출신 워드 역시 열아홉 살 나이에 낯선 한국에 왔다. 그는 기본군사훈련을 받은 뒤 복무 지역을 유럽과 아시아 지역 중에서 선택해야 했는데 아시아를 택했다고 한다. 그도 한국과 남다른 인연을 맺었다. “당시 부대에서 옷을 빨아주고 신발을 닦아줬던 12세 소년 ‘장’(Chang)을 만나고 싶어요. 그 친구도 80세가 넘었을 텐데 나를 그리워할지 궁금하네요. 다시 선택하라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해서 참전할 겁니다. 한국인은 대단한 사람들이고 한국에서 싸운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노병들은 전쟁 기간 폐허로 변했던 한국이 눈부시게 발전한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침 인터뷰가 진행된 호텔 바로 옆으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는 잠실 롯데타워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들은 도심에 들어선 고층 건물을 보며 연신 참전 경험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인터뷰를 한 참전용사들 중 새커리는 영국의 유명 경연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 우승자다. 이번에 방한한 22개국 참전용사 64명 중 이름이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26일 부산에서 열리는 정전 70주년 기념행사에서 전쟁 당시 한국 병사들한테 배운 우리 민요 ‘아리랑’을 열창할 계획이다.
새커리는 “함께 근무한 한국 병사가 아리랑을 자주 불러 저도 금방 친숙해졌다”며 “처음 들었을 때는 자장가인 줄 알았는데, 하도 많은 사람이 불러 나중에는 아리랑이 한국의 국가인 줄 알았다”고 했다. 이어 “공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오는데 정말 놀랐다”며 “70년 전 한국에 왔을 때는 황폐하기 그지없었는데, 정말 많은 고층건물이 들어섰다. 한국의 성공과 발전한 모습이 놀랍고 기쁘다”고 덧붙였다.
국가보훈부는 정전 70주년을 맞아 방한한 유엔군 참전용사와 가족, 유엔 참전국 정부 대표단을 위해 26일 시그니엘부산 호텔에서 만찬을 베푼다. 보훈부에 따르면 만찬을 계기로 참전용사들한테 ‘평화의 사도’ 메달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영웅의 신발’을 증정하는 시간도 갖는다.
같은 날 부산에서는 ‘자유의 가치로 국제사회와 공동 연대’라는 주제 아래 국제 보훈장관 회의가 열린다. 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 매튜 키오 호주 보훈부 장관, 패트리샤 미랄레스 프랑스 보훈부 장관을 비롯해 유엔 참전국 대표단 전원이 참석한다.
작은 나라이지만 전쟁 당시 한국에 100명의 병력을 보낸 룩셈부르크 베테 총리의 대표 발언으로 시작한다. 그는 6·25전쟁에 참전한 룩셈부르크 청년들의 사연을 들어 자유와 평화의 가치, 연대의 정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어 박 장관이 70년 전 유엔 참전국들과 함께 지켜낸 자유의 소중함을 재확인하고, 세계 평화를 향한 공동의 노력을 결의하고자 공동선언을 제안한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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